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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짬뽕 Sep 03. 2022

좋은 인간관계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들






 우리는 살아가며 때로는 자발적으로, 때로는 비자발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개중에서는 그 관계의 끝단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장기적인 인연부터 일시적 프로젝트와 같이 단발적인 관계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여기에 오늘 아침 커피를 주문하며 단지 몇 마디 말을 섞은 카페 직원과 같이 일회성 짙은 관계까지 고려한다면, 인간 일생의 8할은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모든 인간관계가 반드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에 있다. 일생에 늘 좋은 인연만이 차고 넘치면 좋으련만 악연이라는 것은 교통사고와 같아서 우리가 아무리 부딪히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한다 해도 의지와는 관계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니까.  


  이러한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는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인간 자체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들끓게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와 동시에 심연에서는 자신을 진정으로 지지해주고 자신 또한 타인을 진정으로 포용해줄 수 있는 관계를 희구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 맺음을 할 때면, 이 관계가 내게 실이 되는지 득이 되는지 적확히 파악한 뒤 만약 후자라면 그 관계가 장기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름칠을 해줘야 한다. 이렇게 노력을 기울인 건전한 관계가 때로는 우리가 자의 없이 악연으로부터 받았던 상처로부터 새살을 돋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인간관계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 대화 후 포만감이 남는다

 

 '그 사람과 대화하고 나면 찝찝한 기분이 들어' , '별 대화 안 한 것 같은데 묘하게 기분 나쁘네' , '쟤랑만 이야기하면 기가 다 빨린다'. 


  만약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후 이러한 종류의 묘한 불쾌감과 거북함만이 남았다면 그 관계는 유익한 관계가 아닐 확률이 높다. 진정으로 내게 득이 되는 관계라면 대화 후 이처럼 체한 듯한 기분이 없어야 한다. 아니, 더 나아가서는 기분 좋은 포만감만이 남아야 한다.


  '너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행복하고 배부르게 무언가를 양껏 먹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종종 부모들이 내뱉는 말이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리적인 허기짐을 채우지 못한 부모가 이런 말을 뱉을 수 있는 까닭은 하나다.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는 아이가 섭식하는 모습에서 '정서적 포만감'을 완전히 충족했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관계라면 대화 후 정서적 포만감이 완전히 충족돼야 한다. 예컨대 식사 자리에서 눈앞에 있는 음식보다는 그 사람과의 대화 한마디가 더 맛있는 법이고,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만나도 그 사람과 나눈 대화 몇마디만으로 에너지바를 먹은 듯 기력이 보충되는 법이다.


 


 결국 좋은 관계란 대화 후 허기짐을 남기거나 무언가 얹힌듯한 거북함이 아닌, 양질의 음식을 알맞게 먹은 듯 포만감만이 남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둘째. 그 사람과의 만남 후 자기 발전적 에너지가 발산된다


  긍정적인 관계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은 관계 맺음 후 나의 모습이 진취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해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인간관계는 스스로 하여금 무언가에 자꾸 도전해보고 싶은, 혹은 몇몇 핑계로 잊고 있었던 꿈과 희망을 다시금 스스로에게 고무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일전에 나는 미래에 대한 압도감으로 무기력에 절어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떤 이와의 대화를 통해 이것이 꽤 말끔히 해소된 경험이 있다. 그날의 대화를 기점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몸을 움직일 의욕이 자라났고, 불안감에 젖어 잊고 살았던 미래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보게 됐다. 그 덕분에 자연스레 일상 속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은 자기 발전적인 행동으로 대체되었고 좀 더 활기찬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내게 '이걸 해봐' , '저걸 해봐'라고 떠민 것은 절대 아니었다. 다만 그 사람과의 관계가 시작된 뒤 묘하게 에너지 수준 자체가 상향됐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주도적으로 변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물론 당시의 그 관계성은 일회적이었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장기적으로는 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게 바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해줘야 한다'라고 했던 이유 중 하나다)



셋째. 그 사람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을 칭찬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으로부터 때때로 나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건네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직장에서 있었던 해프닝을 이야기하며 직장 상사나 동료 혹은 사회에서 만난 관계를 언급하며 그들에 대한 험담이나 관계의 고충을 늘여놓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는 그 상대가 없는 자리, 심지어는 그 사람을 아예 모르는 제삼자에게도 그를 칭찬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상황을 연출한다.


  설령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내가 칭찬하고 싶은 그 사람을 모를지라도 '나 그 만남이 참 좋았어' , '나 그 대화가 참 뜻깊었어' , '그 사람 참 대단한 것 같더라' , '그 사람의 그런 점을 본받고 싶었어' 등 그 사람에 대한 인격적인 칭찬과 관계의 뜻깊음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욕구가 마구 드는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란 그런 것이다. 유례없는 감흥과 통찰력을 주어 내 삶에 건강한 자극이 되고 그래서 그 영향력에 대해 여기저기 떠벌리고 싶어 참을 수 없는 관계. 요컨대 그 참을성 없는 가벼움이 좋은 인간관계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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