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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 문제는 시스템이야

'재량'의 무거움과 '시스템'의 필요

by 까칠한 꾸꾸

1966.4.30일 자 중앙일보의 재미난 기사(「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관용적으로 우리는 법이 없어도 될 선량한 사람, 즉 자신의 윤리적 기준대로 살아도 공동체 질서와 관습 등을 자연스럽게 준수하고 남을 해치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다.


「법. 없.이. 살 사람」


이 기사에서는「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을 「법 없이 살 사람」과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나누고 있다.「법 없이 살 사람」은 악자이고, 선량한「법 없이도 살 사람」이 무법을 원하는 자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법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무법을 원하는 자는 강한 발톱과 악의 이빨을 가진 이리떼들이고, 남을 속일 줄도 모르고 해칠 줄도 모르는 선량한 사람일수록 악자의 밥이 되기 때문에 법의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그래서.. 지금도 법이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파악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정보가 쏟아지고, 복잡하고 다양한 거래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 선량하거나 순진한 개개인이 곳곳에 숨은 위험들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굳이 불필요한 법들이 자꾸만 만들어져서 불편하다"는 등의 불평을 하기보다는「법 없이 살 사람(악자)」으로부터 권익을 침해당할 수 있는 선량한「법 없이도 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현실적 생각을 해본다.


권리 위에 잠자지 말라!


법은 사회안정과 질서와 같은 <사회적 신뢰>를 위해 존재한다. 루돌프 폰 예링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언급한 유명한 법언이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채권행사를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태만히 한 자의 권리까지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임금, 이자 등 채권의 소멸시효, 형사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등 살면서 뉴스를 통해서라도 한두 번은 듣게 되는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권리를 찾고,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 약자들이 더욱 권리와 권익에 대한 법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부패방지법은 선량한 공직자를 보호하고, 선량한 국민들의 신뢰를 보호하는 법


내 주변사람들은 이미 청렴한데.. 과도한 반부패 법령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 간 서로 믿지 못하고 신고하는 행위만 늘어나고 있어서 문제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과연, 무고성 신고나 폭로로 인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노력도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사살이다. 하지만, 법 때문에 존재하는 불편함을 없애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수준은 충분할까?


청탁금지법 등 부패방지법은 '공직윤리 철학'과 '준법상식(compliance)'으로 근무 중인 공직들을 규제하기 위한 불필요하고 불편한 법이 아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일 수 없기 때문에, '청렴' 수준이 높은 대한민국 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법 없이 살 사람」들의 이기적인 본성을 통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따라서, 개개인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교육과 함께 '권한'을 행사하는 공직자들 중 「법 없이 살 사람」에 대한 규제기준 마련과 엄격한 통제가 중요하다.


사람이 더 청렴해진 것이 아니다.

핵심은 시스템이다.


최근 공공부문 청렴도평가 결과 등으로 볼 때, 지난 수십 년에 걸쳐서 전반적 청렴문화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은 가장 적은 투자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는 이기적 본성(합리적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겠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더 청렴해서 일까? 권한 행사의 방법과 범위가 모호하고, 위반행위가 발각되고 처벌받을 가능성까지 낮다면 사회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까?

<횡단보도 무단횡단>의 경우로 보자! 경찰관이 없는 곳은 무단횡단이 빈번히 일어난다. 경찰관이 서 있거나, CCTV로 적발하여 과태료를 부과한다거나, 파파라치 신고대상이라면? 아마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얻는 이익에 비해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권한의 행사방법과 범위가 모호하여 재량의 여지가 있다면, 언제나 인간은 이익에 따른 행동은 가능하다.

수십 년 전에는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되면 경찰관에게 신분증과 함께 현금 몇만 원을 건네면 없던 일이 된다는 무용담이 회자되곤 했다.

지금은 어떤가? 단속경찰관 적발과 동시에 전자기기에 등록이 되고, 경찰관의 임의재량으로 없던 일로 할 수가 없다. 기록이 남는다. 그 기록은 감사부서나 타 부서에도 공유되고 감시된다.

오히려 해임 등 중징계와 직무 관련 불법행위자로 5년간 취업제한을 받는 등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의 불이익은 막대하기 때문에, 뇌물을 받을 실익이 없어진 것이다.


치밀한 청렴사회 시스템의 필요성


링컨은 "사람의 성품은 역경을 이겨낼 때가 아니라, 권력이 주어졌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라고 한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을 때 자유의지로 하게 되는 선택이 적나라 한 성품이다. <성품>에 따라 약자를 보호하기도, 자신의 이익을 위하기도 한다.


사람의 성품을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공동체 이익 관련 부분에서 권력과 권한을 사용할 때는 자유재량을 줄이고, 시스템을 치밀하게 만들어 지키지 않을 때의 불이익 조치를 강하게 적용함으로써 일탈행위를 막고 사회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시스템이 치밀할 때, 부패행위의 윤리적 딜레마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감사업무 분야에서도 임직원 개개인의 부패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사후적발과 처벌에 앞서, 교육과 시스템을 통한 예방적 내부통제가 기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부패 법령은 이렇듯「법 없이 살 사람」으로부터「법 없이도 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동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 한다. 귀찮아도 조금은 참아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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