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24개 본선진출 국가들이 참여하여 카타르에서 아시안컵 경기가 있었다. 십여일이 지난 지금 선수들은 모두 소속구단으로 복귀했지만, 다음 경기를 위한 문제진단과 성장전략을 논하기 보다 선수간 분쟁을 이슈로 극단적 책임논쟁과 편가르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하나의 사건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동안 문제들이 쌓이고특정 사건이 트리거가 되어 폭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아프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참고 쌓고 숨겨왔던 문제들을 드러내어 근본원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트리거가 된 분쟁으로 드러난 플레이어(선수) 한 둘을 비난하는 것처럼, 책임과 문제원인을 특정하여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가장 쉽고 간편하게 핵심문제를 회피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조직관리' 관점에서..
Team이란 무엇일까?
학위, 마라톤 등 개인적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면특히 큰 성과를 목표를 한 비지니스에서는 필연적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 '협업'은 둘 이상이 해야 하는데, 단순히 같이 일을 한다고 팀Team이라 할 수 있을까?
Kalzenbach와 Smith「The Wisdom of Teams(1993)」 내용을바탕으로 생각해 보자.
Team이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호보완적 기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상호 책임'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조직의 단위라고 정의된다.
그리고, 고성능(최고의 성과) 팀의 조건은 '대인관계 기술/문제해결/의사결정 등'의 효과적 조합이 있어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구성원 전체가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를 믿고 움직여야 진정한 'High-performing Team'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고성능 팀은 개별적 팀원들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고, 상호보완적으로 작업하며 목표를 달성에 기여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이들의 하모니가 '팀워크'이다.
Katzenbach, J. R. and Smith, D.K. (1993), The Wisdom of Teams
Real & High-performing Team을
위해 분쟁은 '문제해결'의 필수적 루틴
소시오패스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도분쟁을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초부터 큰 성과란 기대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였기 때문에,아무런 논쟁이나 분란도 없이 그 목표를 이뤄내는 것은 극히 이상적인 얘기가 된다.
'싸움(분쟁)'은 어떠한 깊은 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또, 가끔은 싸움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설령 부모와자식이나 형제, 부부 등 관계일지라도 생각이 같지 않기 때문에 팀의 목표와 각자의 역할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분쟁과 갈등은 팀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였다는 반증이다. 시너지가 나도록 서로의 역할을 조율하고 최대한 맞춰갈 일만 남았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여기서 정해진다.
부부싸움도 헤어지기 위한 다툼의 과정이 아니다! 갈등요인을 해결하고 서로의 심리를 건드릴 수 있는 잘못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존중과 이해의 기준을 마련해 가는 필수과정이다. 실제로 분쟁을 피하기만 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뜨뜨미지근한 관계에서 깊은 성취가 이뤄지는 경우를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비즈니스 조직에서의 분쟁도 당연하다. 내부분란은 반갑지 않지만, 문제를 숨기고 불만을 참아내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도진리하다.
팀의 성공을 위해서는 첫째, 팀원 누구나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야한다. 둘째,팀원들은 소통하며 합리적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결정한 기준을 수용하여 함께 노력해야한다. 물론팀의리더와 팀원간의 신뢰와 존중이가장 기본이다.
기업에서 분쟁을 정리하는 통상적 방법
팀장(주장)과 팀원(선수들)간의 분쟁이 발생하면, 사장(협회)이나 인사파트(감독, 코치) 대부분 문제의 본질에 대해 듣고 조직이나 인사 등 조직차원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논의하기 보다,분쟁을 야기한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조용히 지나가도록 설득을 위해 그의 문제행동을 지적 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단편적인 사건이 이유라기 보다는 상당한 기간동안 쌓여온 감정이 특정 사건에서 터진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편이 옳다 그르다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팀내 문제를 일으키고 통제하지 못한 팀장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고, 팀장 지시에 따르지 않은팀원의 잘못이 있다며공평하게 둘 모두를 징계하는 방식으로양쪽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판결을 내리며 마무리한다.
또한, 간부들 누구도 분란을 일으키는 팀원을 좋아히지 않는다. 고위직들과 다양한 소통채널이 있는 팀장은 본인의 억울함과 팀원의 무도함을 성토하기도 한다.
팀원은 하극상을 일으키는 '문제아'로 고위직들에게 낙인이 찍힌다. 평판이 좋은 팀장일 경우에는 더욱 그 효과가 크다. 이러한 패턴이 학습되면, 더럽고 치사해도 직급이 낮은 사람은 참는 것이 미덕이고생활의 지혜라는 단순한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고 참을 때가 더 위험하다. 나는 이런 이유로 집단내에서 자기 생각을 드러내거나 분쟁 상황 자체를 문제라고 간주해 버리는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참고 숨기는 행위가 미덕으로 여겨지게 되고, 갑질 왕따 같은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질수밖에 없다.
Again 2002 FIFA Worldcup
같은 목마름 + 기회에 대한 갈망
인류가 최초 달착륙을 목표로 했던 1969년 NASA의 아폴로 프로젝트, 2002년 대한민국의 예상밖 4강 신화 등 위대한 성취를 이룬 팀들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무수히 많았던 고난을 이겨낸 성공스토리들에서 이유를 찾는 것은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는 것 만큼 달콤하고 유쾌한 과정이다.
그러나, 실패를 돌아보는 것은 숨기고 싶은 아프고 힘든 과정이다. 시험 후에는 오답 노트로 다음을 준비해야한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성공이유보다 실패원인 분석이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실패는 한계를 인식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노력하게 하며,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가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겸손을 가르쳐 준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인내와 탄력성을 길러주기도 한다.
2024 아시안컵에 참여한 선수들의 역량이 역대급으로 뛰어나서 국민들의 기대가 매우 컸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크겠지만, 기대가 크니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비록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팀의 팀워크 활동과 리더와 개별 팀원들이 보여주는 훌륭한 리더십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다.
팀내 문제가 생겼으니 손흥민 선수가 리더십이 부족한 것인가? 리더를 존중하지 않고 개별행동을 한 실수를 저지른 팀원은 퇴출밖에 답이 없는 걸까?
그들은 20~30살의 어린나이에 살벌한 프로세계에서 글로벌한 경쟁력과 실력을 입증한 보물같은 선수이다. 훌륭한 선수들이 교훈을 얻고 더 단단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고잊혀져 가지 않기를 바란다.분쟁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실패에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뺏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면, '더 위대한 team'을 만들어 '위대한 성과'를 내고자 하는 우리의 공통 목표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반성과 질책은 이러한 건설적 논의의 과정에서 충분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