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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Jan 15. 2023

하고 싶은게 없어서 이름 없는 회사에 입사했다.

단정한 위로 |  세상과 부딪쳐 강점을 확인 받아 내는 법

"도담도담(작가명)이는 논리적 사고 능력이 남들보다 좋아. 그리고 어떤 일을 끈기있게 해내는 책임감이 있어.항상 너무나도 크게 잘 웃는 모습에 팀원들도 힘을 많이 받는데, 그 때문에 누가 만만하게 보고 상처주지 않았으면 좋겠네."


국내 회사의 해외 지사에서 근무 하던 마지막 날, 상무님께서 마지막 인사로 해주신 말이다.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10개월의 첫 직장생활이었지만, 입사면접을 볼때 쯤에는 면접지원자인 나에게 회사 이름도, 산업도, 하게 되는 일도 모두 비공개였다.국내 기업 산하에서 극극극극비로 진행중인 프로젝트TF(Task Force) 인원을 뽑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dreamstime

입사하고 나니 내 뒤로 들어오던 다른 신입들은 

- 무슨 산업인지 알려주지 않으면 입사하지 않겠다거나, 

- 입사결정을 보류하고 친구를 시켜, 조용히 회사로 찾아와 진짜 존재하는 회사인지 확인하게 한다거나 

의심의 눈초리를 잔뜩 세우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반면,나는 아무 의심없이 바로 입사를 결정했다.


누군가 왜 그런 회사를 가기로 결정했냐고 물으면, 

그때는 자존심에 "무슨 일 하는지 대충 알겠던데요?"라고 웃기지도 않은 통찰력 있는 척을 해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하고 싶은게 아무것도 없었다"가 맞는 답인 것 같다.



친구들은 밤낮없이 공채를 준비하던 대학교 4학년, 하고 싶은게 단 하나도 없었다.


지금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1.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IT산업은 뭐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컨설팅 펌에는 어떻게 들어가는 것인지,등등 알아보지도 않았고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못했다.

밤낮없이 영어공부를 하고,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며,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면 여러 에세이를 읽었다.

즉, 취업을 위한 정보수집은 하지 않은채,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집착했다.


2.내가 뭘 잘하는지 몰랐다.

내가 뭘 잘하는지를 알아야 나의 강점이 어떤 업무에 맞고,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취업시장을 향해 나를 어필할 텐데, 취업에 특화된 강점어필은 고민해본 적도,해야 된다는 생각도 못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해 본 경험이 없으니 당연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Comfort zone에서 벗어나 뭔가를 이뤄본 적이 없으니 "아, 나 이거 좀 잘했네"라는 생각이 들리가 없었다.



바깥세상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데, 돈은 벌어야 하니, 

이런 나라도 받아주는 회사에서는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어, 한국어, 영어를 할 수 있으면서 나처럼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를 잘 몰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적당한 월급만 주면 괜찮았다. 아니, 땡큐였다.


그렇게 들어간 첫 직장, 그 곳에서 운 좋게도 나는 신입치고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회사 슬로건을 만들어 보는 일부터, 정부와의 협상장에 참여해보기도 했고, 해외 여러 나라들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조사하는 등 규모있는 리서치 업무도 맡았다.


러면서 상사들의 어깨 너머로 어떻게 일하는지를 배우면서,

"너는 전략을 짜야 하는 애야"

"너는 어떻게든 해내잖아" 등등

툭툭 흘려주는 코멘트들속에서 나의 강점들을 주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출처 : 빛과 공간의 미

그 뒤로 나는 그 강점을 키우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 해왔고, 지금은 2년만에 그 시절 연봉의 2배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아무 준비 없이 세상에 뛰어들어보니, 나만의 강점을 확인하는 건, 조약돌을 줍는 일과도 같았다.

혼자 고민하고 책을 보고 사색하는 것만으로는 나의 강점, 남들과는 다른 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을 확인하긴 어렵다.

나를 이루는 수많은 강점과 단점, 걱정과 불안을 가득 품고 파도라는 세상살이에 몸을 맡겨 흔들려보고 버텨보다보면,

존경하고 믿고 있던 누군가가 "이게 진짜 네꺼야" , "너의 이런 부분은 참 빛나" 라고 툭 건드려 줬을 때

비로소 그 조약돌을 자신감있게 주워들고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도와주는 누군가가 없다고?

나도 없었다.

부모님은 나의 약점을 어떻게 감출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잔소리 하기에 급급했고, 

"네가 어떻게..."를 입에 달고 사셨다.


나는 책속에서 어른들을 찾았고, 그 책을 읽은 내가 나에게 어른이 되어주었다.

어디서 들은건 있어서 남들과 비슷하게 노력하는데 내가 조금 더 잘하는게 없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다만 그걸로는 모자랐다, 세상에 기꺼이 부딪쳐 좋은 어른이라고 보여지는 멋진 사람들을 따라다녔다.

더 많은 "사람 데이터 베이스"를 가진 그들이 나의 어떤 조약돌을 눈여겨 보는지도 보고 싶었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에 나가고, 나 자신의 일생을 꾸준히 되돌아보며 찾아보자.


공간, 음악, 책, 기계, 수공업, 등등 남들이 관심 가지는 것보다 더 강렬히 열망하는 것이 있는가, 남들보다 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가, 남들보다 새로운 개념을 더 빨리 캐치하는가, 남들보다 더 힘든 일을 무던히 잘 버티는가, 그 어떤 것도 좋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쉽게 더 잘하는 것들을 모아보자.


그리고 세상에 나가 부딪쳐 보며,

 "이게 내 모래사장에서 제일 빛나는 조약돌이 맞는지 확인을 받아내자"

맞다, 일정 부분 자기 위안이다.그러나 나에 대한 믿음은 세상의 다정한 인정이 있을때 더 단단해진다.


나만의 빛나는 조약돌을 찾았는가?

이제 멈추지 말고 더 큰 파도를 향해 나아가자, 물을 맞고 바람을 맞아 어떤 색다른 빛을 내뿜을지 계속 나를 세상에 던져보자.

출처:별의 바다

절대 걱정하지 말도록 하자.

당신이 지금 원하고 상상할 수 있는 그것, 그쯤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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