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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Nov 27. 2023

할아버지는 손녀의 대학입시 결과가 몹시도 궁금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자기 자식들 대학 가는거에는 관심이 별로 없으셨다.

첫째 딸 호비의 대학입시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뜻밖으로 나와 가족에게 카톡전화를 많이 하시는 분이 생겼다. 바로 아버지(호비의 친할아버지)이다. 


며칠 전, 호비가 지원한 여섯개 대학중 하나의 대학에서 입시 최종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회사 일로 정신없이 미팅 장소로 이동하던 차안에서 아버지(호비의 친할아버지)의 카톡 전화를 받았다. 한국 시간으로 그날 오후 5시에 발표될 예정인 호비의 대학입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전화였다. 시계를 흘낏 보니 한국 시간으로 5시가 되려면 조금 시간이 남았다.  


"한국 시간으로 다섯시 되어야 나올거예요."

"아이고... 너무 궁금하구나."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전화를 끊고나니 문득 나와 내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던 약 30년 전에 아버지가 얼마나 자식들(나와 내 여동생)의 대학입시에 얼마나 관심이 있으셨는지,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라는게 있기나 하셨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일로 바쁘셨던 아버지와 엄하디 엄한 시부모님 모시고 시골집 살림 챙기느라 정신없던 어머니께서는 아들과 딸의 대학입시를 챙길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도통 없으셨다. 어머니에게 "무슨 대학 무슨과 한번 써보려고요."라고 말한게 내가 어머니와 대학입시 상담의 전부였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하고는 이야기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가 어느 대학에 지원하는지를 어머니가 말씀해주신 덕분에 알게 되셨다.


다섯시가 넘은 시간... 가족 카톡방에 호비가 짧은 메세지 한줄을 올렸다.


"A대학교 B과 붙었어."


나와 내 아내 그리고 호지의 짧은 축하메세지가 가족 카톡방에 쭈르륵 올라왔다. 




호비의 친가와 외가에 연락을 드렸더니 모두들 기뻐해주셨다. 하루 종일 호비의 대학입시 소식을 궁금해하시던 아버지는 서툴고 무뚝뚝한 카톡 메세지 한 줄을 보내셨다.


"축하한다." 그게 전부였다. ㅎㅎ


어머니(호비의 친할머니)가 카톡 전화를 주셔서 축하한다는 말을 하시길래 살짝 장난기가 들어서 어머니에게 여쭤봤다.


"근데, 제 기억이 맞다면 저랑 제 동생 대학 갈때 아버지가 이 정도로 관심 없으셨던거 같은데... 아들하고 딸 대학가는 거에는 관심 하나도 없으시더니만 손녀딸 대학 가는거에는 이렇게도 안절부절 하시고 관심이 많으시네요..ㅎㅎ"

"그러게나 말이다."

"그나저나 아버지는 제가 어느 대학 갔는지는 기억하시는거죠? 아니, 제가 대학 간거는 알기나 하세요?ㅋㅋ"


내 농담을 듣고는 어머니가 한참을 웃으셨다.


"아. 저기 전화 끊고나서, 제가 쬐끔 섭섭해 했다고 아버지에게 말 좀 전해주세요.. 아셨죠?"


어머니의 웃음 소리를 뒤로 하고 카톡 통화를 마쳤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나의 농담을 아버지에게 전하지 않을 가능성도 좀 있는거 같아서, 아버지에게도 카톡 메세지 하나를 남겼다.


"ㅎㅎ 제가 대학 갈때에도 이만큼 마음 고생하신거 맞으시죠?"

.....


아버지는 내 카톡 메세지를 보고 읽씹하셨다. 

답장은 끝끝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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