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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설홍 Aug 22. 2024

미국 간호사, 힘들게 일하는 법

나는 현재 남가주 근방 급성기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임상이 너무 싫고, 간호사가 너무나도 하기 싫어서 미국으로 와서 간호사를 그만두고자 했지만 미국 병원에서 일하면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직업에 대한 정체성도 새로 찾고, 생각보다 괜찮은 임상환경에 크게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 전에 이 브런치에 쓴 글들 처럼 나는 한국의 병원환경을 싫어했고, 서로 물고 뜯는 간호사들을 정말 너무나도 싫어했다. 나는 제발 저 선배들처럼 혹은 저런 후배들처럼 굴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지옥같다고 생각하는 임상을 견뎌왔다. 


요즘들어 나처럼 한국에서 이민 온 간호사들이 많아지다보니, 미국 간호사에 대한 콘텐츠도 나름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고, 정말 고생했던 과거의 선배들과 다르게 서로서로 도와주려는 따뜻한 분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크게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오히려 한국 임상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분들도 꽤나 있었다. 아주 개인적이고 편협한 생각이지만 굳이 기술해 보자면 내가 이 곳에서 만난 한국 간호사 분들의 70퍼센트 정도는 미국 임상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신다. (미국 이민 온 한국 임상경력이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에 한함) 그리고 상당한 불만은 갖고 계시는 분들도 많다. 이 또한 개인적으로 분석하건데, 이 곳에 온 대부분의 한국 간호사 선생님들은 한국에서 엄청나게 똑똑하거나 꽤나 좋은 병원에서 근무를 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막상 미국에 와 보니 한국보다 조금 더 지저분해 보이는 시스템에, 혹은 체계가 없음에 혹은 내 처지가 이거밖에 안된다니 하는 (여기서는 외노자나 다름없으니..) 생각에 다방면으로 실망하는 모습들을 봤다. 아래와 같은 마음 가짐은 미국 임상에서 일하는 동안 힘듦을 가득 가져다 줄테니 만약 미국에서 일하는 간호사인데 자신의 힘듦이 가시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이번글은 좀 와일드하게 쓸 예정이다. 


1. 얘네들은 왜이래? 미국애들 일 진짜 못하네. 현지 사람들 무시하기.


- 내가 처음 이 곳에 와서 방황하고 있을 때, 이곳에서 오래 산 한국인 분이 내게 말해주신 것 중에 기억에 남는게 있다. 미국 병원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면, 미국 사람들 무시하지 말라고. 한국인들이 꼭 어딘가에 가면 자기만 잘난줄 알고 미국인들을 무시하는데 절대로 그러지 않았음 좋겠고 두루두루 잘 지내면서 꼭 인맥을 잘 쌓으라고. 한국과 다른 시스템에 조금은 덜 바쁜 페이스라 일을 천천히 하는 친구들도 있고, 내가 알던 방식과 다르게 일하는 친구들도 있다. 미국에 오는 순간 한국이라는 나라는 일본 옆에 있는 나라인줄도 모르는 나라의 사람이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한국어는 굉장히 마이너한 언어중 하나며, 오히려 베트남 필리핀 사람들이 미국에 훨씬 많다보니, 아시안이라고 이야기 할 때, 한국인을 떠올리는 미국인은 드물 수 있음을 염두에 두는게 좋다. 요즘 따라 너무나도 한국의 기술이 좋고, 오랫동안 국뽕에 가득찬 뉴스와 교육을 접하다 보니 한국이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신데(물론 꽤나 최고긴하다), 한국의 임상환경이 훨씬 깨끗하고 좋은 병원들은 교육 시스템도 잘 되어 있다고 감안해도, 그게 미국에서 같은 병원에 일하는 사람을 맘껏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게다가 어쩌다 보면 대부분의 동료가 필리핀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인 경우도 있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간호이민을 많이 온 사람들이다보니, 그들의 인구와 전문성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나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 사람들을 많이 무시들 하는데, 절대 절대 그러면 안된다. 오히려 같은 한국인 보다 필리핀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앞으로의 간호사 인생은 두고두고 피게 될 거니 이를 잘 알고 모두와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병원생활이 아주 즐거울거다. 


2. 내가 영어만 잘했으면 얘네들 다 발랐어. 영어공부 하지 않으면서 영어 때문에 일 못한다고 스트레스 받기

- 제발 집에서 영어로 된 컨텐츠라도 보고 이런말씀 하셨으면 좋겠다. 한국 임상에서 10년을 일해서 경력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영어 때문에 계속 주눅들어 하면서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계신다. 요즘에 정말 맘만 먹으면 영어로 된 컨텐츠를 접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영어가 다소 부족함에도 우리가 병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을 뒷받침 해주는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경력이 영어가 모두 깍아먹는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영어 때문에 인정을 못받아 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건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가두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내가 예전에도 기술한 적이 있지만, 병원을 다니면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돈 받으면서 영어 공부하러 다니네 라고 마음가짐을 바꾸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이랑 어울리지 말라고까지는 못하겠다, 남캘리는 한국인이 워낙 많으니. 다만 집에 있을 때, 혼자 있을 때 무조건 영어로 된 컨텐츠를 접하고 하루 7시간 이상 주구장창 영어만 듣고 모르는 단어 발견하면 다음날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노력을 해 본다면 영어가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아직 영어보단 한국어가 훨씬 편한 사람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한국어를 무지하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다. 어딜 가나 한국어 하는 사람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우니, 한국 환자가 오면 내 모국어를 맘껏 쓸 수 있음에 남들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남들 영어 평가하는데 미국인들 누구도 영어 못한다고 남들 평가 안한다. 그런 평가를 미국인에게 받는 순간, 그 친구에게 너 나 평가하냐고 기분나쁘다고 해도 된다. 내가 너랑 영어로 이야기 하는데, 너 지금 나 한테 그럼 안되지 않냐? 라는 식으로. 


3. 이거 물어보면 얘가 나 무시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절대로 질문하지 않기.

- 한국의 아주 악질적인 임상환경이 선생님들을 다 망쳐놨단거 나도 안다. 그러나, 우리 차지 널스가 항상 하는 말 중 "멍청한 질문은 절대로 없다"라는 것처럼. 질문은 무조건 많이 할 수록 일 열심히 하는 것 처럼 보이니 제발 질문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음 좋겠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나 이거 알고 싶어하고 100번 물어봐도 된다. 물론 너무 많이 물어보면 귀찮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안물어보고 실수하는 것 보다는 백배 낫다. 게다가 미국 임상에는 트래블 널스도 있고, 레지스트리 널스도 있다. 투잡하는 널스들도 있어서 이 병동에서 오래 일 안하면 이게 뭔지, 저게 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무조건!!! 모르거나 애매한게 있으면 질문을 하는게 필수다. 아무도 이것도 모른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프로토콜도 다 다르기 때문에, 진짜 알더라도 한번 더 물어보는게 실수도 줄이고, 동료들이랑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음 좋겠다. 또한, 오히려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으니 - 그만큼 나에게 뭘 많이 물어본다는 것 - 질문하고 도와줄 기회를 많이 주자.



이 정도만 해도 미국 임상이 아주 아주 힘들어 질 것이고 고되어 질 것이다. 어떤 꿈을 이루려 미국에 왔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또 너무나도 대단하신 분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여기서 더 나은 커리어를 쌓고 NP도 하고 돈도 많이 벌기 위해 왔겠지만, 나는 한국의 임상이 싫어서 떠나온 만큼 한국처럼 일하지 말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임상은 나에게 아주 재밌는 곳이다. 병원에서 일하는게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고, 환자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케어해 줄 수 있으며, 동료들끼리도 우정을 다질 수 있는 정말 희한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도 간호사들끼리 서로 잡아먹는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한국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더, 쉴 수 있을 때 쉬면서 일해야 한다. 12시간 근무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길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쉴 수 있을 때 무조건 쉬면서 일하는 것이 좋다.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좀 주워 먹어가면서 그렇게. 


미국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두 행복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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