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뉴스 속에서
한국에서 들린 비극적인 뉴스에 며칠 마음이 뒤숭숭했다. 세월호, 이태원 그리고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건까지. 물리적 거리는 멀어도 피부로 와 닿는 비극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과, 집약적 정보들, 물리적으로 한없이 가까운 거리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는 이런 참사 뉴스에 내도록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이 아팠었다.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이제 한국이 얼마나 강성한 나라가 되었는지를 매일 느낀다. 한국의 소식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으며, 마치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인 것 마냥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트렌드들이 쏟아진다. 더구나 한국 사람들의 능력 또한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
이런 일 들이 일어 났을 때, 가급적 인터넷을 안하려고 하는데 오랫만에 한국 온라인 네티즌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들이 있었다. 그런데, 참 마음이 아팠다. 모두가 원인 규명/진상 규명에 정확하지 않은 소식과 뇌피셜들을 보도로 다루었고 의견을 내었다. 유가족들이나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에 주목하기 보다는 누가 잘못했냐 책임소지를 따지는 것이 가장 먼저인 것으로 보였다. 지금 당장 원인 규명을 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텐데..그냥 비난할 누군가가 필요한 것 마냥 한명씩 등장시키고 있었다. 물론 원인규명 진상규명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내가 근무할 때 피를 말렸던 것들이기도 하다.
무슨일이 일어나면 원인부터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찾아서 원죄를 뒤집어 씌운다. 삶을 살아가는데 대충사는 사람은 없다. 범죄자가 아닌 이상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를 해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각자가 할 수 있는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고, 운이 좋아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원인 파악과 다음에 세우는 안전대책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이 다른 국가보다 빠르고 수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도 빨리 전란 후 복구를 한뒤 이렇게 멋진 나라가 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을 너무 잘 돌린다. 슬프게도 그런 것들이 일부의 기능을 못해도 전체를 못하는 것 처럼 느끼게 한다.
비슷한 시기에 엘에이에서 총격사건이 났다. 도심 한가운데서 난 일이고 심심찮게 들리는 총기사고 소식이었다. 미국의 보도는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목격자의 인터뷰 그리고 경찰이 어떤식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몇 주전에는 말리부에서 대형 산불이 났었다. 이도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규명중에 있다고 하고 최대한 추측을 피했다. 대피소 그리고 피해자 유무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위주로 보도를 했다.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피해가 어느정도인지 어떤식으로 무슨 방법으로 해결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어쩌면 미국이 소송의 나라라 뭔가를 확실하게 말하는게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일들 이후 더 단단한 대책을 세울 생각들을 하나 총기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산불도 계속 일어난다. 대부분은 교육강화에 힘쓰는 듯 하다. 병원에선 MAB class 라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필수로 듣게 한다.
미국의 대다수가 하고 있는 tiktok 에서는 2024년을 보내면서 본인들이 올해 이룬 일들을 이야기 한다. 그렇게 엄청난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했던 일들을 상기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표현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식으로 성장할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담아두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 듯 하다. 그냥, 일어나야 할 일이라 일어났고 이로 인해 새로 배웠다고들 이야기 한다.
아직 여긴 해가 지나지 않아 2024년 12월 31일이다. 새해를 맞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글을 쓴다. 역시 외롭고, 역시 만들어지다 말았다. 앞으로도 몇 년은 좀 그렇게 살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목표로 살아가려고 한다. 새해 다짐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일상처럼 마무리 하고 싶다.
제주 항공 사고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