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급여를 맞바꾸는 시급에서 벗어나야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나는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이다. 생계유지를 위한 건 아니고, 소비를 줄이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더 버는 쪽을 선택했다. 아르바이트 뿐 아니라 와인 관련 사업도 하고 있다. 사업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매출이 없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보통 출근하는 아르바이트는 판교의 한 일식집, 중간관리자가 없다보니 외식업 경력이 있는 나에게 주말에 하루라도 나와서 도와달라고 하기에 시급이 센 편이다. 9시부터 3시까지만 일해도 일당이 10만원, 이 일당은 끊을 수 없는 마약이 되었다.
내 소비는 이제 주말에 일해서 벌어온 돈까지 포함해 마음 속 리미트를 정해버렸고, 갑자기 주말에 일이 있거나 혹은 해당일에 근무하는 사람이 많게 되어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다음 한주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그리고 이 마약은 내 사업에 더이상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 돈을 더 벌고 싶으면 사업을 키우면 되지만, 사업이라는 게 내맘대로 바로 확장되거나 매출이 내맘대로 되지 않고 가까운 미래도 명확히 그려지지 않으니 당장 6시간만 투자해도 받을 수 있는 10만원에 유혹되기 쉬울 수 밖에...
그래서 당장 어렵더라도 마음 단단히 먹고 11월 말까지 나오기 어렵다 말씀 드리며 아르바이트를 끊어냈다. 관계가 있으니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가주겠지만, 내 주수입원으로 더이상 여기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끊어낸 첫 주가 지났다. 막상 한 주가 지나고 나니 쓸 돈이 없다...
그래서 쿠팡 배달로 5시간동안 4만원을 벌었다. 배달 운전을 하며 든 생각이 '시간과 급여를 맞바꾸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둔건데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운전하면서 뉴스나 영어공부 등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지만, 돈을 버는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오늘은 그 배달 아르바이트 마저도 하지 않고, 내 사업자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시야가 넓어진 지금은 예전에 구상했던 소비자 사업보다 더 많은 영역을 염두해두고 있다. 그 동안 매장 내에서만 소비자에게 와인을 판매하고 서비스 하는 걸 하다보니, 10년 동안 외식서비스를 했음에도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손님을 대상으로 긴 시간 서비스 하는 일을 싫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매장 홍보 대신 점점 더 마약같은 아르바이트에 의존했는지도 모른다.
원테이블로 운영하던 매장에서는 와인과 함께다 보니 서비스 시간이 상당히 길고, 그 후 정리해야할 것들도 꽤나 귀찮았다. 4명의 고객 방문 후 내가 닦아야 하는 와인잔만 16개, 테이블 정리 까지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다. '그냥 니가 나태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싫은 걸 어떡해... 이런 것에 성실하고 싶지 않은 건 내 취향이니 존중 바랍니다.
사실 내가 돌파했어야 하는 건 내가 그런 사업의 종류를 싫어한다면 다른 방향의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었다. 사업을 구상하고 그 사업에 필요한 자료를 종합하고, 홍보 방식과 서비스 방식을 정한 후 시도해보고,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전부 문서화 하는 것. 이 것이 내가 했어야 하는 비지니스였다.
오늘 정리해 본 내 사업의 방향은 세가지. 하나는 케이터링에 와인파트를 납품하는 것. 두번째는 다양한 컨셉의 강의를 진행하는 것. 세번째는 업장의 와인리스팅을 컨설팅 하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바틀판매하는 것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건 주사업은 아니다. 이 세가지는 내가 이미 한번씩은 실제로 진행해 본 케이스이기 때문에 돈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사업들이다.
와인에 더 집중하고 즐기며 모든 걸 사진과 글로 남겨서 많은 에피소드를 쌓는 것에 힘을 쏟아내고자 한다. 이 과정을 브랜딩하고 온라인으로 꾸준히 공유하며 이 분야에서 인플루언서가 될때까지 그 과정을 짧은 글로 공유하고자 한다. 그러면 당연히 '구독'을 해야겠쬬..? 짧은 글이 될 줄 알았는데... 마냥 짧진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