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하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마세요
저는 ENTP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MBTI 과몰입 같네요. ENTP가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라는 특징을 가진 MBTI라고 합니다. 저는 원래 말을 잘하는 것에 굉장히 큰 욕구를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와 논쟁을 하게 되면 상대방은 못견디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사실 굉장히 즐겁습니다.
그만큼 저는 토론이나 논쟁을 즐기고, 꽤나 많은 케이스의 대화유형을 봐왔습니다. 지금까지는 상대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 뜯어보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뭐였는지 생각해보는 것 위주로 피드백 해왔지만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케이스가 논리의 구조로 인해서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논리에 이견이 있어서 오가는 대화는 근거에 의한 싸움을 하기 때문에 싸우다 화내거나 분위기가 파탄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토론을 하다 분위기 박살나고, 얘기가 끝나고 나서 남는 건 없고, 심한 말이 오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개소리를 너무나도 당당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하다 보면 '아, 이 새ㄲ...'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이 '세가지의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 사람들이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주언규(전 유튜버 신사임당)님이 어느 채널에 게스트로 나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약 1억이란 돈이 있다면, 1억을 전부 투자해서 사업을 하는 것보다 100만원 짜리 사업을 100번 해보는 게 좋다. 1억이라는 게임을 1억을 투자해서 한번만 하는 게 아니라 더 작은 규모의 게임을 여러번 하면서 승리의 확률을 높여라."
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의 맥락은 내가 가진 돈의 전부를 한번에 투자해서 큰 리스크를 가져가지말고 작은 규모의 사업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확률을 높이자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돈을 한곳에 쏟아서 위험 부담을 가져가지 말라는 말이죠. 하지만 주언규님은 이런 말을 하면 이런 대답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100만원 짜리 사업은 뭐가 있어요?"
전체적인 맥락에 대해 사고할 수 없는 사람은 쉽게 감정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문장의 맥락보다 단어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죠. 토픽이 아니라 단어에 민감한 사람은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듭니다.
"아니 왜 깜빡이 키면서 들어와요?"
"아니 아줌마는 저 뒤에 있었잖아요. 거리도 멀리 있는데 왜 난리에요?"
"뭐요? 아줌마? 지금 나 아줌마라고 여자니까 집에서 밥이나 하라는거야 뭐야?"
토픽은 자기 차선으로 이 차가 들어오는 것이 정당했느냐, 아줌마라고 부른 사람의 맥락은 이미 멀리 있었기 때문에 옆차선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엄한 아줌마에서 개싸움이 되어버립니다. '당신'이란 말도 꽤 많이 들어보는 엄한 단어 중 하나입니다. '뭐 당신? 지금 당신이라 그랬어?'
문해력이란 말이 요즘 굉장히 이슈죠. 예전 '심심한 사과의 말씀'부터 해서 요즘 사람들의 문해력에 대해 우려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문해력이 부족으로 인해 맥락파악이 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중에 비즈니스를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해력이 부족할 순 있습니다. 저도 쉬운 말중에서도 모르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이 사건에서 제가 정말 경악했던 건 내가 이 말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라는 말을 너무 당당하게 했다는 겁니다.
사과 앞에 '심심한'이란 말은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면 찾아보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사과 앞에 심심한 이란 말은 너무한 거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이건 그런 뜻의 공손한 말이라고 알려줘도 왜 내가 모르는 말을 해서 사람 창피하게 하냐 아는 단어를 써야지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찾아볼 기회는 여러번 있었지만 끝까지 단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다는 거죠.
모르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모르는 걸 찾아보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않고 멍청이로 살겠다는 태도는 창피한 게 맞습니다. 엄한 곳에서 당당해지지 맙시다.
- 토론에서 하면 안되는 말 '세가지'
1. 아니, 근데, 솔직히
뭔가 귀에 맴돌죠? 아니~ 라는 말은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쓰는 말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상대의 말에 긍정을 할때도 아니~ 로 말을 시작합니다.
'아니'와 '근데'는 우선 기본적으로 부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너의 말에 동의하지 않다는 의사가 명확한 단어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문장 앞에 습관적으로 붙이는 태도는 고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부정적인 말을 하고 사는지 반성해봐야 합니다.
여기에 '아니~ 근데 솔직히' 라는 말은 콤보의 타격효과를 줍니다. 무분별함의 끝을 보여주죠.
그런데, 근데 라는 말을 쓸거면 정말로 반전되는 의견을 이야기 해야 할 때 문장 중간에 섞어서 쓰시고, 최대한 그런데 보다는 그리고, 그래서 라는 접속사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 라는 말은 어미에 '아니야'라는 말로 사용하고 습관적으로 아니~로 말을 시작하는 것은 고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같은 말을 반복하면 당신이 말하는 그 반복적인 단어는 힘을 잃게 됩니다.
2. 비난
또 정말 나쁜 습관 중 하나는 '비난'입니다. 비난은 태도적으로도 악의적이고 논쟁을 하다가 비난을 한다는 건 이 토픽에 대해 너와 성의있는 대화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입니다.
비난의 말이 뭐가 있을까요?
"너 진짜 꼰대같다"
"고집 진짜 세네"
"야 길가는 사람 다 붙잡고 물어봐 니 말이 맞다고 하나"
"됐다 너랑은 어휴..."
"야 진짜 전 남친이 너랑 왜 헤어졌는지 알겠다"
"오빠는 기본적으로 오빠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야"
"말을 말자"
"넌 뭐가 잘났다고"
"너는 진짜 나 아니었으면 한대 맞았어"
"대체 경제를 어떻게 배운거야?"
"난 너같이 말하는 애는 처음 봤다"
이런 말들의 문제는 첫째, 아까도 말했듯 이 토픽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할 마음이 없다는 겁니다. 내 정당성은 잃기 싫지만 이 토픽을 이어가면 상대 의견에 질 수 밖에 없어서 돌려하는 말이 비난의 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이런 말들은 폭력적이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입니다. 말싸움 만으로 상대에게 상처주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건 악의적인 행동입니다. 의도는 없었다는 말은 필요가 없습니다. 의도가 없었어도 상대에게 해를 가했다면 나쁜 짓을 한겁니다. 이는 꼭 반성하고 비난의 말을 하지 않게 노력해야 합니다.
3. 당연히, 기본, 상식, 원래
이런 말들은 언쟁에서는 정말로 나오기 힘든 말 중 하나입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것은 원래 당연한 기본 상식이지만 논쟁은 이런 누가봐도 당연한 명제를 두고 싸우지 않죠.
이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내가 제시한 의견이 맞다고 우기기는 하지만 근거가 충분치 않을 때 혹은 근거가 틀릴 때 저런 말들을 사용해서 내 의견에 근거 없는 정당성을 주고 싶은 겁니다.
"아니 11시가 됐으면 당연히 전화 해야하는 거 아니야?"
"응? 우리 11시에 연락하기로 했어?"
"아니~ 친구랑 만나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11시에는 연락해줘야지"
"미안한데 나한테는 그런 룰은 없어서, 하지만 니가 원한다면 내가 그 시간에는 꼭 전화할게"
"아니 11시에 전화 하는 건 상식 아니야 원래?"
근거는 없지만 내 말이 맞다고 우길 때 쓰는 스킬입니다. 이런 말들은 정말 내가 앞으로 사고 해야할 것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위험한 말입니다. 나는 사고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거고, 앞으로 더더욱 당연히 원래 기본 상식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겁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글로 평소에 말문이 막혔던 분들은 '아~ 이런 것 때문에 내가 말문이 턱 막히고 할 말이 없었구나'를 알게 되었을테고, 어떤 분들은 '나 저런 말 진짜 자주하는데..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만 한다고 해서 바로 바뀔 순 없죠.
팁을 몇가지 드리자면,
첫번째, 토픽에서 벗어나지 말 것, 토픽 안에서만 언쟁을 하세요.
A
"이 건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확실히 해둬야 합니다. 전달사항에 대해 구두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포스에 메모기능으로 '텍스트'로 전달하겠습니다."
"어린 게 진짜 다 명령이네, 야 니가 하라면 해야돼?"
"일을 그렇게 하니까 나이어린 점장한테 훈계나 듣고 살죠. 왜 그러고 사세요?"
B
"이 건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확실히 해둬야 합니다. 전달사항에 대해 구두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포스에 메모기능으로 '텍스트'로 전달하겠습니다."
"어린 게 진짜 다 명령이네, 야 니가 하라면 해야돼?"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점장으로 앉아있습니다. 나이와 관계 없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전달사항에 대해 텍스트로 전달하는 방식이 맘에 안든다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방식을 말씀해주세요."
평소에 어떤 패턴으로 대화하셨나요? 관계없는 토픽으로 넘어가면 다시 토픽을 돌려야 합니다. 비난에 비난으로 맞대응 하지 마세요. 나도 상대에게 비난을 뱉는 순간 나중에 이 문제가 공론화될 때 나 또한 정당성이 없어집니다. 나중에 공론화될 때 내가 B와 같은 태도를 유지했다면 모두들 제 편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토픽에서 벗어나는 걸 다 통제하게 되면 상대가 분해서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 격해진 감정대로 행동하지 말 것
사람은 아무리 토픽안에서 비난하지 않고 싸우려고 해도 컨트롤이 되지 않고 격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장 정리되지 않는 생각으로 설득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서로 시간을 갖고나서 이야기 하는 겁니다. 싸우다가도 말하기 싫다면서 이놈의 집구석 하고 밖에로 나가버리면 정말 격해질 수 밖에 없고, 해결되지 않은 갈등으로 남아 다른 갈등의 또 다른 씨앗이 되어버리죠. 격해졌을 땐 누구 한명이 "우리 너무 격앙되었어, 30분 정도 시간을 두고 이따 이야기할까? 저기 앞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자."
이렇게 말하고 나가는 것과 그냥 나가버리는 건 정말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젠틀하게 이 고조된 분위기를 컨트롤하고 각자 자기 시간을 가진 후 생각을 더 정리해서 안정적으로 다시 언쟁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번째, 뭐든 백지부터 뜯어보는 습관을 길러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겁니다. 사고를 확장하고자 하는 목적이죠. 논리가 부족한 이유는 위 세번째 말처럼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겁니다. 내가 근거를 말하지 못하고 그건 원래 그런거야 라는 걸로만 사고를 한다면, 저건 왜 당연히 저렇게 되는거지?라며 의문을 가져봐야 합니다.
예전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소장인 유튜버 크로커다일이 한창 가짜사나이가 인기 절정일 때 가짜사나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런 컨텐츠가 노출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이 분이 했던 말 중 하나가 '협동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말이었습니다. '협동심'이라는 건 다수와 공통적인 목적을 위해 내 목적을 희생하는 것이기에 좋은 뜻은 아니다. 개인과 개인은 협의의 과정을 거쳐서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혀가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합니다. 협동심은 군대처럼 한가지 목적을 위해 명령을 시행하는 집단이기에 필요한 덕목이지만 그게 정말 내가 사는 사회에서도 필요한 건지 생각을 해보자는 거였죠.
그리고 뒤에 했던 말에 감명받았습니다.
"내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덕목들 있잖아. 그런 것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을 해봐 정말 그게 맞는지."
생각은 여러모로 확장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아젠다에 끌려 다니기 쉽습니다. 그렇게 어젠다에 끌려다니다보면 나만의 세계관도 없고 주체성을 잃게 됩니다. 일반적인 여론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고 더욱 눈치를 보고 사는 삶을 살게됩니다.
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 건강한 언쟁과 논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마음에 쓴 글이니 뭔가 의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논쟁의 초점을 올바로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의 사회생활은 더욱 더 평탄해 질거라 생각합니다.
아래는 제가 상대방과의 대화를 좀 더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큰 도움이 된 영상입니다. 영상 소개로 오늘 글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