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매장 원칙이어서요~ 원래 안되시는 데 오늘만 해드릴게요
아~ 저희 매장만의 원칙이어서요! 원래는 안되시는데 오늘만 해드릴게요.
뭔가 들을 수록 불편한 말들입니다. '오늘만 해드릴게요'는 상황 상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오늘 꼬집고 싶은 건 '저희 매장의 원칙이어서요'라는 말입니다. 오늘은 짧은 제 에피소드 하나 들려드리면서 간단하게 서비스 매뉴얼에 관한 제 의견 좀 덧붙여 볼게요.
사무실에서 일하다 점심시간에 밖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씩 테이크아웃 하려 카페를 들렸습니다. 다른 직원은 달달한 흑당라떼를 주문하고, 저는 그 카페의 커피향이 정말 좋아서 아메리카노보다 '에스프레소'가 마시고 싶어 에스프레소를 테이커웨이로 요청드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 저희 에스프레소는 테이크아웃으로는 안되세요."
저는 진짜 너무 황당해서 '네?'라고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물어봤습니다. 안되는 이유가 맞는 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사용하시는 종이컵에 주셔도 된다고 하니 '저희 매장만의 규칙이라서'안된다고 합니다. 그럼 얼른 여기 서서 마시고 가겠다고 하니 '아 그러면 저기 QR코드 인증 해주셔야 돼요'라고 하더라구요.
슬슬 짜증이 올라와서 또 제 성격대로 질러버렸습니다.
"그럼 따뜻한 아메리카노 주시는데 물은 넣지 말고 주세요."
어차피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가격이 같은 매장이었고, 물을 넣지 않고 주면 그게 어차피 에스프레소인데, 규칙에 너무 얽메이다보니 본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논리가 생겨버린겁니다. 대체 어떤 프라이드가 있어서 로스팅을 하는 매장도 아닌데 저런 되도 안되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고객과 대척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더 띵받게 하는 마지막 멘트로 저는 다신 그 곳을 가지 않습니다.
"아 원래 안되시는데, 오늘만 해드릴게요."
저런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규칙을 내세울수록 내 매장을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고객을 하나 둘 더 만들어가는 겁니다. 에스프레소를 테이크아웃으로 가져가시는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에 맞는 컵을 준비해두는 건 낭비일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고객에게 에스프레소를 주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여기서 '그냥 한 잔 안팔면 되지'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고객은 제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처럼 다시 가지 말아야 할 카페가 되는 겁니다. 주변에 거기 아니면 커피를 못마시는 것도 아니고...
좀 더 맞는 응대는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아 고객님, 에스프레소는 테이크아웃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저희가 맞는 잔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좀 크긴 하지만 저희가 본래 사용하는 종이컵으로 드려도 괜찮을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고객의 요청을 차단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안으로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이건 서비스의 기본입니다. 어제도 어디 와인바에 방문하면서 주차에 대해 여쭤봤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아 저희는 주차 해드리지 않아요'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응대를 보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 방문하시는 분들은 옆 건물 매장의 유료주차장을 이용하십니다'라는 제안을 해야죠.
상황 상 납득이 되지 않는 걸 원칙이라는 말로 휘두르지 맙시다.
물론 그 매장 만의 사유로 충분히 거절해야 하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럴 땐 정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발 아무리 매장 측의 규칙이 있다고 해도 제발 고객에게는 '규칙, 규정, 원칙'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마세요. 납득이 가는 이유를 이야기 하면서 거절을 해야지, 사유에 대한 설득의 의지 없이 이 무시무시한 단어로 벽을 쳐버리면 안됩니다.
문제 발생 - 사유설명과 함께 요청 거절 - 고객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
서비스에서는 고객에게 불편함을 끼치게 된다면 이 순서로 응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PUB이라 가정했을 때 대부분 음악이 템포가 빠르고 소리가 클 겁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가는 분들을 위해 음악에 대한 설정을 그렇게 해놨겠죠. 이런 경우 가끔 레스토랑과 펍의 장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분들이 이런 요청을 가끔 합니다.
"저희 음악 소리 좀 낮춰 주시면 안돼요?"
저는 이 제안은 정말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본인의 테이블만을 위해 매장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라는 말인데 대체 그 공간에 대해서 어떤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그런 요청을 대놓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거절하실건지 이야기 해봐야겠죠. 이럴 때 제발 '아 음악 볼륨은 저희 매장 규칙이어서요.'라는 말로 거절하면 안됩니다. 고객에게 납득이 가능한 사유를 이야기 해야죠.
"고객님, 불편하시겠지만 저희 매장 전체의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님의 요청을 들어드리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원하신다면 스피커에서 좀 떨어진 자리로 옮겨드려도 괜찮을까요?"
이게 맞는 응대겠죠. 거절을 하되 고객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건 결이 조금 다른 예시이긴 한데, 규칙과 규정, 원칙 이란 단어가 얼마나 쓸모 없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인 것 같아서 이야기 해볼게요. 인스타 릴스에서 봤던 통화 내용이었습니다. 네일아트 예약 시 예약금으로 2만원을 걸었고 노쇼를 했던 고객인 것 같아요. 그 고객이 전화를 해서 욕설과 함께 돈을 내놓으라며 고발을 하겠다 어쩌겠다 막무가내로 굴었던 통화였습니다. 저는 이 통화에서 네일아트 업장 측의 응대가 정말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이 네일아트 측에서는 통화 내내 '규정'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라는 단어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구는 고객에게 설득이 될까요? 물론 눈까리가 돌아서 설득이 되지 않는 상태인 건 알지만 그럼 적어도 상대가 찍소리 못하게 논리로 눌러야죠. '고객님 예약금은 규정 이에요 규정'이란 말보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노쇼로 인해 저희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끼쳤습니다. 예약금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그런 점을 충분히 고지했음에도 고객님께서 예약금을 지불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리고 노쇼를 하셔서 저흰 그 시간에 다른 고객의 예약을 받지 못했으며,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 저희는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합니다. 이 이상 더 억지를 부리신다면 저희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럼에도 억지 부릴 건 알지만 전 이렇게 이야기하고 바로 통화 종료했을 것 같습니다. 설득이 되지 않는 '규정'이라는 단어만 이야기하면서 악성고객의 욕설을 듣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규정, 원칙, 규칙'이란 단어를 서비스할 때 사용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설득이나 납득이 되지 않아요.
첨언 하자면 소비자보호원에서 제시하는 환불규정 가이드가 있습니다. 유용한 정보일 것 같아서 소개 드리자면 - 예정일 3일 이전까지 취소는 예약금 90%환불, 2일 이전까지는 50%, 1일 이전까지는 20%, 당일 또는 예약시간 지난 후엔 전액 미환급 - 이란 '규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네일아트 사장님은 '규정, 규정'만 외칠 게 아니라 '소비자보호원 환불규정 가이드 라인'에 따라서 저희도 환불해드리긴 어렵습니다. 라고만 했어도 찍소리 못했을거에요.
어떠한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고객에게 요구하는 그 어떤 판단이든 그 판단은 각 업장의 업주들이 하겠지만 그 판단과 선택이 득이 될지 해가 될지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끝까지 에스프레소는 테이크아웃으로 주실 수 없다고 말씀하신 대표님, 대표님의 판단이겠지만 그에 대한 비판도 감당하셔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