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어 금지
서비스에서 부정어라 하면 고객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말투가 퉁명스럽다거나 불친절한 모습을 생각하실 것 같은데 서비스 부정어는 친절한 태도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친절하지도 않은 태도까지 겸하면 더 문제가 되지만 여기서 말하는 부정어는 말 그대로 'NO'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거절하지 말라는 뜻이냐, 분명 거절해야 하는 상황도 오는데 무조건 'YES'라고만 해야 하냐?
당연히 아닙니다.
그 거절을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위에 문장에서 저는 "'NO'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의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거절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부정어에는 여러 케이스가 있지만 제가 오늘 중점적으로 다뤄보고 싶은 배려 속에 담긴 부정어에요. 그것을 잘 보여주는 케이스가 리섭님 영상에 있어서 한 번 가져와봤습니다.
근데.. 그런게 있어요.
공부를 안 할 생각인 사람들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안전지향적'인 본성이 있기 때문에
내가 운전하다가 잠깐 커피 사러 들어간거면 몰라도
친구랑 수다떨려고 여길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 앞에 저런게 붙어 있으면
'2시간 이내에 나가라'라는 식의 메세지가 써 있으면
"아... 그냥 다른데 갈까?"
이렇게 됩니다.
물론 저 안내문에 2시간 이내 나가라고 써있진 않습니다만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크게 받아들인다는거죠.
(2시간 이내 '개인 업무 및 독서'라고 되어 있어도 사람들은 2시간 이내 라는 말만 보게 되어 있음)
그래서 카페 점주 입장에서도 이런 걸 붙여놓는 게 조금 싫은 거야.
이게 실화입니다.
카페가 보통 한 10시 정도까지 하잖아요.
근데 친구들이랑 얘기 하려고 카페를 가려고 하는데
특히 남자들끼리는 카페 가면 길어야 1시간이야 수다 떠는게.
우리가 8시에 남자들끼리 모여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어디 카페 가서 얘기나 좀 하자" 하고 카페를 들어갔더니
"여기 몇 시까지 해요?"라고 물어봤어요.
날이 어둑어둑해져 있었으니까
그 사장님이
"저희 10시까지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는 거야
근데 우리는 애초에 2시간이나 필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8시에 들어가서 10시까지면 충분하잖아
근데 사장님이 저렇게 얘기하니까 우리가 움찔하게 되는거야
"아 그냥 딴데 갈까?... 아 알겠습니다"하면서 나왔어!
그래서 나오고 나서 생각을 하니까
"근데 우리가 그렇게 할 말이 많지가 않은데..? 우리 왜 나온거지?"
하면서 약간 짜증이 나는거야
2시간의 제약이 걸린다는 것 자체가 이게
들어가는 입장에서 이상한 스트레스를 받게 돼.
들어가는 순간부터 째깍째깍
커피 나오는 것도 이렇게 안절부절하면서 기다리게 돼
그래서 이게 심리적으로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위의 케이스를 보면 사장님은 정말 고객의 시간을 망칠까 우려되는 마음에 배려를 한다고 했는데 사실 저렇게 염려스럽게 이야기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저라면 오히려 "저희 10시 마감이니까 시간 많이 여유롭습니다!"라고 했을 것 같아요.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부정어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우선 접근 자체를 막아버린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정말 흔한 일입니다. 그래서 알바생이 마감 시간 다가오는 와중에 고객이 오면 '제발 나가줘'라는 기대감으로 '저희 30분 뒤에 마감인데 괜찮으실까요?'라면서 물어보잖아요. 본능적으로 이렇게 제한을 주면 고객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아는겁니다.
접근을 막아버린다는 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생긴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막아버린 고객이 하루에 한두 팀이어도 한달이면 30팀입니다. 30팀이 3만원에서 5만원정도의 테이블단가라고 한다면 손실이 적지 않죠. 혼자 운영하는 자영업자 분들은 그런 것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온다는 걸 깨닫게 되면 이런 태도는 자연히 고쳐지지만 월급을 받는 직원들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정어에 대한 교육이 정말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안보는 사이 직원들은 본능적으로 고객을 내쫓고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두번째는 부정어로 고객에게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주고나면 방문은 하더라도 한번 부정적인 뉘앙스를 경험한 고객은 그 매장에 대해 즐기려는 마음은 싹 사라지고 '평가'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혹시나 이런 연구 결과가 있나 chat gpt에 물어봤습니다.
논문을 전부 읽고 쓰기엔 시간이 없어서 추후에 논문 내용을 활용한 교육자료는 제 전자책에 추가해서 실어볼게요.
우리가 고객이 불편할 것을 염려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전화를 하거나 입장 전에 여러 제한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면 고객은 의도하지 않아도 그 매장에 대해 평가를 하려는 태도로 바뀝니다. 놀러나와서 그저 즐기려고 방문한 매장에서 이성적인 태도로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을 몇차례 하게 되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죠.
우리는 꾸준히 이 매장이 어떤게 좋고 어떻게 즐기야 하는지 그리고 이런 것 저런 것 여러 컨텐츠를 고객에게 끊임없이 설명하여 이성의 끈을 놓게끔 해야지 고객에게 이성적 태도를 요구하면 안됩니다. 여러분들도 경험해봤을거에요. 어디 매장에 즐거운 마음에 들어갔는데 시간이 어쩌구 메뉴가 어쩌구 하면서 여러 제한들이 걸리는 순간 들뜬 기분은 가라앉고 그때부터 여기 음식 맛이 어떤지 서비스가 어떤지 청소 상태는 어떤지 이런 것들을 살피게 됩니다. 그리고 그 평가는 긍정적인 상황도 부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부정어의 케이스를 보면
1. 부정 이후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경우
2. 진짜 거절 해야하는 경우
3. 굳이 거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거절하는 경우
4. 굳이 배려할 일이 아닌데 지레 겁먹어서 하는 배려의 경우
1번의 경우는 정말 대놓고 부정어인 경우죠. 예를 들어서 '여기 혹시 콜라 있어요?', '아뇨 없어요.'이런 경우죠. 사장이 이런 태도면 그냥 장사 하지 말라고 얘기 하고 싶네요. 보통 CS를 교육하는 분들이 이야기 하는 부정어가 이 내용입니다.
'그럼 콜라가 진짜 없는데 어쩌라는 거냐'
대안을 주셔야죠. 저렇게 말하는 건 영혼이 없어서 그래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뭔가를 찾으면 정말 저렇게 딱 잘라서 '아니 없어'라고만 할건가요. '어 아니 없는데, 혹시 그럼 이거라도 줄까?'라고 하죠 보통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여기 혹시 콜라 있어요?'라고 한다면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가 콜라는 없고 대신에 제로 음료로 만든 에이드가 있습니다. 음식하고 드시기에는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라고 대안을 줘야 맞는겁니다.
2번의 경우는 정말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럴 땐 대안 없이 거절해야 맞습니다. 공항의 보안 요원이 물을 몰래 가지고 들어가려는 승객에게는 '액체류는 반입이 불가합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해야겠죠.
얼마 전 크리스마스였죠. 이미 예약이 디너 1부 2부가 거의 만석이었고 딱 한자리만 비어 있던 상황입니다. 당일에 예약 문의를 했고 시간에 맞춰 찾아와 자리를 안내했지만 고객이 창가자리에 앉으면 안되냐고 요구했던 상황입니다. 저는 약간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고 이럴 경우엔 가장 늦게 예약을 했기 때문에 자리 선택권은 없다고 거절해야 맞는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자리선택권에서 우선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예약을 한 것일텐데 그런 분들보다 나에게 좋은 자리를 달라고 하는 건 애초에 요구조차 하지 말아야 생각합니다.
3번의 경우는 진짜 장사 하지 말아야 하는 케이스입니다.
제가 이전에 썼던 글 중 어느 한 카페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제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던 차에 테이크아웃을 요청했더니 '에스프레소는 테이크아웃이 안됩니다'라고 했고, '컵이 커도 상관 없으니 그냥 달라'는대도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메리카노랑 에스프레소가 가격이 같길래 '그럼 아메리카노에 물 빼고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정말 싫어하는 말 '원래 안되시는데 해드릴게요'를 덧붙여 말하고는 떫더름하게 내놓더라구요.
여기서 문제는 절대로 납득이 될 수 없는 걸로 고객과 실랑이를 만든 것입니다. 정말로 본인들의 사정이 있다고 한다면 정중히 상황을 설명해야 맞는거지 고객에게 말도 안되는 거절을 하면 안됩니다. 영등포에 카페가 거기 하나 뿐인 것도 아니고 무슨 깡인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4. 굳이 배려할 일이 아닌데 지레 겁먹고 하는 배려
저는 이 4번이 운영할 때 부정어 개념 중 가장 위험한 개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분명히 매우 친절히 응대하지만 고객에게 부정적인 피드백만 돌아오고, 점점 고객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게 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내 행동을 포기할 수 없어요. 왜냐면 나는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의견이 분분할 것 같지만 저는 계속 매장을 운영한다면 제 방식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오후 2시에 전체 대관 예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11시 30분에 5명 정도 규모의 런치 예약이 딱 한 팀 있었습니다. 당연히 변수 없이 예약을 그대로 진행하고자 했지만 당시 대표님께서 이 고객에게 1시 30분까지만 이용하실 수 있다는 양해 전화를 드렸냐고 물어봅니다. 그래서 전 '굳이 그런 전화를 왜 해요 런치에 2시간이면 충분하고도 남죠'라고 했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화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제로 작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외식업이 처음이기도 하고, 늘 사무적인 비즈니스만 하다보니 조금이라도 변수가 생길 것 같으면 양해를 구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만 외식업을 쭉 해오던 저는 '고객은 식당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전화를 하더라도 고객은 식당에서 오는 전화는 스팸정도로만 생각하지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괜히 걸려 넘어지지도 않을 장애물이 있다고 굳이 전화하면 취소될 가능성만 높아지지 '아, 이 매장은 고객을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5명의 식사자리가 괜히 변수가 생길까 싶어 예약을 취소할 가능성만 높아집니다. 2명 3명 예약과는 다르게 5명 6명 규모의 예약은 고객이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취소될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대표님이 고객에게 전화를 드렸고, 정작 그 고객은 50분 정도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단독으로 큰 룸을 드렸음에도 그 고객에게 리뷰로 컴플레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미 방문하기 전부터 당신에게 부정적인 상황이 생겼다고 하면 고객은 입구에 들어설때부터 이 매장을 판단하기로 마음먹게 되어 있습니다.
컴플레인의 내용은 '이 곳은 식사 하기에는 메뉴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 곳은 와인바여서 식사메뉴가 부족한 곳이 맞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감정이 그 전화 하나로 이미 상했기 때문에 '와인과 즐기기에 좋은 메뉴들이에요!'라는 리뷰 대신에 식사 메뉴가 부족하다는 리뷰가 되어버린 겁니다. 부정적인 말을 전달하는 건 이런 큰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서비스맨으로서 고객이 방문하면 군소리 없이 최대한 만족을 드릴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옳지, 내가 당신에게 조금은 불편을 드릴건데 괜찮으세요? 라고 물어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이 태도는 그저 고객이 문제를 제기하면 '난 미리 말했다, 나는 잘못한 거 없다?'라고 밑밥 깔려는 것 밖에 안됩니다.
지금 사례는 위에 처음에 소개한 사례와 결이 같습니다. 고객이 겪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해서 굳이 매출을 깎아먹는 아주 미련한 행위입니다. 이것이 마치 고객을 생각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 깨어나셔야 합니다. 고객을 생각하는 척 하면서 그저 자기 마음이 편한 것을 택한 것 뿐입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대로 보게 되어 있습니다. 나는 배려의 말로 고객에게 마감시간을 알려줬을 뿐이지만 고객은 들어오지 말라는 뜻으로 알아듣습니다. 이건 고객과 업주 이 두 관계 중 그 누구도 위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매장을 위해 앞으로도 좋은 의견과 팁 더 많이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