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금이 좋다
서른이 되었습니다. 스물을 애타게 기다렸던 만큼은 아니지만 어딘가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던 스무 살처럼 서른에도 비슷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벌써 서른을 14일 살아봤는데 아직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왠지 슬픈 감정이 느껴집니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라는 노랫말이 떠오르는데, 역시 모든 건 마음에 달린 일이겠지요.
서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올해엔 만 나이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저는 딱히 반갑지 않습니다. 만 나이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라던지, ‘불혹’, ‘지천명’ 같은 단어에 담긴 느낌을 전해주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서른이 되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점은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사랑이 깊어지게 해주는 귀여운 아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을 생각하니 더 멋스러운 서른을 만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서른이 되어버렸지만 서른이라는 사실이 좋습니다. 내게는 과거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눈물겨운 장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들을 견뎌 온 내가 기특하게 느껴지는 지금입니다.
서른이 된 기념으로 다짐을 하자면 앞으로도 이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래, 지금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 말입니다. 후회로 가득 찬 한숨보다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삶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