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함 터져들 보셨어?
애틀랜타 신혼집에서의 일이다. 고된 일주일이 또 지나가고 주말이 되어 혼곤한 아침 늦잠을 푹 자고 있었다. 그런데 빗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응? 비가 오나? 실눈을 뜨고 암막커튼이 쳐진 창가를 보니 땡볕이 들이치고 있었다. 응? 소나기 같은 건가...아웅.. 졸려..
깜빡 다시 잠이 들었다.
'오빠!! 오빠!!!! 나와 봐!!!!! 이거 진짜 웃겨!!!!'
아내가 깔깔대며 거실에서 나를 다급히 불렀다.
응? 뭐라구?
주섬주섬 일어나 3층인 우리집 볕마루(베란다)로 나갔다.
맑은 하늘에 비 쏟아지는 소리의 정체를 알았다.
유후~~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웃긴다!!! 저게 뭐야 깔깔깔
역시 미국은 살 수록 맛이 나는 나라.
만화 같은 데에 저런데 앉아서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 같은 게
다아 현실에 기반한 '극사실주의 만화'였구나.
행여 일상이 지루할세라, 저렇게 주말 이벤트도 해주는 아파트.
앞동의 소화전이 터져서 웬 간헐천이 솟아나고 있었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악
으하하하하하 깔깔깔 진짜 웃긴다! 미국엔 역시 별일이 다 있어!!!
우린 볕마루에서 신이 나서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저기에 차 댄 사람 누구야 아하하하하
응? 가만있어봐. 내가 차를 어디에 댔더라?
으악!!!!! 저거 우리차잖아!!! 저거 어떡하지?!! 차를 빼야하나? 그냥 놔둬도 되나?!!!
좀 기다려도 아파트에서 오가는 낌새도 없다.
아내는 그냥 놔두라는 걸, 차를 빼기로 했다.
아무리 차가 폭우를 맞아도 되게 설계되어 있어도
분당 저렇게 많은 물이 쏟아져내리는 것까지 감안했을 거 같진 않았다.
검색해보니 그러면 결국 물이 들어가지 말아야할 곳까지 들어간단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결단을 해야했다. 내가 젖느냐 차가 젖느냐 사는게 문제로다
여러 접근법을 고려한 끝에
우산을 펼쳐들고 차에 타기로 했다.
그렇게 씩씩하게 우산을 펴들고 차문을 여는 순간,
이건 도저히 무슨 우산을 접어서 차 안으로 들였다간
차 문과 시트가 홀딱 젖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국 엄청난 물을 맞고 있던 우산은 편 채로 그냥 바닥에 내동댕이.
차 문을 닫고 파워 후진을 했더라는 슬픈 이야기올시다~
사진- Pixabay 간헐천,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