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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inrich Jan 06. 2023

장애인 이동권

feat. 차별

아래 내용은 그저 제 머리에서 나온 내용이라 읽기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다면 사과드리고,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민감한 주제이니만큼, 장애와 관련된 내용이 불편하실 것 같다면 이 아래는 더 이상 읽지 않으시는 것이 나으실 수도 있습니다.


독일 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장애를 가지신 분이 길에서 꽤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뮌헨의 버스는 우리나라 식으로 이야기하면 탑승 높이가 낮은 저상 버스가 많았는데,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타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물론 꼭 장애가 있어서만이 아니라 연세가 많으셔서 전동 휠체어로 움직이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기사님이 잠시 내리셔서 휠체어 탑승을 위한 발판을 내려주시고 장애인 분의 탑승을 도와주신 후 다시 운전하시곤 했습니다. 출퇴근을 버스로 하지 않아서 버스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지하철에 해당하는 S-반이나 U-반에서는 출퇴근 시간에도 휠체어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에서는 대부분의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장애인 분의 탑승으로 인해 지체되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사람이 많더라도 여간하면 우리나라 지옥철 같지는 않아서 휠체어를 타신 분이 탑승할 공간은 있는 편이고요. 하지만 버스는 기본적으로 기사님이 발판도 내려주셔야 하고, 또 탑승 후에는 다시 접기도 해야 해서 (심지어 많은 경우 수동으로!) 시간이 꽤 걸리는 일입니다. 게다가 기사님도 솔직히 귀찮으시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출퇴근 시간에 휠체어를 타면 버스를 탈 수 없다고 한다면 저는 꽤 놀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독일인들이 버스 탑승을 불평하는 사람들을 가만 둘 것 같지도 않고요. 애가 보는 앞에서 빨간 불에 횡단보도 건너면 뒤통수에 대고 '저 아저씨 나쁜 짓 하는 거야. 저러면 안 돼.'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독일보다 5배 넘는 시간을 살았지만, 독일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분들을 훨씬 (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상징적으로 휠체어라고 했지만, 다른 장애를 가지신 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중교통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몸이 불편하시거나 지적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보호자와 함께 계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와 같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독일에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이유가 뭘까요? 한국에 비해 독일에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훨씬 많기 때문일까요? 공업이 발달한 나라니까 뭔가 오염 물질에 많이 노출돼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켜서 벌을 받았을 수도 있고요. 2017년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장애출현율은 22.3%, 한국은 5.4% 라고 합니다 (노령으로 인한, 혹은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를 모두 포함한 수치). 나라 별로 장애의 기준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수치라고는 해도 독일이 확실하게 높네요. 그런데... 한국도 20명에 1명 수준입니다. 물론 5.4%의 인구가 모두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장애를 가지신 것은 아니라고 해도, 한국에서 백화점이나 마트, 혹은 버스나 길에서 장애를 가지신 분을 그렇게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반면 독일에서는 사람이 많은 곳에 다니면서 장애를 가지신 분을 한 번도 못 보는 경우가 오히려 적을 것 같네요. 차라리 너무 익숙해져서 인식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일상생활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독일에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더 많아서 일까요, 아니면 독일에서는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더 많이 밖에 나오시기 때문일까요? 독일에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밖에 더 자주 나오셔서 일상생활을 영위하신다면, '왜' 그럴까요? 단지 시설이 더 잘 되어있기 때문일까요?


사회의 인식이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설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보다 사회의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품고 계신 부모님들도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식당에서 아이와 편하게 식사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버스의 정차 시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휠체어를 타신 분이 버스에 타서 안전하게 자리 잡으실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배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SKY를 다니지 않아도 부모님들이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식당에서 아이와 편하게 식사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득이 적어 세금을 적게 내더라도 (세금으로 적자가 보전되는) 버스를 눈치 안 보고 타고 다니고 싶습니다', '아이도 식탁에서 어른과 함께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이 배려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부당한' 차별이라는 점에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부당한' 차별을 멀리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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