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inrich Jan 18. 2022

독일과 캐나다의 휴가제도

Photo by Nubia Navarro (nubikini) from Pexels

독일 회사는 풀타임 직원에게 법적으로 최소 4주의 유급 휴가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이상의 휴가가 주어지는데, 6주가 표준에 가까운 것 같다. 주 5일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30일의 휴가가 주어지는 것이다. 휴가는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돈이나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는 것은 위법이다. 만일 올해 주어진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했으면 다음 해 3월 말까지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관리 책임으로 처벌받는다. 물론 휴가만 올리고 일하게 하거나 했다가 피고용인이 소송을 제기하면 회사는 정말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휴가가 6주 정도 되면 휴가 기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는 것 같다. 수습 기간 중에 휴가 사용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일주일 정도의 짧은 휴가는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한국에서 일주일 휴가는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 한참 전에 얘기해야 했었는데, 그 정도는 아무 때나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짧은 휴가로 여기는 것이 신선했다. 지내면서 보니, 8월이나 연말연초에는 4주씩 휴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주일은 짧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Photo by Polina Tankilevitch from Pexels

휴가 이외에 유급 병가 제도도 있는데,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은 잘 모르겠지만, 대략 휴가 일수와 같이 주어지는 것 같다. 나도 30일의 병가를 받았는데,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어도 일하러 나갔더니 회사 사람들에게 다 옮길 생각이냐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재택으로 일한다고 해도 아프면 쉬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라며 일을 못하게 했다. 이틀 이하의 병가는 의사의 처방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급여를 회사가 부담한다) 3일 이상의 병가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급여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매달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하루 이틀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겨울에 감기로 일주일 이상 쉬는 경우도 많다. 나는 첫 해엔 잘 적응이 안 돼서 일 년 동안 병가를 5일만 사용했었는데, 나중에는 20일 정도를 사용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캐나다는 법적으로 2주 이상의 유급 휴가를 보장해야 하고, 병가는 무급으로만 존재했었다. 무급 병가 기간에 급여를 그대로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이런 보험이 모든 고용주와 모든 저임금 노동자에게도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행하게도 2022년부터 BC 주는 연간 5일의 유급 휴가가 법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아직 많은 회사를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3-4주의 유급 휴가가 보편적인 것 같다. 내 이전 직장의 경우 근속 년수에 따라 15일에서 21일의 휴가와 6일의 병가(라기보다는 아픈 것을 포함한 개인 사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를 제공했었다. 한 가지 차이점은,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독일에 비해 ‘휴가 일수’의 보장도 적지만, 정말로 ‘휴식을 가지는 것’을 보장하지도 않는 셈이다.


아직 한국은 유급 병가에 대한 법적 보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일하던 회사는 무급 병가만 제공해서, 사람들이 아파도 그냥 일하거나, 개인 휴가를 사용했었다. 이런 얘기들을 하면 독일의 동료들은 대체 한국은 이제  살면서  그렇게까지 일해야 하는 거냐며 의아해했었다. 독일인에게 한국의 노동 상황은 거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주니어 개발자에서 시니어 개발자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