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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섭 Jan 15. 2023

1. 에멜무지로, 단단하게 묶지 아니한 모양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빈틈은 ‘조급함’이다. 실패를 항상 두려워하고 성공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온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남이 나를 바라보았을 때 보이는 ‘빈틈’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마침 통화를 하던 친구에게 ‘너가 바라보았을 때 나의 치명적인 ’빈틈‘은 뭐야?’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내가 내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보다 남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친구는 내가 나 자신에게 너무 ‘harsh’ 하다는 표현을 써주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가혹한’ 내지 ‘혹독한’ 이 된다. ‘조급함’과 ‘가혹함’. 두 단어에서 전달되는 이미지는 엇비슷하다. 조급한 마음을 품에 안고 가혹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소년. ‘조급함’이라는 원인이 ‘가혹함’이라는 결과로 도출되는 형식이다.     


 불안함에서 기인한 예민함은 나에게 있어 크나큰 ‘허점’이다. 실패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팽배하다. 어린 시절부터 성실한, 우수한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나는 어디에서도 불성실하다는 말을 듣고 자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나 자신을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랐는지도 모른다. 특목고에 진학하고 나보다 더 성실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만나고 나서 비로소 내 ‘알’은 깨졌다. 내 성실함은 결과로 증명되지 않았기에 불성실함으로 판명되었다.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자신감을 잃었다. 그 순간부터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졌다. 실패를 감내할 자신이 없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힘들어했다. 실패할 용기가 없는 것은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자 허점이다.


  ‘어제의 나’가 한 실수에 자책하고, ‘오늘의 나’는 그 실수를 되새기면서 채찍질을 하고, ‘내일의 나’는 이를 반복한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인 것을. ‘어제의 나’에게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 ‘나’라는 존재의 미숙함으로 인해 항시 빈틈이 뒤따를 것이다. 빈틈을 메꾸어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온전한 ‘나’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나아가는 것이니깐, 하지만, 순간순간마다 옥죄는 것은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나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 있기를. 




이미지: flat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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