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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섭 Jan 17. 2023

4. 너비, 널린

격려와 위로

 격려나 위로에는 큰 것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주저리주저리 말로 하나하나 공감해주지 않더라도 정말 딱 한 마디 혹은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프랑스에 있을 때, 코로나 봉쇄령으로 인해 기숙사에서 갇혀서 지내기도 하고, 연달아서 박사 입시를 진행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었다. 외국인 친구는커녕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향해서 내달리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내 상황에 대한 회의와 향수의 감정에 자꾸만 빠져들었다. 


 가끔 내가 샤워를 시작할 즈음이면 한 동아리 형이 페이스톡을 걸었다. 그날은 통화가 한동안 없다가 오랜만에 통화가 온 날이었다. 페이스톡이 시작되자마자 발그스레한 광대가 눈에 보였다. 하얀 연기가 형의 입가를 맴돌았다. 특유의 너털웃음이 스피커를 통해 넘어왔다. 


“잘하고 있냐~”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 속에서 열심히 막아왔던 감정들이 울컥울컥 넘치기 시작했다. 향수의 감정이 도지던 무렵에 나의 학창시절이 나에게로 성큼 한 발자국 다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온전히 나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나를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주었다는 것이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수천가지 위로의 말도 때로는 소용이 없다. 곁에 있어주는 것. 함께 해주는 것. 이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격려나 위로는 정말 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마디의 말, 혹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더없이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이미지: flat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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