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시골살이인가
"으아아ㅏㅏㅏㄱ! 자기야!!!!! 일루 좀 와봐!!!"
"왜!"
"여기.. 여기... 그...!!"
"뭔데!???"
"개ㅔㅔㅔㅔ...개ㅔ구리가 있어..!!"
아침에 커피 마시려고 부엌에 가서 컵을 꺼내려하는데 여기 있으면 안 될 생명체가 부엌 창에 붙어 있었다. 소통만 된다면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다리를 쭉 뻗은 초록의 그것은 당장이라도 내게 튀어 오를 것만 같았다.
평소에 나는 웬만한 벌레는 손으로 때려잡을 정도로 무서워하지 않은 편인데 개구리를 보고 이렇게 기겁할 줄 몰랐다. 도무지 내 손으로 그것을 옮겨서 밖으로 내보내지 못할 것 같았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편이는 "으유~ 나와봐"를 한번 시전 하더니 종이컵에 그것이 들어가도록 유도한 후 능숙하게 현관 밖으로 내보냈다.
남해에 온 첫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개구리를 발견하였다. 집 앞이 바로 논이라서 개구리까지 보는구나, 이런 게 시골살이지 싶었는데 막상 집 안 창문에 있는 걸 눈앞에서 마주하니 그것이 침대에도 들어올 것 같은 끔찍한 상상을 해버렸다. 벌레처럼 때려잡을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벌레를 '때려잡을 수 있어서' 무서워하지 않은 거였다.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개구리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범주이므로 무서워만 하였다.
"으아아아아 아악!"
새벽 2시, 안방 남자의 굉음이 들렸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그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기.. 저기 커튼 뒤로...... 뒤에 있어..!!"
"뭐? 뭐가 있는데?!"
"지네 같은 그거!!"
그가 말하는 그것은 돈벌레였다. 이 돈벌레 역시 남해 시골집에 온 첫날 방문 틈새 바닥에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남편은 개미조차도 무섭고 싫어하는데 내 성화에 시골집에 온 거라 첫날엔 그이 모르게 처리하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첫날부터 괜히 왔다며 스트레스받아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쭉 비밀로 할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 새벽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난 일단 방 불을 켰다. 신고 있던 슬리퍼 한 짝을 벗어 오른손에 쥐고 왼손으로 커튼을 만지작거리면서 그것의 동태를 살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없었다.
"어두워서 잘못 본 거 아니야?"
"진짜..... 진짜야..!"
다시 한번 커튼을 더 과감하게 들추어도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왠지 방문 뒤 쪽 벽이 수상했다. 그이가 잠시 거실에 나가있는 틈을 타 조용히 문 뒤를 봤는데, 그가 왜 비명을 질렀는지 알 만했다. 내가 알고 있던 그것의 크기보다 두 배는 컸기 때문이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한방을 노리자며 슬리퍼를 쥐고 있는 오른손에 힘을 주어 팔을 크게 휘둘렀다.
"탁"
원샷 원킬이었다. 슬리퍼가 총이었다면 총구를 한번 불었을만한(?!) 명중이었으리라. 소리를 듣고 달려온 그이에게 이제 잡았으니 안심하고 다시 자자고 했으나 그는 또 나올 것 같아서 못 자겠단다. 제 할 일을 마친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침대에 누웠다.
남편이 무서워하는 벌레를 내가 잡아줄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개구리를 그가 사라지게 할 수 있으므로 꽤 괜찮은 궁합인 것 같아 피식 웃으며 다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