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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Oct 25. 2024

역학인 4년 차, 처음 사주 강의를 하였습니다

따끈따끈한 강사 데뷔 후기

2년 넘게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 운영자님께서 3분기 글쓰기 모임 막바지쯤에 카카오 오픈채팅으로 내게 연락을 주셨다. 무슨 일일까, 조심스레 채팅방을 열어보는데 다음 매일 글쓰기 4분기 모임에서 사주 강의를 해달라고 제안주신 것이다.


사주 공부한다며 일상 글을 올리고, 논문을 쓰고, 상담을 시작한 지가 어느새 4년 차가 되었다. 명리  역학인으로서 이제 초입에 들어섰기에 강의를 내가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 불안부터 앞섰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한번 해봐’




사주 강의를 할 뻔한 적이 있었다. 올해 초에 교수님께서 좋은 기회로 평생교육원 강사 자리를 맡으라고 제안을 주셨다. ‘하면 분명 도움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여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일단 한다고는 하였지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걱정이 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결국 정원이 채워지지 않아 강의는 불발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진정으로 ‘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교수님께 다음 학기부터는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내 복을 발로 찬 격이었다.


이유는 있었다. 일단 당시 논문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본래 여러 가지를 동시에 못하는 성격 때문에 그걸 다 맡아서 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난 하나에 몰입하면 그것만 하는 사람이라, 두 마리 토끼를 절대 잡지 못한다. 두 번째는 일단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면서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건 ‘과연 내가 이걸 즐겁게 할 수 있을까?’였다. 내 방식대로 재밌게 강의하고 싶은데 그 시스템 안에서 정해진 책으로 강의하는 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일단 내가 재미없으면 제대로 못할 게 뻔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제안받은 강의는 색깔이 달랐다. 내가 역학인이 된 전후 사정을 설명할 수 있으면서 사주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기본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겼다. 짧은 고민 끝에 바로 하겠다고 답변을 드렸다.




10월 1일, 강의 3주 전쯤부터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머릿속에 어떻게 구현하면 좋을지를 생각만 하다가 PPT 화면에 풀어놓으니 제법 강의 자료 같았다. 2주 전부터는 대본을 짰다. 불필요한 내용은 없는지 또 표현이 강한 부분은 없는지 조금씩 수정해 나갔다. 강의 1주 전이 되었다. 작년에 온라인으로 논문 프로포절 한다고 한번 쓰고 서랍장에 넣어둔 마이크를 꺼냈다. 책상 위에 꺼내두고 보니 제법 강의할(?!) 뽐새가 나는 듯하였다.


대본을 보지 않고 말을 하려고 연습을 했다. 보고하면 분명 말하는 게 어색하게 들릴 것이니 내 느낌대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신기하게 몇 번을 연습해도 내용은 비슷한데 다 다른 말들이 튀어나왔다. 말하는 것도 글 쓰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같은 글을 쓰려고 해도 써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드디어 강의 당일이 되었다.


밤 9시 zoom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30분 전부터 자료 공유가 되는지, 소리는 잘 전달되는지 체크하였다. 운영자님께서도 미리 들어와서 같이 확인해 주어 긴장이 조금 풀렸다. 강의 시작 5분 전쯤부터 모임 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오셨다. 9시 2분에 운영자님의 사인을 받고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에 내 소개를 하는데 하는 내내 쑥스러워 미치는 줄 알았다. 누가 내 칭찬이나 이야기를 하면 괜히 어색하고 얼굴이 벌게지는 내향형의 사람인지라, 그런 내가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말을 하는 게 미치도록 어색했다. 준비한 말들은 이미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아무 말 대잔치만은 하지 말자며 조금씩 말을 이었다. 강의 내용은 명리학 입문한 계기, 명리학과 사주의 기본 개념, 그리고 일반인들도 쉽게 사주를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간명 비법을 소개하였다. 중간에 퀴즈를 내며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정답을 맞는 분들을 보며 전달이 잘 된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끝으로 사주를 봐야 하는 이유와 어느 시기에 보면 더 좋을지, 사주 보러 가기 전 생각 해 볼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비한 내용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줌 채팅방에 질문이 계속 올라와 사주에 대한 관심의 열기가 뜨거웠다. 시간 상 아쉽게 넘어간 질문들도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드리며 마무리를 하였다.


강의 끝나고 모임 채팅 방에 실시간으로 시청한 모임원들께서 강의 후기를 올려주셨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 크게 기대는 하지 말자였지만 강의가 괜찮았다는 글들을 보고 입꼬리가 계속 귀에 걸리었다.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후한 평가가 그동안 준비한 게 전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강의하는 내내 하나의 주제로 소통하면서 내가 무언가 알려 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과 희열을 느꼈다. 그분들을 보며 내가 사주 처음 배웠을 때가 떠올랐고 되레 긍정의 에너지를 받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강의를 하면 오히려 강사가 배우는 점이 더 많다고 하는데 그걸 몸소 느낀 것이다.


이걸로 인해 막히었던 벽 하나를 뚫은 기분이다. 한 발자국 더 앞으로 간 느낌이랄까. 강의 기회를 주신 모임 운영장 님과, 강의 참석해 주신 분들, 끝나고 녹화본 들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강의 후기,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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