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두려움
어떤 시선들은 우리의 삶이 통째로 변할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나는 또다시 무너졌다.
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당시 나는 처음으로 내 작업에 대해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작업에 대한 세계관은 나조차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이 당시에 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거시적인 현상과 미시적인 상황에 대해 그저 나열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강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내게 이것은 왜 이렇게 작업을 한 것인지 혹은 왜 이런 매체를 사용했는지 등등 내가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의 무수한 질문들을 던졌다. 마치 꼭 이 작업을 해야만 했던 이유를 찾는 하이에나 같이 느껴졌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들었던 강의실에서는 그들의 숨소리와 나의 불안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갈 곳은 없었다. 지금은 이러한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이 즐겁지만 저때만 해도 난 학교를 막 입학한 신입생에 불과한데 작업적 담론이 깊이감이 있을 터가 있나! 나의 첫 학교생활은 이 날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어쩌면 당연한 것들인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 늘어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밀폐된 강의실은 자꾸 숨이 쉬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이때 나의 곁을 지켜주었던 재키(애인)는 여러 방법으로 나에게 안정감을 주려고 노력했었다. 첫 단추를 잘못 꾄 탓으로 나의 자신감은 한없이 떨어졌고 언어의 장벽에서 오는 차이마저 즐거움이 아닌 무서움으로 바뀌었다. 마치 새장 안에 마음이 갇힌 듯 다가오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무서워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다가도 사람이 들어오면 멋쩍은 듯 도망갈 준비를 했다. 이 모든 것들은 공황장애의 시발점이 되었다.
작은 새장 안에 스스로 갇혀 나아가지 못했던 무수한 날들이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 더 용기 내볼걸 혹은 별것도 아닌 걸로 너무 겁먹지 말걸 이라는 마음이 처음으로 든다. 이런 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전히 과도기에 놓여있지만 예전만큼 나를 방치하며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과정은 때론 갈등을 마주해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이를 통해 삶의 어떤 한 부분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간다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