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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an 21. 2024

엄마가 죽어버린 날

날씨에 대한 단상

# 아래 내용은 모두 픽션입니다.


 

 얼마나 깨알같이 맑은 날이었는지, 구름이 동동 뜬 하늘이 밉살스러워 나는 내내 눈을 세모꼴로 찢고 있었다.


 곡기를 끊고 난 뒤 몸 어디를 짐승에게 잘근잘근 씹히는 것처럼 끔찍하게 신음하던 엄마는, 여느 날처럼 끼릭끼릭 이 갈리는 소리를 내며 웅크리고 있다가 끽- 하고 죽어버렸다.


 장마가 지독하다 싶게 물러가지 않던 여름이었는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화창해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닿을 곳이 없는 증오심에 불타올랐다.

 

 하필이면 왜 이렇게 날이 좋은 날 죽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장마가 물러난 하늘은 그렇게 영롱할 수 없었다. 넘실거리는 강물에 조각난 빛 무리들이 물결을 따라 둥둥 떠다니고, 습기를 머금은 나뭇잎들은 잎을 떨어뜨리기 전 마지막 남은 생명력을 저마다 힘껏 뿜어내고 있었다. 지나치게 파랗고 깊은 하늘 속에 크고 질감이 부드러워 보이는 구름들이 가득 넘쳐흘렀다. 손을 뻗으면 손아귀에 가득 푸른 것들이 잡힐 것 같았다.



 죽기에는 참 아까운 날이었다. 세상에 축축한 것들이 다 사라지고, 결국에 찬연하게 빛나는 것들만 남아있는 날이었다.


 시커먼 관 위로 눈치 없이 쏟아지는 햇살의 박편을 쏘아보던 나는, 세상을 무너뜨릴 기세로 쏟아지던 장마철에는 어떻게든 살아내더니, 하필이면 이런 날 죽어버린 엄마가 미워서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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