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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an 18. 2024

부스러기 같은 글을 쓰기 위해.

노트에 대한 짧은 단상

아무리 많은 노트가 있어도 개중에는 유난히 손을 타는 노트가 있다. 요즘은 완전한 생활인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다 보니 창의적인 욕구 같은 건 너무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어린 시절에는 감각과 직관으로 썼다면, 지금은 구조에 기대고, 근력에 기대고, 이론에 기대어 쓴다.


그게 참 싫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 나는 어렸고, 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들과 이야기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감각은 둔해지고, 직관은 흐려졌으니, 사실 설렘은 없다. 설렘은 없는 사랑이다. 그것도 사랑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근육으로 근력으로 버티는 거다. 나는 버티는 걸 잘하는 사람이니까.


미지근한 어른 같은 건 되지 않을 거야,라고 냉소적으로 말하고 다녔지만, 누구보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며 평범한 자리에서 아주 평범한 행복과 아주 평범한 우울을 느낀다.


노트를 꺼낸 이유는, 아이디어가 고갈되어서다.

아마 빨간 양장 노트는 10년이 지난 것일 텐데, 아직 그곳에 있는 발상들이 모두 완성된 작품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내 게으름에 심심한 찬사를.


몇 개의 발상은 완성되어 세상에 나오기도 했고, 몇 개의 발상들은 무덤 같은 노트 안에 묻혀 10년을 고스란히 지나오기도 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10년 전에 내가 한 생각들 중에 쓸만한 게 없나 건져보려고 노트를 뒤적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 빨간 양장 노트를 좋아해서, 부스러기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도 적어 놓았다. 지금부터 그걸 찾아볼 생각이다.


부스러기 같은 글을 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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