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어느 공부 모임에서 자기소개할 기회가 생겼다. 1분씩 줄 테니 자기를 설명하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나는 조그만 메모지에 '계란 프라이, 덜 익음, 완숙&반숙, 함께 익어감'이라고 적었고, 그 쪽지를 슬쩍 보면서 소개했다.
저는 계란 프라이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 000입니다. 특히 반숙을 좋아합니다.
덜 익은 노른자의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지금은 완숙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함께 성실하게 익어갈 것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상황과 소개 내용으로 인해 오글거린다. 그렇게 나를 소개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이유는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면서 살고 있는지는 차차 알아가게 될 테니, 1분 안에 모든 사람에게 나의 얼굴과 이미지를 기억시키기를 원해서였다. 그런데 그 효과는 대단했다. 한동안, 모임의 사람들은 내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얼글은 알아보고, 나를 프라이 또는 반숙이라고 불렀다.
책(특히 말하기 법칙 4,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라 p.127)을 읽으면서 위 부끄러운 경험이 딱 떠올랐다. 이런 경험들이 탁! 하고 떠오를 수 있게 만든 책이다.
'호감 가는 대화에는 8가지 절대법칙이 있다' 제목은 자기 개발서의 독특한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무언가에 대한 법칙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몇 개로 정리된다는 것! 무언가는 '호감 가는 대화'이고, 법칙의 수는 8개다. 이 절대법칙을 습득하면 호감 가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주장일 것 같다. 이것만 알면 호감 가는 대화가 가능할까? 저자가 스피치 강사인 것을 감안하면 호감 가는 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결과는 사람마다 상이할 수 있다!)
말하기에 정도가 있을까? 이 책은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럼 왜 있다고 말하는 걸까. 우선 그게 궁금했다. 일단 이 저자는 스피치, 강연 코치 전문가다. 대상은 말하기를 주저하고, 잘하지 못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가이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본문에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에 말하기에 대하 자기 진단 질문지가 있다. 범인에게는 이 질문들을 쉽게 피해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책이 도움이 될 대상은 말하기를 주저하고, 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말하기, 발표, 강연, 대화, 조언 등 다양한 말하기를 그 범주로 한다. 상당히 넓다. 넓은 만큼 일반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매우 세세한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넓은 범 주 중에 '조언'에 대한 부분에 대해 공감이 많이 갔다. 조언도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가능한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3단계가 '먼저 자신을 내려놓는 것',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것',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실제로 쉽지 않은 것임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말하기의 본질은 진심을 전달하는 데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잘못했던 것들을 말한다고 해서 망신을 당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들은 청중이 당신의 진심을 확인하는 장치가 된다. 그리고 당신의 진심을 이해한 청중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러니 당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절대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이 입 밖으로 나올 때 비로소 당신의 말에 힘이 생긴다.
p.123, 호감 가는 대화에는 8가지 절대법칙이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 책 전체를 차지하는 8가지 법칙을 설명하고 간단히 개요를 안내해 주고 있다. (실은 이 개요만 읽어도 책의 50%는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논리(Logic)-유추(Analogy)-장면 묘사(Narrate a picture)-좋은 사례(Good story)-예측불가(Unexpected)-질문(Ask)-이득(Gain)-공감(Empahthy) 순서이다. 앞 글자를 따서 Language. 저자는 이것을 생각해 내고는 비행기에서 오해를 살 만큼 놀랬다고 하지만, 큰 감동은 덜하다. 영어에서 한글로 번역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연관성은 좀 떨어져 보이고 억지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도 법칙을 설명하고 기억을 돕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조합과 설명은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기법(skill)에 대해 점철된 책을 읽어가다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인다. language에 대한 설명을 끝마치고 마지막 장에 '노력', '연습'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된다. 기법을 알더라도 실제로 해 보지 않으면, 연습을 하지 않으면, 말할 기회가 없으면 자기만의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우리 국민은 모두 '영어' 과목을 통해서 이미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영어는 배웠고, 공부했고, 잘했지만, English는 전혀 못하지 않는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의 부제가 '마음이 통하는 말솜씨'임을 다시 상기해 본다. 마음이 통하기 위해서는 스킬만으로 과연 될까? 부족하지 않을까? 표현에 마음을 담는 것은 스킬로는 안 되는 것 같다. 늘 내가 누군가에게 말할 기회가 생겼을 때마다 진심으로 말하기 시작할 때, 그렇게 늘 연습할 때, 자연히 나의 말에 마음이 담기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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