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엿보다!
무슨 말로 이번 독서문을 요약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위 두 단어를 골랐다. 사랑을 엿보다! 엄밀히 말하면 엿본 것은 아니고 사랑의 이유를 책으로 써내신 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만, 사랑이란 원래 말보다는 마음으로 와닿는 것이고 엿보는 사랑이 더 애절하고 감미롭지 않은가!
그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은 존 파이퍼다. 그분의 저작물 중에서 읽어보았던 책들을 몇 단어로 평해보라면 ‘생각하라’고, ‘진정한 복음을 잡으라’고, ‘죄에 대해 단호하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셨던 말씀들이 떠오른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목사님의 사랑고백은 어떠할까.
이 정신 나간 것 같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니 어찌 내가 그에게 나의 사랑을 돌려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바울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 존 파이퍼, 생명의말씀사, p.40
책 초반에 바울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던 존 파이퍼의 고백이다. 도대체 그 사랑의 대상은 어떠한 사람이기에 이러한 고백이 나오는가?
그런데 웬걸. 알고 보니 짝사랑이다. 엄밀히 짝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그 사랑의 대상은 이 세상에 없다. 말씀과 이야기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존 파이퍼 목사님’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사랑한다!
그 사랑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울. 모두가 잘 알 수밖에 없는 인물 바울. 거의 2,000년 전에 태어나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한 이후 그 사랑에 휩싸여 죽음까지 가벼이 여기며 복음을 전하며 살다 간 바울. 어쩌나! 바울은 예수님만을 더 사랑했던 것이 확실한데 말이다. 존 파이퍼 만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 사랑의 이유를 30가지나 말할 수밖에 없는 존 파이퍼의 사랑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다.
사랑을 정의한 많은 사람이 있지만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사랑이라고 정의한 스캇 펙(아직도 가야 할 길) 박사의 표현이 떠오른다. 존 파이퍼 또한 바울을 통해 삶이 변화되었고, 그 사랑 아래 받은 만큼 다른 이들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하는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시지 않은가!
그가 사랑하기에 이른 한 사람과 대의,
즉 예수 그리스도와 은혜로 받는 구원을 향한
일편단심의 헌신의 삶은 놀랍기 그지없다.
내가 바울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 존 파이퍼, 생명의말씀사, p.33
사랑의 이유라면 그 대상의 아름다움, 끌릴 수밖에 없는 매력 등이 이유가 될 텐데, 사실 바울을 향한 사랑의 이유는 기대와는 정반대다. 그는 핍박자요, 살인자였고, 늘 고난 가운데 있었고, 죽을 뻔한 상황에 늘 처해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이 그리스도의 사도로 변했고, 고난 중에도 소명을 품고 자족하는 삶을 살고, 핍박하던 사람을 다시 품었고 머리는 불붙는 듯했으나 마음은 따뜻했고, 늘 낮은 자와 이방인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변하자 사랑의 이유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 걷잡을 수 없는 이유들 중에 책을 읽으며 깊은 인상을 남긴 몇 가지 부분을 간추려 본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어떻게 바울은 극렬한 어려움 속에서도 기쁨을 향유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웃 사랑까지 가능했을까, 어떻게 행복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존 파이퍼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죽음을 만족할만한 것으로 경험하는 삶’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만족할 만한 것이다. 이를 통해 넘치는 기쁨이 찾아온다는 진리를 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죽음이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하는데,
이는 나에게 죽는 것이 유익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하는 열쇠는 죽음을
유익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죽음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하는 열쇠는 죽음을 만족할만한 것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내가 바울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 존 파이퍼, 생명의말씀사, p.61
‘참된 행복은 이웃 사랑하기를 요구한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물론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보다는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기쁨이 충만하여
연보의 형태로 이웃의 삶으로 흘러들어 갈 때 그 넘치는 기쁨은 사랑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으로 흘러넘친 그들의 ‘넘치는 기쁨’이었다.
내가 바울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 존 파이퍼, 생명의말씀사, p.72
또한 우리는 늘 죄 앞에서 고민하고 무너진다. 죄에 대해서 상당히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유명한 존 파이퍼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단호함의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죄는 용서받은 죄들뿐이다’ 그리스도께서 그 죄를 없앴다는 고백 아래서 나의 적극적인 거룩함의 추구가 유일한 해법임을 강조한다.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은 피로 사신, 그리고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가능한 노력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분명 나의 의지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다.
거룩함을 추구하는 일에 있어서 수동성은 바울이 가르치는 바가 아니다.
내가 바울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 존 파이퍼, 생명의말씀사, p.103
이는 나의 은밀하게 도사린 죄를 이기는 결정적인 힘은
그리스도께서 이미 그 죄를 제거하셨다는 현실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죄는 용서받은 죄들뿐이다.
내가 바울을 사랑하는 30가지 이유, 존 파이퍼, 생명의말씀사, p.104
책을 덮으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존 파이퍼의 바울에 대한 사랑의 고백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 선다. ‘아, 바울이 예수님을 닮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지 않은가. 예수님의 삶, 예수님의 사랑이 바울의 삶에, 사랑에 녹아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는 예수님처럼 이 세상을 살아간 바울을 보며 사랑 고백에 동참하고 있었다. 존 파이퍼의 바울을 향한 사랑을 엿본 것이 아니라, 존 파이퍼의 예수님을 향한 사랑을 엿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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