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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 Aug 03. 2024

[ 별 거 없다, 너도 나도 ]

삼식이를 만났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내 또래의 그를

다들 그렇게 불렀다.

대학생 시절 잊을만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던 그를  

냉칼국수를 먹으러 간 날 학교 앞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수십 년 만에 만났다.

그때처럼 여전히 피하고 싶은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교차했다.

인생무상. 머리숱이 없어진 그를 보며 생각했다.

‘니도 늙었구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여자 삼식이’를 만났다.

무언가를 늘 중얼거리면서

회사 앞에서 담배를 태우는 남자 직원들에게

‘한 까치‘를 달라고 하던 그녀는

흔히 말하는 ‘미친년, 동네 미친 여자’였다.

구불구불한 커트 머리에 긴 귀걸이는

빠른 발걸음에 늘 흔들리고 있었는데

불안하게 쓴 안경 너머로

초점이 반쯤 나간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인 건 계절마다 옷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무더운 여름에 두꺼운 스타킹을 껴입곤 했지만

그래도 한 겨울엔 털이 달린 외투를 입고 나타났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곤 있구나’


살면서 ‘미치고 싶은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을 때의 무력감과 허무함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마음과 함께 주저앉게 만든다.

같은 성별의 여자 삼식이를 마주할 때면

종종 내가 보였다. 한 끗 차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향미도 알고 있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술집 알바를 하는 향미는

인플루언서 제시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야 너는 너랑 내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니?

인생 운 좋으면 제시카고,

운 나쁘면 최향미인거지 별 거 있니“


별 거 없다,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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