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에 하는 라디오 방송 하세요' 라고 물으면
아홉시 라고 답하지만
정확히는 9시 3분부터입니다
오전 9시부터 9시 3분까지는
지역 라디오 뉴스가 나가는데요
얼마 전 입사한 아나운서 후배의 몫입니다
얼마전까지 무척 바쁘더군요
밤새 달라진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해서
아침 뉴스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수월한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
9시부터 뉴스가 나가야 하는데
50분, 55분에 가까스로
디제이 룸으로 들어가곤 했으니까요
한 날은 거의 시간이 임박해서 들어가선
잘하고 나오는구나 싶었는데
의자에 털썩하고 쓰러지다시피 앉더군요
'어지간히 쪼였구나' 싶어
옆으로 고개를 돌려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세상에
사람 얼굴이 저렇게
범벅이 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애처롭고 안쓰러운 마음
후배에게 티슈를 건넸습니다
" 고맙습니다 "
" 나중에 내 아들이 이렇게 땀을 흘리고 있으면
이렇게 누군가가 휴지 줬으면 좋겠다 "
생뚱맞게 아들 이야기를 꺼내서였을까요
후배는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군요
발을 동동 구르고
땀을 흘리는 후배를 보면서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저마다 이 큰 세상에 태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살아가는데
얼마 전부터 아들도 합류했습니다
사춘기
달라진 아이를 보면서 무지한 엄마는
소리도 지르고
때리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다 알고 있는 정답을 실천하기가
몹시도 어렵더군요
'사랑을 듬뿍 줄 것'
그동안의 세뱃돈을 모아
아들 이름으로 체크카드를
만들어준지는 꽤 됐습니다
늘 카드만 긁다가
하루는 현금을 찾았다 하더군요
"오늘 삼만원 뽑았어"
"어떻게 뽑았어? 엄마가 비밀번호 말해줬었나"
"**** 이던데"
본인 생일, 휴대전화번호 뒷자리 등을 넣어봤고
세 번에 걸쳐 맞췄다고 하더군요
엄마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비밀번호가 빤히 보였던 겁니다
'다 컸구나'
[ 사랑받은 기억이
가장 큰 동력이 된다
누군가는 사람의 마음을
강가에 뒹구는 조약돌에 비유한다
낮 동안 햇볕을 잘 받은 조약돌은
밤이 되어도 온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 받은 기억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그 기억이 남아있는 한
우리는 싸늘한 밤공기에도
식지 않는 조약돌처럼 단단해질 수 있다
온기가 가득 남아있는
조약돌은 밤이 오는 게 두렵지 않다 ]
어느 라디오 오프닝으로 쓰였던 글입니다
제 심정과 맞닿아
한참을 보고 여러 번 읽었습니다
어리고 작은 조약돌에게 햇볕을 주렵니다
아낌없이
듬뿍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