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를 만났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내 또래의 그를
다들 그렇게 불렀다.
대학생 시절 잊을만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던 그를
냉칼국수를 먹으러 간 날 학교 앞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수십 년 만에 만났다.
그때처럼 여전히 피하고 싶은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교차했다.
인생무상. 머리숱이 없어진 그를 보며 생각했다.
‘니도 늙었구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는 ‘여자 삼식이’를 만났다.
무언가를 늘 중얼거리면서
회사 앞에서 담배를 태우는 남자 직원들에게
‘한 까치‘를 달라고 하던 그녀는
흔히 말하는 ‘미친년, 동네 미친 여자’였다.
구불구불한 커트 머리에 긴 귀걸이는
빠른 발걸음에 늘 흔들리고 있었는데
불안하게 쓴 안경 너머로
초점이 반쯤 나간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인 건 계절마다 옷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무더운 여름에 두꺼운 스타킹을 껴입곤 했지만
그래도 한 겨울엔 털이 달린 외투를 입고 나타났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곤 있구나’
살면서 ‘미치고 싶은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을 때의 무력감과 허무함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마음과 함께 주저앉게 만든다.
같은 성별의 여자 삼식이를 마주할 때면
종종 내가 보였다. 한 끗 차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향미도 알고 있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술집 알바를 하는 향미는
인플루언서 제시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야 너는 너랑 내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니?
인생 운 좋으면 제시카고,
운 나쁘면 최향미인거지 별 거 있니“
별 거 없다,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