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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 Feb 27. 2021

[ 잡을 수 없는 별 ]

세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트로트 가수 매니저
뽀글머리, 반삭머리, 평범한 머리
세 분이 들어오시더군요
지난 번 소속 가수의 게스트 출연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뽀글머리 매니저님이
다른 두 매니저님을 소개시켜줍니다

"우리 가수 고향이 울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얼마 전에 어디어디 프로그램에
나왔어요 씨디 여기 있습니다 "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거나
앨범은 발표했지만
반응이 시원찮은 가수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름과 노래를 알려야 하죠
그래서 이렇게 촌에 있는 방송사까지 와서
영업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가수 매니저들이 방문할 때면
거르지 않고 꼭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차 대접
지금은 겨울이니 따뜻한 차를 드리는데
여름에도 찬 건 드리지 않습니다
뜨거운 물에 녹차 티백을 우려내
찬 물을 부어 미지근하게 권합니다
한 여름에도 제 몸을 생각해
그리 마시는데 제가 먹는 그대로 말이죠

고된 일정입니다
매니저들은 보통 서울에서 출발해
대구, 부산 등을 거쳐 울산으로 오고
또 나가면서 내려온 김에
포항에도 들리려고 한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방송사가 울산에만 해도 몇 곳은 되는데
그 곳들을 다 거치는 것이죠

강행군 일정에
지하 밑에 땅굴이 있는 것처럼
늘 저자세로 일관하는 그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고작 차 한 잔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대장'을 알려줍니다
방송 출연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제작팀 팀장이나
무대가 마련되는 행사를 기획하는
사업팀을 알려주는 것이죠

차를 다 마실 때쯤이면
매니저들이 먼저
'누구 팀장님 지금 회사에 계실까요'
라고 물어봅니다
종종 회사의 인사 이동을 모르고
번지수 틀린 이름을 말할 때가 있는데
현재  대장의 이름과 소속
그리고 몇  층으로 가야하는지
정확히 말해줍니다

이름 한 자 한 자에 힘을 넣죠
그들이 푸석한 얼굴로
씨디를 손에 들고
바람을 뚫고
이 곳까지 온 이유이니까 말입니다



그들이 주고 간 화려한 커버의
씨디를 볼 때마다
마음에 큰 추 하나를 매달은 것처럼
가라앉습니다
바쁜 날에는 일에 치여
그런 감정이 곧 사라지는데
요즘 같이 보릿고개인 겨울에는
무겁게 내려앉은 마음이 오래가면서
늘 같은 사람을 떠올립니다
' 돈키호테 '

[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
 
"매니저님
5층 맨 안 쪽으로 들어가셔서
팀장님 찾으시면 되고요
노래는 주말 녹음 방송 때라도
꼭 틀어드릴게요 "

선곡은 디제이 권한인데
착한 심성을 가진
그래서 씨알이 먹힐
후배 디제이에게 떼를 쓸 심산입니다

저 하늘의 별을 따려고 하는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티끌만큼의 볕이 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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