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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수국과 장미 전정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3년 차 가드너다

by 장만화 Mar 12. 2025

2월의 추위가 3월 초까지 이어지며 작년과 비교해 열흘 정도 꽃과 식물의 성장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3월 첫 주가 끝날 때쯤 기온이 쭉쭉 올라가면서, '장미의 묵은 가지를 이번 주에 자르는 게 좋을까, 다음 주에 자르는 게 좋을까'라는 눈치싸움을 끝내고 가위를 들 시간이 왔다.


3월 이맘때 수국과 장미를 전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 째는 수국과 장미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가지와 잎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전에 헐벗은 나무의 가지 모양을 보며 단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적당한 수형을 잡아주는 것. 두 번 째는 연필보다 가는 가지, 상하거나 죽은 가지 등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 중심이 되는 가지로 양분이 모이도록 하는 것. 세 번 째는 안쪽 방향으로 자란 가지들을 정리해 나무 안쪽의 햇빛을 못 받는 가지에서 병해충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고 나무 안팎으로 통풍이 잘되도록 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장미 퍼퓸 에버스케이프를 전정하고 있다장미 퍼퓸 에버스케이프를 전정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택 정원이, 대궐 같은 집의 운동장 같은 정원이 아니기 때문에 수국과 장미 같은 관목류는 정원지기의 키를 넘지 않는 적당한 사이즈의 단정한 모습으로 키우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그래서 수고스럽지만 매년 이맘때 수국과 장미를 전정한다. “이렇게 자르고 나면 나무가 작아지고 꽃도 몇 송이 안 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하는 초보 정원지기들이 많다. 하지만 장미와 수국을 3월 초중순에 전정하면, 올해 가을에는 다시 자르기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장미와 수국의 성장력이다. 그러니 용감하게 가위를 들어도 된다.


일단 목수국 전정. 우리 집 2년 차인 목수국들은 작년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해 과감하게 쳐버리기로 했다. 올해 목수국이 다 자라고 나서의 높이를 1미터 전후로 잡고, 연필보다 가느다란 가지, 안쪽으로 자란 가지, 수형을 잡는데 방해가 되는 두꺼운 가지 등을 차례대로 정리했다. 이러다 보니 결국 서너 개의 굵직한 주 가지만 남기고 아래로부터 30에서 40센티 높이에 맞춰 대부분의 가지를 자르게 되었다.

목수국 가지치기를 하고 난 후의 모습목수국 가지치기를 하고 난 후의 모습


목수국은 눈 위를 자르면 절단면 바로 아래의 눈마디에서 두 개 혹은 세 개의 새로운 가지가 자란다. 그래서 전정을 하면서 목수국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대충 예상을 할 수 있다. 또 전정 후 새로 난 가지의 끝에서 여름에 꽃이 피니 꽃의 수도 예상이 가능하다. 가지의 수가 적고 튼튼할수록 크고 쓰러지지 않는 아름다운 목수국 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너무 욕심내지 말고 적당히 꽃을 보는 것을 목표로 목수국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수국은 절단면 바로 밑의 눈에서 2~3개의 가지가 생긴다목수국은 절단면 바로 밑의 눈에서 2~3개의 가지가 생긴다


다음은 장미 전정. 전정 방식은 기본적으로 목수국과 동일 하지만 전정 후에 새로운 가지와 잎이 자라는 모습이 목수국과 조금 다르다. 장미는 가지를 자르면 절단면 밑에 있는 여러 눈들에서 각각 하나의 가지가 자란다. 또 이 눈들이 부풀어 올라 있는 방향으로 가지가 성장하는데, 눈이 솟아있는 방향을 보면서 장미의 가지들이 안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전정을 하는 것이 좋다.

장미는 절단면 아래쪽에 있는 눈들에서 각각 하나씩의 가지가 생긴다장미는 절단면 아래쪽에 있는 눈들에서 각각 하나씩의 가지가 생긴다


이렇게 장미들은 최종 높이 120센티 정도로 클 수 있도록 하되, 가든 에버스케이프는 1미터 밑으로 소담하게 보고 싶어 좀 낮게, 노발리스는 키가 좀 큰 나무처럼 키워 보고 싶어 좀 높게 정리를 했다.


덩굴장미 보니 차례다. 2년 차인 작년에 꽃을 조금밖에 못 봤다. 이 녀석의 가지를 기울기 70~80도 정도로 너무 세워서 올린 것이 원인. 그래서 절치부심, 올해야말로 풍성한 보니 꽃을 보고자 새로운 지지대를 구해와 최대한 가지들을 수평으로 눕혀서 유인했다. 또 주력 가지 대여섯 개만 남기고 잔가지를 다 쳐버렸다. 올해 새롭게 자라난 가지들에서 보니의 꽃이 주렁주렁 회색 벽을 가득 채우며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덩굴장미 보니의 가지를 수평으로 유인하고 있다덩굴장미 보니의 가지를 수평으로 유인하고 있다


수선화들이 작년에 꽃이 핀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싹을 힘차게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삭구를 얼마나 더 불렸는지 아직 확인은 안 되지만, 작년 겨울 전 새로 심은 수선화도 싹을 올리고 있으니, 올해는 3월 말쯤 조금은 더 풍성한 수선화 꽃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과 같은 자리에서 돋아난 수선화의 새삭작년과 같은 자리에서 돋아난 수선화의 새삭


따듯한 햇살과 함께 튤립들이 마당 여기저기에서 쑥쑥 올라오고 있다. 지난가을, 튤립 구역을 따로 정하지 않고 마당 이곳저곳에 구근을 충분히 심은 덕분에 이번 봄에는 튤립들이 다채로운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원예용 튤립은 매년 새롭게 구근을 심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다음 해 봄 그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3월의 햇살을 받으며 튤립의 새싹이 잘 자라고 있다3월의 햇살을 받으며 튤립의 새싹이 잘 자라고 있다


겨울 파종 후 지피 펠렛에서 꾸역꾸역 자라고 있던 팬지와 비올라, 그리고 페튜니아 일부를 모종 포트로 옮겨 주었다. 흙의 힘 때문인지, 포트 화분으로 옮기고 새롭게 쑥쑥 크는 것이 보일 정도. 벌써 꽃봉오리를 올리는 아이도 생겨나고 있다. 아직 지피 펠렛에 남아 있는 다른 아이들도 서둘러 이사시켜, 3월의 노지 환경에 적응을 시키며 몸집을 조금 더 키운 후 화분이나 마당의 흙에 제대로 심어줄 계획이다.   

지난 1월 피지 펠렛에 파종한 팬지와 비올라 일부를 모종 포트로 옮겨 주었다지난 1월 피지 펠렛에 파종한 팬지와 비올라 일부를 모종 포트로 옮겨 주었다


작년의 3월보다는 느리지만 매일 조금씩 미니 정원이 초록 초록해지고 있다. 2월의 대한파에 기운을 잃어버렸던 노지월동의 야생화들도 초록의 새잎들을 다시 펼치고 있고, 겨울의 차가운 땅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숙근 야생화들도 하나씩 둘씩 새잎을 밀어 올리고 있다. 봄은 이렇게 속닥속닥 올라오고 있다.


엔들레스 섬머 수국의 월동을 끝냈다. 지난겨울 전, 방한 부직포를 새롭게 구입해 시도해 본 월동이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결과도 역시 반은 실패 반은 성공. 가지 제일 윗부분의 눈은 모두 말라죽었지만 중간 아래 부분은 초록빛을 띠며 어느 정도 살아 있는 것이 보인다. 얼마나 꽃을 볼 수 있을지는 3월 하순쯤 움을 틔우는 상황을 봐야 예측이 될 것 같다. 올해의 엔들레스 섬머 만개는 물 건너갈 수도 있을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경험이니 받아들이기로.

엔들레스 섬머 수국의 월동을 끝냈다엔들레스 섬머 수국의 월동을 끝냈다


다시 또 봄이다. 새로운 봄을 가장 반기고, 즐거워하고, 기대하는 사람은 방학이 끝난 후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보내는 엄마들이겠지만, 그다음은 우리 정원지기들이 아닐까 싶다. 지난겨울의 간절했던 바람만큼 올 한 해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들의 작은 정원과 마음에 예쁜 꽃들이 가득하면 좋겠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5년 3월 1일~3월 15일)

겨울 파종 개화 1호인 비올라 프리즐시즐 미니 태피스트리겨울 파종 개화 1호인 비올라 프리즐시즐 미니 태피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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