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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Sep 19. 2023

[culture] 리더십의 핵심은 현실인식과 자기 성찰

*2022년 리멤버 인플루언서 활동 당시 작성했던 글입니다.


1. 기업문화에 있어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할까요? 네. 그렇죠.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문화나 전략 모두 리더십의 눈높이만큼 변화할 수 있거든요. 특히 탑 리더십은 문화에 있어 롤모델의 역할을 하는데, 쉽게 말하면 기업문화의 거울이라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굉장히 위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리더십이 위계적일 가능성이 높아요. 조직이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다면? 조직의 리더들이 우유부단한 거죠. 직책은 곧 영향력의 크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리더십은 알게 모르게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2. 그렇다면 리더십은 하루 일과 중 기업(조직) 문화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을까요? 사업과 전략에 쏟는 시간이 100이라면 문화에는 채 10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전략이 시장과의 공감대를 만드는 일이라면, 문화는 곧 구성원과의 공감대를 만드는 일인데요. 리더십의 축이 지나치게 한쪽(사업)으로만 기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구성원과 리더십의 문화적 거리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어요. 둘 사이에 문화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구성원들은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 혹은 "소모되고 있다"라고 느끼게 될 겁니다.


3. 실제로 조직장들은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 본인들이 잘하고 있다(회사의 가치/일하는 방식대로 행동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특히 조직개발(OD)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건, 조직에 이런저런, 특히 문화적인 이슈가 있다는 뜻인데도 본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고 그런 조직장들이 나쁜 사람들이냐고요? 아니에요. 그 누구보다 조직이 잘되기를 원하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럼에도 문화에 있어서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죠. 시간과 에너지를 안쓰니까요!


4. 때문에 문화 리더십 프로그램의 핵심은 바쁜 리더들의 일상으로 파고들어 현실을 보여주고, 문화에 대해 시간을 내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어요. 이를 통해 구성원과 same page에서 문화적 이슈를 바라보고 문제점을 공감하게 만드는 거죠. 사실 전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직이 잘 되길 바라는 리더라면, 조직문화의 이슈를 마주하게끔만 만들어주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거든요.


5. 그런데 문화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죠. 조직의 규모가 작을 때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소통의 망이 촘촘하기 때문에 적당량의 대화와 토론만으로도 문화가 잘 보여요. 그런데 조직이 커지면서 평소에 하던 소통만으로는 점점 문화가 보이지 않게 되죠. 때문에 조직이 커지면 문화를 보이게 만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직 진단, 몰입도 등의 수많은 인덱스들도 결국 문화를 보이게 만드는 수단들이에요. 문화인터뷰나 FGI도 마찬가지죠.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생각하고 동의하는 가정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게 목적인 활동들입니다.


6. 이렇게 문화를 보이게 만든 후에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함께 성찰해 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 단계에서 해결책을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문제가 뭔지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 문제의 수준을 공감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해결 가능한 이슈들만 남기려는 아주 이상한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어요. 보통 리더십은 문제해결 중심의 사고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문제를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결하지"에만 온통 정신을 쏟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구성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요원해집니다. 일단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공감하는 단계를 먼저 해야 해요.


7. 문화 프로그램은 가급적 전 과정을 리더십-구성원이 함께 하는 걸 추천하는데요. 그런데 위의 6번 과정은 리더십과 소규모로 진행하는 걸 추천하기도 해요. 왜냐면 리더십이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람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다 달라요. 예를 들어, 이별을 했을 때 누군가는 부정-저항-체념-새로운 만남의 사이클을 굉장히 빨리 도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1년, 2년이 지나도 부정만 하고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강요한다고 공감하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우린 회사에서 일하는 프로들이니 가급적 1-2개월 이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8. 일단 리더십이 현실 이슈에 공감했다면 구성원들과 함께 문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리더십부터 본인 스스로 성찰한 결과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조직에서 '과감한 도전이 몇 년째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고자 문화분석을 했고 리더들이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반복해' 왔다는 집단 경험이 발견되었다고 가정해 보죠. 보통 이러한 문화적 각인이 이루어지게 되면 회사의 비전이 뭐든, 리더십이 뭐라고 떠들던 어떤 도전도 하지 않게 돼요. 때문에 이런 이슈가 발견된 조직이라면 리더십이 한발 앞에 나와서 본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의사결정이 문화적/전략적 지향점과 달랐음을 인정해야 해요. 그래야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라는 게 시작됩니다.


9. 자. 문화를 보이게 만들었고, 리더십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했고, 회고를 통해서 문화 방향성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리더십들이 먼저 나서서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했다면? 사실 그다음부터는 문화 담당이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조직과 리더십의 문화적 이슈들은 이 단계에서 절반 이상 해결되고, 나머지 절반도 어렵지 않게 논의하며 해결책을 마련하게 되거든요.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same page에서 상황을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조직의 응집력이 강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응집력이 강한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본인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력(일종의 회복탄력성)이 있거든요.


10. 마지막으로 이런 과정을 다 거친 리더들이 안정적으로 문화적 리더십을 발휘/유지하기 위해서는 위의 과정(5-8번, 현실인식과 성찰의 과정)을 조직의 루틴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죠! 마치 주기적으로 사업계획 리뷰를 하듯 문화 리뷰도 하는 거예요. 이를 통해 리더십과 구성원이 약속했던 일들이 잘 실천되고 있는지 리뷰하고 다시 개선하는 겁니다.


오늘은 문화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나눠봤어요.  전 문화 리더십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할 때마다 거울을 든다는 생각으로 하는데요. 바쁘다는 이유로 거울을 보지 않는 리더들에게 '억지로'라도 현실을 바라보게 만들고 이를 통해 변화를 시작하게 돕는 거죠!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te: 제가 남기는 글들은 기업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회사나 조직의 상황을 가정하고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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