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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Sep 19. 2023

[culture] 문화담당의 뒷담화

*2022년 리멤버 인플루언서 활동 당시 작성했던 글입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적어볼까 고민하던 중 핸드폰에 적어두었던 오래된 메모들을 보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니 퇴근길에 하루를 돌아보며 메모하던 습관이 있었더라고요. (부지런했던 과거의 나) 나름 의미 있는 메모들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중구난방으로 짧은 메모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문화 담당의 뒷담화 같은 느낌이랄까요? 단락들이 연결된 스토리는 아니니 편하게 읽어주세요~


✔칭찬하자고 말할 시간에 칭찬을 하세요.


칭찬에 인색한 조직이 생각보다 많죠. 이런 조직에서 소위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조직장 및 전략팀장님과 미팅을 한 적이 있었어요. 칭찬문화를 만들기 위해 칭찬이 왜 중요한지, 조직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리해서 구성원들과 공유하실 거라는 야무진 계획을 알려주시며 의견을 물으셨는데요.


저의 코멘트는,

"그냥 칭찬을 하세요."


Why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닌데요. 칭찬과 인정이 조직문화에 좋다는 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건 굳이 설득하는데 시간 쓰지 마시고 그냥 리더십부터 실행을 하시는 게 맞죠.


✔완벽한 팀은 없지만 노력하는 팀은 있어요.


팀 단위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느끼는 건 완벽한 팀은 없다는 거예요. 겉으로 보기엔 참 좋은데.. 실제로는 여러 소그룹으로 쪼개져있다던지, 합의된 팀 미션이 없어서 동상이몽 상태라던지, 일하는 방식이 중구난방이라 갈등을 겪고 있다던지, 회사 문화와 동떨어진 고립된 팀 문화를 가지고 있다던지.. 등등 생각보다 많은 이슈들이 있어요.


중요한 건 우리 팀이 완벽한지 아닌지가 아니에요.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느냐 안하느냐죠. 그 노력을 돕기 위해 문화팀이 존재하는 거죠. 저도 그렇고요. 간혹 팀 프로그램 신청 = 우리 팀 문제 있다는 뜻이 될까 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러실 필요 없어요. 경험상 건강한 팀들이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하더라고요.


✔나의 문제를 문화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세션 진행 때문에 지쳤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적었던 메모였어요. 보통 문화진단이 끝나고 리뷰세션을 통해 조직이 직면한 문화 이슈를 공유하는데요. 물론 문화진단은 개인진단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누구의 문제다 이렇게 결론이 나지는 않지만… 원인을 보다 보면 누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이슈인지는 알 수 있어요. (비전의 부재 = 리더십 이슈 등)


그런데 이때 건강한 조직은 모두가 앞다퉈 나의 책임을 찾는데 집중하는 반면 이슈가 많은 조직은 타인의 책임을 찾거나 전체의 책임(문화 탓)으로 돌리는데 집중해요. 아무도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문화가 망가졌다는 신기한 결과에 도달하죠. 그럴 리가 있나요. 지금의 문화는 과거의 우리가 함께 만든 결과인걸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나아요.


문화 이슈가 있다고 반드시 지금 당장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조직 변화를 앞두고 있다거나 리더십이 곧 변경된다거나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 등이 예정되어 있으면 문화 프로젝트를 하는 것보다는 해당 의사결정이 문화적으로 올바른 건지 의견을 보태는데 에너지를 쓰는 게 낫습니다.


조직개발 과정 중에 리더십 발령이 나버린다던지 조직이 사라지다던지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조직을 망치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의사결정입니다. 급할수록,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일수록 우선순위 판단이 정말 중요합니다.


실제로 문화 업무를 하는 선배가 조직개발 세션을 진행하던 중에 해당조직에 큰 규모의 조직개편이 발생해서 세션이 엉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적었던 메모더라고요.


✔모든 게 다 연습이에요.


예전에 직급전환 시점 별 문화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적어서 책상에 붙여놓았던 메모예요. 문화 프로그램을 짤 때 핵심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연습을 하는 건데요. 당시에 직급별로 필요한 문화적 의사결정을 연습할 수 있도록 롤 플레잉 중심의 과정을 짰었어요. 10여 개의 모듈을 파일럿 하면서 5번 이상 과정 업데이트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휴...


모듈 중에는 컬처핏 면접 연습도 있었어요. 컬처핏 면접은 특히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으면 합의된 기준(일하는 방식/핵심 가치)이 아닌 본인만의 가치관으로 지원자를 판단하고 합불합을 결정하게 돼요. 이렇게 되면 컬처핏 면접은 사실상 실패하는 거죠. 때문에 스스로의 기준으로 합불합을 결정해 보고 컬처핏 기준대로 합불합을 다시 결정해 본 후 그 갭을 직접 비교해 보는 등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도 돈 벌자고 하는 일인데..


처음엔 메모를 한 저도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읽다 보니 억울함이 담겨있더라고요. 문화 업무를 하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대놓고 이런 걸 왜 고민하냐고 면박주는 조직장을 만나기도 하죠. 지금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조직이 있다면 프로젝트를 홀딩하고 이슈사항을 다시 점검하거나 일정을 조율하겠지만 주니어 때는 당황한 적도 참 많아요. (그런데 보통 이런 조직들이 위기가 생기면 쉽게 무너지더라고요. 문화의 역습이랄까)


그런데 사실 기업문화 업무의 목적도 돈 잘 벌자는 거거든요. 아니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기본적으로 다 그런 목적 아닌가요? 다만 투자와 성과 사이의 거리(소요시간)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문화업무는 상대적으로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성과를 볼 수 있는 업무이다 보니 단기적으로 성과를 판단하는 분들에게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거죠. 새삼 문화 업무라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디선가 자신들의 일을 하고 계실 다른 문화 담당들을 응원하게 되네요. (뜻밖의 결론 : 문화담당 파이팅!)


오늘은 오랜 메모들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데요. 메모를 보다 보니 당시의 답답함과 속상함, 기쁨과 설렘이 느껴지네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들도 많고요. 컬처핏 같은 주제들은 이렇게 짧게 넘기기엔 아쉬움이 남는 주제이니 정리가 되면 곧 공유드려보도록 할게요!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te: 제가 남기는 글들은 기업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회사나 조직의 상황을 가정하고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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