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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Sep 19. 2023

[culture] 원온원 고수와의 만남

처음 팀장이 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팀원들과 원온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6개월은 위클리 원온원을 했었는데요. 올해는 유독 팀에서 새롭게 하는 일들이 많다 보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바이위클리 원온원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이나 가족 등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업무나 커리어 고민 등 진지한 주제까지.. 원온원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처음엔 업무싱크를 맞출 목적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팀원들의 인생이야기나 업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듣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의외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매주 주간회의를 하는데.. 원온원에서 또 할 말이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지금도 많이 듣는데... 놀랍게도 할 말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왜 다들 그런 경험 있으시잖아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오히려 할 말이 더 없었던 그런 경험 말이죠. 저의 경험 상 자주 만날수록 더 풍성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중요한 건 대화의 질이죠.


원온원의 승패는 결국 좋은 질문과 좋은 반응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대다 대화를 할 때에는 소위 묻어가기 신공이 가능하잖아요.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이 틈틈이 존재하죠. 대화와 반응의 총량이 1/n으로 나뉘게 되니 부담이 덜한 거죠. 그런데 원온원은 이름처럼 1:1 대화라 1/n이 어려워요. 대화에 참여하는 모두가 제 몫을 해내야 합니다. 대화를 이끌거나 대화에 반응하거나. 경험 상 둘 중에 하나는 잘해야 원온원이 의미 있게 진행되더라고요.


원온원을 망친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질문이 명확하지 않았거나 (a.k.a 준비가 부족했거나) 반응이 엉망진창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애초에 상대가 맘에 안 들었기 때문에 망한 건 예외로 하기로 해요. 이미 사람이 싫은 단계로 가버리면 그건 누가와도 해결하기 힘들거든요.


얼마 전에 여러 회사를 다니는 팀장님들이랑 원온원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질문과 반응 중에서도 반응을 좀 더 어려워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질문은 사전에 준비를 하면 충분히 대비가 가능한데 반응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달라져야 하다 보니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저도 이 말에 정말 동의해요. 상대방과 대화 맥락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담보되어야 좋은 반응이란 걸 할 수 있잖아요.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죠.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히 1:1 피드백의 고수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어떤 주제를 깊게 고민하다 보면 엉뚱한 순간에도 배우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바로 그런 경험을 했었어요. "아 대화는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그 고수는 바로 제 조카(현재 10살)인데요. 이 친구,..아니 이 선생님이 알려준 대화의 기법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에피소드 1 -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때의 대처법


때는 바야흐로 3-4년 전이었어요. 저는 조카랑 노는 걸 좋아해서 그날도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는데요. 제 방에 있던 브라운 캐릭터 키링을 보고 조카가 반색을 하며 달려오더니 "삼촌 브라운 이거 어디서 났어?"라며 눈독을 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그날따라 캐릭터를 헷갈린 거예요. "아. 지우야 이건 브라운이 아니라 라이언이야"라고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조카는 "아닌데 이거 브라운인데, 브라운 맞아. 삼촌" 라며 어리둥절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답답하다는 듯이 "아냐 이거 라이언인데, 아직 지우가 잘 몰라서 그래"라며 말을 끊었어요. 그랬더니 조카가 한참을 고민하면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나 보구나 하며 보고 있는데, 다시 조카가 제게 오더니 "삼촌! 그럼 라이언이 염색을 해서 이렇게 된 거구나!?"라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브라운과 라이언은 색이 다르고, 제 방에 있던 키링은 브라운이었다는 걸요... 순간 어찌나 미안하던지, 잠깐동안 할 말을 잃고 있다가 제가 착각했다는 걸 고백하고 사과를 했어요. "괜찮아 삼촌"하며 쿨하게 자리를 뜨는 녀석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피소드 2 - 상대를 동기부여시키는 칭찬과 개선의 피드백


샤부샤부를 먹는 날이었어요. 조카가 집에 놀러 온다길래, 어머니가 평소엔 잘 먹지 않는 한우를 미리 사두셨더라고요. (저희  집만 이러는 거 아니죠?) 육수가 부글부글 끓고 야채와 고기를 넣고, 다들 멍 때리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한입씩 맛을 보았는데요. 첫 입을 먹고 나서 아버지가 "어우. 고기가 질기다"라며 어머니한테 한마디 하시는 거에요. 온 가족이 트리플 B형인 저희 집 사람들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거든요. 사실 고기가 좀 질기긴 했는데 그럭저럭 먹을만했어요. 아버지의 '피드백'을 들은 어머니가 민망해하면서 조카를 위해 고기를 잘라주시더라고요. 아버지는 고기가 질기다며 계속 말씀을 보태고 계셨고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조카가 잠시 후에 할머니한테 쪼르르 가더니 한마디를 하는 거예요. "할머니 고기가 조금 질기긴 한데 씹을수록 정말 고소해서 맛있어. 샤부샤부 정말 맛있다 할머니. 최고야!" 제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듣고,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에피소드 3 - 대화를 진심으로 만드는 비법


조카는 저희 집에 올 때마다 늘 제 방을 살펴보는데요. 다른 방에 비해 신기한 물건이 많아서 그런지 놀이터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책상에서 그림도 그렸다가 편지도 썼다가 키링도 만져보고.. 아이들의 세계는 참 바쁘게 돌아간다는 걸 느끼며 보고 있으면, 이내 눈이 마주치곤 하는데요. 일단 저를 발견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레 원온원이 시작됩니다. 본인이 어린이집-학교에서 있었던 일, 강아지나 고양이 이야기, 아이돌 이야기 등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주제로 뜻깊은 대화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은 건 이 친구는 제가 무슨 말을 하든 굉장히 열심히 듣는다는 거고요. 더 놀라운 건 제가 예전에 했었던 말을 이야기하며, 지금 대화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겁니다. "아 그때 삼촌이 영화관에서 팝콘 먹는 건 불편하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근데 삼촌은 라이언을 좋아하잖아. 춘식이보다는 라이언이..." 제가 한 말을 기억하고 반응을 해주다 보니 대화 자체가 다 진심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물론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하다 보니 가끔... 무서워요)


조카와의 대화를 회고하다 보면 자연스레 저의 대화법, 원온원 커뮤니케이션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1. 나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상대의 말을 판단하고 있지 않나. 나는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며 대화하는가.

2. 나는 상대방에게 개선과 칭찬을 밸런스 있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한쪽으로 치우친 반응을 보이고 있진 않은가

3. 나는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가. 상대방과 대화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어찌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정석과 같은, 당연한 이야기들인데 막상 원온원을 끝내고 위의 1-3번을 지켰는지 체크하다 보면 지키지 못했던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럼 또 대화를 후회하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원온원을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리더분들 중 대다수는 정작 본인이 주니어일 때 원온원을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을꺼에요. 당시에는 성과평가 면담도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상위 리더와 1:1로 대화를 하는 건, 가끔 술자리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죠.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결국 시도와 회고 그리고 개선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그런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오늘도 원온원에 진심인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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