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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Nov 06. 2023

[culture] 탑리더십의 캘린더로 알 수 있는 것

조직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권한 위임 이슈가 대두됩니다. 대표를 포함한 초기 리더십팀의 역량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기능 세분화에 따른 의사결정의 홍수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연진과 초기 리더십팀은 사업을 고민하는 시간만큼이나 어디까지 권한과 책임을 위임할지, 어떻게 협업하며 성과를 만들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써야 합니다. 첫 번째 고민의 답은 비전과 조직구조에 두 번째 고민의 답은 일하는 방식에 담겨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직의 규모가 대략 300명을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전략과 문화에 대한 중요도가 올라갑니다.


비전, 조직구조, 일하는 방식 등을 적기에 고민하지 않아서 권한위임이 엉망인 조직의 특징은 대표가 바쁘다는 겁니다. 사람을 한 명 뽑아야 할 때도 대표를 찾아가고 조직에 갈등이 생겨도 대표를 찾아갑니다. 회사의 제도와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면? 네. 어김없이 대표를 찾아가죠. 외부에서 중요한 손님이 와도 꼭 대표를 끼고 밥을 먹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불러봐야 '주요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걸 경험 상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대표도 이런 결정에 익숙하다는 겁니다. 오히려 "맞아. 이 회사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라는 생각으로 더 구체적 어젠다까지 챙기기 시작합니다.  결과 대표의 일정은 점점  많아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넥스트 리더십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리더는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성장합니다. 어디 모여서 5박 6일 워크숍을 한다고 리더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요. 때문에 조직의 성장 과정에서 적기에, 적합한 사람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대표가 세부적인 결정을 하면 할수록 리더십이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는 사라지게 되고 대표는 도돌이표처럼 다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역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으니 내가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네..."


이 악순환의 끝은 무엇일까요? 대표가 번아웃되거나 조직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때문에 대표의 캘린더에 적힌 어젠다만 보더라도 이 회사가 권한 위임이 잘 되고 있는 회사인지, 악순환에 이미 빠진 회사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대표랑 논의하네"라는 어젠다가 많을수록 그 회사는 제대로 권한위임이 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 전에 권한위임 관련 고민을 하시던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났는데요. 저에게 의견을 물어보시길래 "사람들이 의사결정 해달라고 찾아왔을 때, 담당 부서의 의견이 곧 제 의견입니다. 라고 하고 그냥 돌려보내보세요. 딱 3개월만 그렇게해보세요" 라고 답변드렸습니다. 처음엔 머뭇거리셨지만 "그게 리더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이에요"라고 말씀드리니 뭔가 마음을 먹으신 듯 돌아가시더라고요. 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대표이사와 리더 간에 비전과 일하는 방식이 명확히 공유되어 있어야 해요.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회사와 조직에서 권한 위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사업과 조직의 환경에 따라 권한 위임의 수준과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게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겁니다. 대표는 회사를 위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가장 잘 아는 본인이 계속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성원은 회사의 리스크를 줄이고,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표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믿고요. 둘 다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기에.. 뭔가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며 변화 없이 그냥 가는 겁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적합한 리더가 없어서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거죠.


만약 한창 성장 중인 회사라면... 리더십 교육을 강화하기 전에 시간을 내어 대표를 포함한 C레벨 캘린더부터 자세히 살펴보시길 추천합니다. 탑리더십의 어젠다로 어디까지 가져갈지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한 기능을 적합한 리더에게 위임하고 주기적 피드백을 통해 방향을 맞추는 일이 반복되면 그 리더가 임원이 되고. 자신이 배우고 겪은 대로 다음 세대 리더를 만들어 갈 겁니다. 그게 바로 살아있는 리더십 교육입니다.

 

Note: 제가 남기는 글은 기업문화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로 특정 조직이나 회사의 상황을 가정하고 적은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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