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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Sep 19. 2023

[culture] '상식과 반복'이 문화를 변화시킵니다

*2022년 리멤버 인플루언서 활동 당시 작성했던 글입니다.


한 번 하면 이벤트지만 반복하면 문화가 됩니다.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데 왜 문화가 변하지 않죠?"


얼마 전에 다른 회사 임원분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자리에 앉자마자 저한테 던지신 질문이 바로 위의 질문이었어요.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라 문화담당이 별도로 없어서 본인이 직접 구성원들 이야기도 듣고 전략 방향이랑 문화를 같이 고민해 보고 프로그램도 의뢰해서 돌려보고 평가제도도 바꿔봤는데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무척이나 답답한 표정으로 조언을 구하셨죠.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었는데 졸지에 무거운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거죠. 그런데 이러한 질문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조직개발 등 문화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소위 as기간이 있는데요. 일부 조직들은 위의 임원분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이슈에 봉착하곤 해요. 정말 열심히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변화가 안된다는 거죠. 오히려 문화가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요. 허허. 슬픈 일이죠.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는 정말 다양하죠. 놀랍게도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은 조직도 있으니까요. 특히 조직장들이 본인의 입지를 다지거나 (or 생존을 위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문화 프로젝트는 대부분 결말이 좋지 못해요. 레거시 문화 일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결과가 좋을 리 없죠. 이런 프로젝트는 안 하는 게 나아요. 기존 구성원들에게 패배감만 잔뜩 선사하고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시작부터 잘못된 케이스가 아닌데도 소위 문화적 성과가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는 왜일까요? 이쯤에서 제가 나름 정리한 이론을 은근슬쩍 주장해 보면요.


문화는 상식과 반복의 힘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조금 볼드하게 정리를 해보면 대략 이렇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상식이란 상식적인 해법과 방향을 의미해요.)


상식 × 반복 = 변화 (긍정적)

상식 × 비반복 = 조금 변화 (긍정적)

비상식 × 비반복 = 조금 악화

비상식 × 반복 = 악화


앞서 말씀드린 케이스처럼 의도 자체가 불순하거나 과정 상에서 기존의 문화를 뭉개려는 시도는 비상식적이죠. 그러니 이런 시도는 한번 하든, 반복하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문화를 악화시켜요.


그럼 거꾸로 상식적인 방향으로 노력하는데 변화가 되지 않는 경우는? 위의 수식을 보시면 바로 캐치하시겠지만 반복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커요. 많은 분들이 한두 번의 시도로 문화가 변하길 기대해요. 한 번의 성공적인 행사나 리츄얼, 세션 등이 조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거죠. 물론 문화 프로젝트도 임팩트가 중요하긴 한데요. 제 경험상 임팩트보다 중요한 건 반복입니다. 한 번 하면 이벤트지만 반복하면 문화가 되거든요.


혹시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경영자를 아시나요? 망해가던 JAL(일본항공)을 다시 살린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에요. 이분이 JAL을 턴어라운드 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회사 내 최상단 의사결정 기준인 경영철학을 바로 잡은 것인데요.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 리더십 세션을 무려 17차례 운영하셨다고 해요.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아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망해가던 회사가 살아난 거야?" 궁금하실 텐데요. 오히려 제가 집중한 부분은 리더십 세션을 17차례나 했다는 겁니다. (리더십 세션을 3번만 한다고 해도 기함하는 회사들이 참 많거든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종의 도덕교육 같은 거예요. 좋은 사람이 되라는 거죠.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상식'적인 이야기고 이러한 경영철학은 독립채산제를 기본으로 하는 아메바 경영과 결합되어 큰 시너지를 만들게 돼요. 자세한 내용은 1155일의 투쟁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결국 문화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로부터 상식을 찾고. 문제를 바로잡는 노력을 반복하느냐에 달려있어요. 실제로 뜬구름 잡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보다 우리 회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이나 프로세스 3개를 정리해서 반복 개선하는 게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훨씬 효과적이에요.


다시 서론으로 돌아와서 임원분에게 위와 같은 저의 생각을 (지금보단 중구난방으로) 말씀드렸더니 돌아가셔서 다시 한번 문화프로젝트를 돌아보셨다고 해요. 그리고는 직원들이 비상식적이라고 피드백 주었던 부분에 더 집중해서 반복적으로 개선해 보는 걸로 의사결정을 내리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변화했냐고요? 저도 속 시원하게 대답하고 싶은데 아직은 몰라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거든요. 다만 회사의 c level이 그 정도의 애정과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시도한다는 건 정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라도 좋은 소식을 듣게 된다면 공유드리도록 할게요.


오늘 제가 말씀드린 내용과 함께 보시면 좋을 기사를 첨부드려요!!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공포와 압박 그만, 상식 따라 살라” 한국 기업문화에 던지는 충고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5/21/OOXAVBQ75FAN3CMM5AKLYSZAQY


어느덧 인플루언서 활동이 마지막 주에 들어섰어요.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많은데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적어야 한다는 나름의 중압감에 너무 절제된 이야기만 드린 건 아닌가 반성해 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곧 좋은 기회로 생각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Note: 제가 남기는 글들은 기업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회사나 조직의 상황을 가정하고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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