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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Apr 24. 2024

여행은 끝났다, 300일의 세계일주

1. [프롤로그]은퇴한 김에 세계일주

여행 중에 아르헨티나의 엘칼라파테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혼자 여행 중이었던 40대 후반의 남자인 그는 여행 중에 만난 우리 부부를 유난히 반가워했다. "주변에 은퇴 후 하고 싶은 것 1위가 '여행'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별로 못 봤어요. 두 분은 진짜로 여행을 떠나오셨네요. 대단하세요."


그러고 보니 내 주변 은퇴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은퇴하고 여행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동네 문화센터나 도서관을 다니고, 헬스장을 다니며 각자가 만들어낸 정주(定住)생활에 정진하고 있다. 


나는 오로지 여행을 하고 싶어서 은퇴했기 때문에 은퇴 후 주저없이 여행을 떠났다. 2023년 3월부터 12월까지 남편과 함께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귀국일이 언제가 될 지 정하지 않고 떠난 길이었다. 그래도 무작정 여행을 계속할 수만은 없어 막연히 정한 시한은 '빠르면 12월 안에, 늦으면 2월안에 돌아오기'였다. 10개월에서 1년을 길 위에서 지낼 작정하고 나선 길이었다. 10개월만에 여행을 끝냈으니 애초 시한 내에서 가장 빠른 일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300일간의 여행 루트


다녔던 곳을 지도에 표시해보니 세계일주란 말이 무색하다. 여행지는 유럽과 미국, 중남미였다. 절반의 세계여행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호주 대륙이 빠졌다. 


10개월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모든 대륙별로 발도장이라도 찍으려면 내 여행 속도로는 2년은 걸릴 것 같다.


"여행은 세 번 한다고 한다. 떠나기 전에 한 번, 길 위에서 한 번, 다녀와서 한 번."

나는 이제 세번째 여행을 할 차례이다. 먼저, 다녀온 곳부터 복기해보자. 10개월 동안 어딜어딜 다녔나?


& 여행기간 : 2023.3.16~12.29(290일, 이동포함)
& 여행자 : 2명(부부)
& 여행한 곳 : 유럽, 미국, 중남미

1) 유럽 8개국 62박
- 독일(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체코(프라하), 아일랜드(더블린), 영국(런던), 프랑스(파리, 디종, 리옹, 아비뇽, 니스), 모나코, 이탈리아(로마, 피렌체), 튀르키예(이스탄불)

2) 미국 42박
- 뉴욕, 시카고, 파고, 미서부1차:5대캐년(로스엔젤레스, 플래그스태프, 페이지, 라스베이거스, 로스엔젤레스), 미서부2차:옐로스톤외(로스엔젤레스, 살리나스, 샌프란시스코, 오크허스트, 타호시티,솔트레이크시티, 웨스트옐로스톤, 버날, 모아브, 페이지, 킹맨, 로스엔젤레스)

3) 중남미 10개국 183박
- 멕시코(64박-과달라하라, 과나후아토, 멕시코시티, 산크리스토발데라스카사스, 메리다, 바야돌리드, 툴룸, 플라야델카르멘, 칸쿤), 과테말라(12박-안티구아, 파나하첼), 콜롬비아(18박-카르타헤나, 메데인, 살라미나, 살렌토, 아르메니아, 보고타), 에콰도르(10박-키토, 바뇨스), 페루(13박-리마, 쿠스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 볼리비아(11박-라파즈, 우유니), 칠레(20박-아타카마, 산티아고, 푸에르토나탈레스), 아르헨티나(20박-엘칼라파테, 엘찰튼, 부에노스아이레스, 푸에르토이과수), 파라과이, 브라질(15박-포스두이과수, 상파울루, 파라티, 리우데자네이로)


여행의 전리품, 여러 도시의 교통카드. 여행지에서 공항까지 가는데 사용하므로 여행 마지막까지 내 손에 남을 수밖에 없다.


290일간 총 19개국, 67개 도시를 다녔다. 지도에 찍어 놓고 보니 눈어림으로도 지구 한바퀴는 넘게 다닌 것 같다. 이동 거리가 궁금했다. 계산 결과는 67,000km로 나왔다. 지구 둘레가 4만 킬로이니 지구 한바퀴반은 돌았고 비록 3개 대륙이지만 이동 거리로는 '세계일주'하고도 남는 거리다.


그동안 누가 물으면 '세계일주'는 너무 거창하기도 했고 5개 큰 대륙을 물리적으로 한바퀴  게 아니라 '그냥 좀 길게 다녀요. 중남미 위주로요." 이렇게만 대답했다. 구 둘레를 한바퀴반 넘게 돌아다녔으니 내 여행도 슬그머니 세계일주에 포함시킨들 누가 뭐라할까.

 

'세계일주!' 듣기만해도 가슴콩닥거리게 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막상 길 위로 나서면 세계여행은 '낭만' 이전에 '현실'이다. 나를 '길 위에서 먹이고 재우고 이동시키는' 미션을 실시간으로 해야 한다. 오늘도 내일도, 이 달도 다음 달도,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과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의 틈바구니에서 낯선 잠자리에서 자고 낯선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은퇴하고 떠났으니 여행자 둘다 마냥 젊고 호기로운 나이도 아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하는 세번째 여행은 정리여행이며 마지막 여행이다. 은퇴부부가 10개월간 길에서 겪으며 느낀 '지극히 현실적인 여행살이'를, '여행 방법과 정보' 중심으로 풀어놓고자 한다. 어딜 가면 좋은지 어떻게 놀면 재밌는지는 이미 너무 많은 SNS가 다루고 있으니까 나까지 보탤 필요가 없지 않을까. 


나의 세번째 여행, 이 기록이, '먼저 간 또하나의 발자국'이 된다면 좋겠다. 후발 여행자의 '낭만이 꽃피는 슬기로운 세계여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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