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0대 중반에 스타트업?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왔는데...

by 새벽한시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왔다. 학생 때도 범생이었고, 직장에서도 범생이 기질은 어디 가지 않아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다. 일도 재미있었다. 학부만 마친 상태로 어찌어찌하다가 입사하게 된 연구원은 새롭게 배워가는 재미가 있었고,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하며 성장해 나가는 기쁨도 느꼈다.

흔히 직장인들은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어하고, 퇴근시간 혹은 휴일만 기다리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다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출근해서 내 일을 하는 게 즐거웠고, 성과가 나올 때면 재미와 성취감을 느꼈다.


그런 나는 아마도 직장인이 나의 기질에 딱 맞았나 보다.

어쩌면 전생 테스트에서도 '공노비'로 나온단 말인가...


출처: 퍼블리 직장인 테스트



엄마의 간병, 사춘기 아들의 반항, 그 외 소소하게 반복되는 인간과의 갈등들...

사소한 부침은 있었지만 내 인생은 편안했다. 커리어 면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내 일은 즐거웠고 잘할 수 있었으며,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문득, '이대로 더 20년을 똑같이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20년 동안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이대로 늙어서 죽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점점 실수가 잦아지는 엄마가 걱정스러웠다.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기 전부터 엄마의 깜빡거림과 잦은 실수가 눈에 걸렸고, 엄마의 변화를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또 언젠가는 마주할 헤어짐을 위해 엄마의 기록을 남겨놓고 싶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엄마와의 기억, 일상, 엄마가 치매에 걸려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2021년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2024년에 그 결과가 책으로 나왔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351044?utm_source=google&utm_medium=cpc&utm_campaign=googleSearch&gt_network=g&gt_keyword=&gt_target_id=dsa-511700190643&gt_campaign_id=9979905549&gt_adgroup_id=132556570510&gad_source=1



엄마와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나를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21년에 나의 첫 글은 결벽증을 의심할 정도로 깔끔했던 엄마의 옷과 집안이 지저분해져서 걱정스럽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주간보호센터와 요양보호사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참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결국 혼자서 밥을 거의 안 챙겨 먹는 엄마가 걱정되고, 혼자 두면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함에 엄마를 요양원에 모셨다.

2023년에는 주말마다 엄마를 보러 가서 같이 식당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꽃구경도 하러 다녔다. 그러나 채 1년도 되지 않아 엄마는 거동이 불편해졌고, 이후 인지능력은 더더욱 떨어졌다.


책이 출간된 후, 엄마를 보러 가서 책을 선물했다.

"엄마~, 엄마 덕분에 내가 이렇게 책을 냈어. 엄마 이야기가 여기 적혀있으니까 엄마 책이기도 하네. 여기 봐봐, 엄마가 쓴 일기장도 여기 실려있다?"

그러나 그즈음 엄마는 자녀들도 가끔 못 알아볼 정도였으니, 책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안쓰럽고, 어쩌면 같은 일을 겪을지도 모를 나의 형제들과 나의 미래가 불안했다.

'치료는 못할지언정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늦추고, 몸에 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만 있어도 내 집에서 가족들과 더 오래 지낼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솔루션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음 한 켠에 묻어두었던 저 고민이 떠올랐다.


내가 엄마에게 만들어주고 싶던 솔루션,

나중에 나와 형제들이 깜빡깜빡할 때 최대한 치매가 늦게 발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솔루션.


이걸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이것이 내 창업 도전의 시작이었다.


어느 것 하나 의도하지 않았다.

내가 평생 건강에 대한 연구를 해왔지만, 그것이 엄마의 치매를 막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해 속상했다.

그러나 나의 연구경험을 이용하여 솔루션을 만들면, 나중에 나의 형제들과 내가 치매에 걸리는 걸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의 글이 책으로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엄마의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이었고, 책 출간으로 이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했던 고민을 반복할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해결책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점들이 이어져서 선이 되듯이,

나의 연구경험, 엄마의 치매, 그리고 브런치의 글로 풀어낸 나의 고민들이 모두 이어져서 새로운 꿈이 되었다.


그렇게 40대 아줌마인 나는, 스타트업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