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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한시 Jun 29. 2023

언니가 필요한 여동생에게

여동생에게 당부하고픈 말들

나의 두 언니들과 나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자매가 있어 참 다행이야. 엄마가 우리에게 해준 가장 큰 선물이 언니동생들을 낳아주신 거 같아"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혼자 계실 때는 엄마를 모시고 언니들과 여행을 자주 다녔다. 바쁜 사위들은 내버려 두고 딸 셋이서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엄마와 다 같이 전국 곳곳을 누볐다. 신랑은 자유를 즐겨 행복, 나는 엄마랑 언니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서 행복, 아이들은 사촌들과 만나 놀 수 있어 행복이니 모두가 행복한 여행이랄까. 그럴 때도 남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는 않았다. 남동생이 시간 내기도 힘들지만, 올케가 불편해할 것 같아서였다. (나도 시가 쪽 여행에 끼는 건 불편하고 힘들 테니 말이다.)


나와 언니들과는 터울이 좀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같이 늙어간다'는 말이 딱 맞다. 똑같이 결혼생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먼저 아이를 키워본 언니들에게 상담도 하고... 언니들이 있어 참 좋다. 


나나 언니 주위의 친구들은 사이좋은 여자형제가 있다는 점을 참 많이 부러워한다. 남동생만 하나 있는 후배가 나에게 "우리 성씨도 같은데 내가 넷째딸 하면 안 돼요?" 물으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나중에 나랑 언니들이랑 집 짓고 같이 살 건데, 너도 끼워줄게" 




1. 언니가 있어 좋은 점은 나와 교감할 수 있는 동성이 가까이 있다는 거다. 

딸 있는 부모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딸들이 부모를 살갑게 잘 챙겨서이기도 하지만 감정적으로 부모와 많이 교류해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아들보다는 딸이 부모, 특히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건 맞다. 그러나 같은 세대로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데 이건 언니나 여동생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사실 우리 엄마도 딸들과 여행 갈 때보다, 엄마 형제들인 이모, 삼촌, 숙모들과 여행 다닐 때 훨씬 즐거워하셨다. 


2. 부모로서, 혹은 자식으로서 짊어져야 할 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준다. 

부모님을 챙겨야 할 때, 혼자 온전히 그것을 짊어지는 게 사실 쉬운 건 아니다. 엄마의 상태가 걱정스러울 때도, 요양원으로 엄마를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할 때도, 면회나 외출을 하며 엄마를 찾아뵐 때도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같이 고민거리를 나눌 수 있는 형제가 있다는 건 마음으로도, 경제적 물리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를 키울 때 역시 갑자기 일이 생겨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니가 가장 편안한 상대이다. 아이의 친구 집에 돌봄을 부탁하거나, 심지어 시누이들에게 아이를 맡겨도 '우리 아이가 예의 바르게 잘 행동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조금은 앞선다. 그러나 언니들은 내 아이의 심술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 때문에 내 아이의 못난 점, 나의 못난 점을 내보이는 것에 대해 한결 편안하다. 



3.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내 편에서 고민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다. 

남편도 결국은 남의 편. 특히 시가나 친정 문제에서는 더더욱 남의 편이 될 수밖에 없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에게 나의 고민을 나눌 수 있겠지만, '말이 새지는 않을까' 혹은 '직장 관련하여 안 좋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럽다. 또한 내 친구들에게 나의 신랑이 안 좋게 비치는 것도 싫은 게 사람마음인지라, 친구들에게도 결혼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주저하게 된다. 

형제자매도 물론 이해관계가 얽힐 때가 있지만, 내 주위의 경험으로 비추어보자면 사이 안 좋은 형제는 가끔 봤어도 사이 안 좋은 자매는 거의 보지 못했다. (한참 툭탁거리며 자랄 때는 예외이다) 언니들은 내 감정에 공감해 주면서도,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조언해준다. 서로 속내를 모두 알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해도, 민망하거나 부끄러움이 덜 한 것 또한 가족이 가지는 장점이다.   




 

 살다 보면 친한 친구에게도 말 못 한 고민이 있다. 또 '나보다 연륜과 경험이 많으면서도, 온전히 내 편에서 생각하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언니들이 있어 참 좋다. 


그래서 언니가 필요한 여자후배, 여동생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진짜 아끼는 여동생에게 말하듯 편안한 구어체로 쓰려고 하니, 보시는 분들이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사람은 자기 경험치 내에서 생각하기 마련이라, 나의 의견이 틀리거나 일반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먼저 겪은 일을 나의 여동생들이 뒤따를 때, 나보다는 덜 서투르고 덜 힘들게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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