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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Apr 02. 2021

아이유와 동갑으로 산다는 축복

내 20대의 BGM

아이유의 정규 5집 [LILAC]이 발매되었다. 2012년 싱글 [스무 살의 봄]을 시작으로 23살의 [CHAT-SHIRE] 속 ‘스물셋’, 25살의 [Palette] 속 ‘팔레트(feat. G-DRAGON)’, 28살의 ‘에잇(Prod.&Feat. SUGA of BTS)’을 지나 서른 직전, 29살의 이야기를 노래한 ‘LILAC’이 발매되었다.


아이유와 동갑으로 산다는 건 큰 축복인 것 같다. 아이유의 스무살, 스물셋, 스물다섯, 스물여덟, 스물아홉 모두 나와 같진 않겠지만, 그녀는 그 나이에 모두가 느낄 감정을 노래로 남겨주었다. 어린시절 앨범에 끼워놓은 책갈피처럼, 내가 그 나이를 추억할 때 항상 아이유의 곡이 함께해주었다. 꼭 지금의 아이유와 같은 나이가 아니더라도 그 나이를 지나고 지나올 사람들에겐, 위로와 이야기를 건네주는 이정표 같은 곡들이라고 생각한다.

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음악은 그 곡을 들었을 때 느꼈던 순간과 이야기를 되살려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사진보다 더, 또렷하게 그 순간을 재생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나 또한 가끔 스무살, 스물셋, 스물다섯을 떠올리고 싶을 땐 사진과 함께 아이유의 음악을 튼다. 그러면 아주 잠깐이라도 그 시기를 다녀올 수 있다. 타임머신은 존재하지 않아도 내 귀 정도는 잠시 과거로 다녀온 기분이 든다. 이어폰을 귀에 대고 아이유의 음악을 틀면, 아주 잠깐 그때가 재생된다.


꽃이 피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대와 설렘이 만발하던 때에 나는 아이유의 ‘하루 끝’을 듣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느끼는 나는 왜 다를까, 고민하던 때에 나는 아이유의 ‘스물셋’을 듣고 있었다. 이제 나를 좀 알 것 같을 때에는 ‘팔레트’가, 무언가를 놓아주는 법을 이해할 때에는 ‘에잇’이, 그리고 스물아홉인 지금, 나는 ‘라일락’을 듣고 있다. 아이유와 나의 20대는 지나온 정거장이 다르지만, 적어도 몇몇 구간엔 가는 길이 겹쳤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이별 따위는 없어
아름다웠던 그 기억에서 만나


아이유가 꾸준히 나이 시리즈를 발매해줬으면 좋겠다. 아이유가 그 노래들로 자신이라는 이야기의 책갈피를 쌓는 것처럼, 나 또한 간접적으로라도 그러고 싶다. 93년생이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듯이, 수많은 선배들과 후배들이 20대의 마지막을 돌이킬 때, 아이유의 노래가 파노라마처럼 떠오르지 않을까? 20대를 뜻하는 수많은 명사가 있다면, 아이유의 노래는 그 배경음악이 되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아이유에게 30대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리고 그 곡엔 무슨 가사가 담기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감사하게도 라일락이라는 노래 덕분에 내 20대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이얀 우리 봄날에 climax
아 얼마나 기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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