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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매일 Nov 17. 2023

홀로 휴가 중인 작심매일의 다정한 아침

2028년 11월 10일 금요일,  날씨 화창함



 카페인 때문에 며칠 동안 아껴뒀더니 눈을 뜨자마자 차이티라테 한 잔이 간절했다. 바스락 거리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좀 더 뒹굴거려 볼까 3초쯤 고민한다.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은 아니지만 창밖의 동글 거리는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파란 하늘을 보니 몸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이렇게 화창한 하늘을 볼 수 있다면 내가 가진 에너지의 다섯 배는 거뜬하게 쓸 수 있을 텐데. 실없는 생각에 입꼬리를 올리며 후드에 몸을 대충 쑤셔 넣어 본다. 매일 같은 온도로 따뜻하게 간밤의 편안함을 물어봐주는 프런트 직원의 친절함이 새삼 고마워지는 아침이다.

 차갑지는 않지만 잠을 깨우기 충분한 청량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집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야쟈수들이 줄지은 산책로는 매일 보아도 지겹지 않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저마다의 아침을 시작한 사람들이 가득한 이 여유로운 에너지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부지런한 느긋함이 달아날까 관찰자에서 벗어나 그 에너지 속으로 뛰어들어 본다.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는다. 찰나의 순간에 그들의 하루가 평온하길, 오지랖을 부려 보기도 한다. 그렇게 잠깐 걷는 사이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스팀기 소리와 재즈음악이 뒤섞여 맞이해 주는 이곳의 분주함이 좋다. 비록 단조로운 커피 취향을 가졌지만 다채로운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이 공간이 좋다. 여러 언어들이 뒤섞여 저마다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이 소란이 좋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나의 일상인 듯 스며들어 본다. 주문 순서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곳은 벌써 크리스마스다. 텀블러에도 머그잔에도 눈이 내린다. 그 분위기에 취해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디서 보낼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한 달 동안 출근 도장을 찍었더니 파트너들과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오늘은 알렉스의 전 여자 친구가 차이티라테를 정말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짜인지 아닌지 영원히 확인할 길이 없는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나도 질세라 대학생 때부터 즐겨 마시던 이 음료를 아직까지 마시고 있다고 보태 본다. 나이 들수록 카페인에 취약해져 지금은 아껴 마시고 있지만 입맛은 참 안 바뀐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시간과 마음이 여유로워서인가. 평소 같았으면 굳이 부리지 않았을 살가움을 표현해 본다. 이곳에서 보낸 한 달 여의 시간 동안 원래 그런 사람인양 하이텐션이 된 내가 낯설어지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메일함을 열어 본다. 협업과 강의 제안 메일이 소복이 쌓여 있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몇 개의 제안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맘에 드는 옷을 꺼내 입 듯 골라서 일을 할 수 있다니. 업무 메일에 이렇게 설레어 본 적이 있었던가. 지금 당장 급한 회신 몇 건을 처리하고 나니 연달아 부동산 전화가 울린다. 두 달 전 내놓았던 아파트가 제안했던 가격에 계약이 될 것 같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가 가기 전 눈독 들이던 건물을 매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카페인 때문일까. 발끝까지 아드레날린이 차고 넘치는 것 같다.   

 일 년에 반 정도를 작업하며 보낼 수 있는 장소도 정해 보려 검토 중이다. 될 수 있으면 자주 맑은 날이 이어지는 따뜻한 곳이면 좋겠다고 관련 담당자에게 정보를 요청해 놓았는데 생각보다 일 처리가 더디다. 직접 알아보는 게 나으려나. 한 달 동 안 지내보니 여기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한참 동안 사진들을 뒤적거리다 책 작업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쓰는 작업에 몰입하기까지 버릇처럼 일정 시간 방황해야 하지만 그래도 오늘 중에는 초고 작업이 끝날 것 같다. 이번 책은 다행스럽게 진행이 순조로웠다. 그간 틈틈이 밑 작업 해둔 자료 정리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역시 하나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세 시간쯤 흘렀을까. 허기가 느끼져 기지개를 켜 본다. 점심은 알렉스가 극찬한 아사이볼을 먹으러 가야겠다. 내일 또 봐 손짓하며 가방을 챙겨 본다. ‘내일 보자’ 이것 만큼 안전하고 다정한 인사말이 또 있을까 생각하며 문을 나선다.






#작심매일의상상은현실이된다

#차이티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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