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 EP. 23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나의 사랑스러운 나에게.
당신을 떠올리면,
계절이 겹쳐 보여요.
한 사람 안에 이렇게도
다른 온도와 결이 공존할 수 있다니-
그 놀라움 앞에서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곤 해요.
봄이었던 나는,
스물셋이었죠.
무언가에 한껏 빠질 줄 알았고,
가슴이 앞질러 뛰어가며,
사랑 앞에서 서툴게 웃던 시절.
햇살 아래에서
좋아하는 것을 말하던 그 눈동자는
아직 꺾이지 않은 꽃처럼 투명했어요.
부끄러움이 많아 더 빛났던,
순수한 나.
ㅡ
여름이었던 나는,
서른다섯이었어요
자신의 열기를 다루는 법을 배웠고,
한 번 웃으면 사람을 다 녹일 수 있었죠
말에 묻어 있는 다정함,
그 뒤에 숨어 있는 단단함-
감정을 숨기지 않고,
담담히 전할 줄 알게 되었던
그 시절의 나.
뜨겁지만 질리지 않는, 맑지만 깊은
여름밤의 바다 같았던 나.
ㅡ
가을이었던 나는,
마흔둘이었어요.
책을 읽은 시간이 말에 스며 있었고,
지나온 계절들이
눈빛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죠
가을은 원래 외로운 계절인데,
나는 그런 쓸쓸함마저
안아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다시 사랑을 망설이는 이에게
"괜찮아"라고 먼저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그 따스함은, 오래 남아 향기가 되었어요.
ㅡ
겨울이 될 나는,
아마 쉰셋쯤이겠죠
고요하고, 단단하고,
어쩌면 가장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을 거예요
스스로를 지켜낼 줄 알면서도
누군가의 삶 한 귀퉁이를 데워주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믿어요
눈이 내리는 날,
말없이 곁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그렇게, 나는 겨울이 되겠지요
ㅡ
그러니 잊지 말아요.
당신 안에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봄,
빛을 품은 여름,
단풍처럼 깊어진 가을,
그리고 눈을 닮은 겨울이 있어요.
누군가는 한 계절만을 살다 가지만,
당신은 네 계절을 품고 살아낸 사람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새롭고, 언제나 다정해요.
그 계절들을 잊지 마요.
지나온 시간도, 앞으로 다가올 나도
모두 당신 안에 있어요.
내가 당신을 이렇게 믿듯,
당신도 다시,
당신 자신을 믿어주기를.
늘 여기에서.
봄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