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쓸 수 없어 | EP.04
가끔은 상처가
'삶이 멈춘 자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의 아픔과 혼란이
오래도록 제자리에 머물러
나를 바꾸어버린 것처럼 생각될 때도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고나서 보니
상처가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든게 아니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고쳐 쓰이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처는 나를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 내가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지
더 또렷하게 드러나게 했다는 사실이다
ㅡ
사람은 상처를 받을 때,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자기 본성대로 반응한다.
누구는 멀어지고,
누구는 붙잡고,
누구는 침묵하고,
누구는 끝까지 말을 이어간다.
상처가 새로운 성격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미 내 안에 있던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일 뿐이다.
그래서 상처는
본질을 바꾸는 힘이 아니라
본질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ㅡ
상처가 남아 있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이 있다는 뜻이다.
그때 멈춰버린 감정과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해석되지 않은 채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문장을
다시 읽고 다시 이해하는 동안
바뀌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지만,
스스로를 다시 이해할 수는 있다.
상처는 그 이해로 가는
첫 문장 같은 것이다.
그래서 상처는 시간을 들여
스스로 해석해야 하는 문장이다.
ㅡ
사람이 상처를 겪고 나면
갑자기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변화라기보다
숨겨져 있던 원래의 형태가
조금 더 드러나는 과정일 뿐이다.
상처를 지나오면서
내가 어떤 일에 취약한지,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실망하는 사람인지-
이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상처가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통해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나의 결’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걸 깨달으면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도 하고
더 느려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이 모든 변화는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상처는 성격을 바꾸지 않는다.
대신 우리를 다시 ‘나답게’ 한다.
익숙했던 감정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고,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더 또렷해지고,
방향이 불분명했던 마음이
희미하게나마 제 방향을 찾는 것
이런 것들이 상처가 남긴 흔적이라면,
상처는 나를 바꾼 게 아니라
그상처를 겪은 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ㅡ
그래서 상처는
변화를 위한 문장이 된다.
그 문장은
나를 고쳐 쓰라는 요구가 아니라
나를 다시 이해하라는 초대장에 가깝다.
상처는
본질을 흔들지 않는다.
본질에 닿게 한다.
변하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시선이고,
내가 나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지만
스스로를 다시 읽어낼 수는 있다.
상처는 바로 그 읽기의 시작이다.
상처는 아프지만
그 아픔을 지나온 자리에는
내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여전히 누구인지가
또렷하게 남는다.
상처는 변화를 위한 문장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상처는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지 않는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고쳐 쓰이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상처는,
내가 원래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이 된다.
상처가 변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상처를 지나오며
내가 ‘나답게’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