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에게 기다림은 독이 되는가?

빛의 흔결 | EP.01

by 마리엘 로즈


기다림은 늘 좋은 말로 포장된다.

조금만 더 참아보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나 역시 그런 말을 믿으려고 애써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에게 기다림이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떤 사람에게 기다림은
숨을 고르게 하는 시간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하루 마음을 마르게 만드는
느린 독이 된다.


차이는 상황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가에 있었다.



기다림이 힘이 되는 사람들은
기다리는 동안에
마음을 잠시 쉬게한다.

반대로

기다림이 독이 되는 사람들은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마음만 계속 움직인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생각은 앞서가고,
이미 지나간 말들을 다시 떠올리고,
하지 못한 말을
혼자서 여러 번 되뇌며
마음을 계속 소모한다.


이런 기다림은
쉬는 시간이 아니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마음만 혼자 애쓰는 상태다.


특히 감정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기다림은 더 버거워진다.

상대의 침묵을
그대로 두지 못하고,
의미를 붙이고,
혹시 내가 잘못한 건 아닐지
스스로를 먼저 의심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겪어버리느라
마음은 먼저 지쳐버린다.

그래서 기다림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기다림이 독이 되는 순간은
내 삶이 잠시 멈춘 사이,


타인의 선택에
내 하루와 감정을
모두 맡겨버릴 때다.

연락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에 따라
상대의 반응 하나에 따라
내 하루의 기분이 결정되는 구조 안으로
들어가 버렸을 때,

기다림은
더 이상 중립적인 시간이 아니다.

그때부터 기다림은
시간이 아니라
불안을 키우는 장치가 된다.

반대로
기다림이 견딜 만한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기다리는 동안에도
자기 삶의 중심을 붙들고 있다.

상황은 열어두되,
자신의 하루와 감정은
완전히 내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기다림 속에서도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기다림이 힘든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질문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가 아니라,

‘나는 왜 나를 멈춘 채
이 시간을 버티고 있는가.’



기다림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많지 않다.

문제가 되는 순간은
기다림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기를
은근히 바라게 될 때다.

기다림은 원래
무언가를 얻기 위한 상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용히 드러나는 시간일뿐이다.

그래서 어떤 기다림은
끝나고 나면
허무함만 남기지만,

어떤 기다림은
나 자신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남긴다.


기다림이 유난히 독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다.

이미 꽤 오랫동안
혼자 애써온 마음이
조금 쉬고 싶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기다려야 하는 상황보다,
기다리며
스스로를 잃고 있는 상태는 아닌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기다림은 참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놓지 않는 감각에 가깝다.


그 감각을
아주 조금이라도 되찾는 순간,
기다림은
더 이상 독이 되지 않는다.


















https://pin.it/6gNbAUp2w

작가의 이전글회피는 때로 가장 성실한 방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