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 자체로 빛나는 소우주임을... / 칼세이건『코스모스』.
1990년 2월 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인류에게 전송했다.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 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인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 에서
저 볼품없어 보이는 사진 속 희미하고 먼지같은 '창백한 푸른 점'은 바로 내가 있고 당신이 있고 수많은 생명체와 물질들이 존재하는 곳 바로 이곳 지구이다.
하지만 혼자 읽기 부담스럽고 어려운 내용이라 도전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 중에 마을 인문학 도서관학교에서 개최된 <코스모스 풀어읽기> 강좌 소식은 한줄기 빛처럼 찾아왔다.
그리고 시작된 서울특별시시립과학 이정규 관장님이 진행하시는 7주간의 코스모스 강의는 과학과 인문학 그리고 철학이 더해져 매회 뭉클한 감동을 전해줬다.
책에는 우주의 탄생과 은하계의 진화, 태양의 삶과 죽음,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의식 있는 생명이 되는 과정, 외계 생명의 존재 문제 등에 관한 내용을 수 백 장의 사진과 일러스트를 곁들여 흥미롭고 아름다운 문체들로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칼세이건의 문학적인 감수성이 묻어나는 문체들로 순간 과학책인걸 잊을 정도로 그 감성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늘 기술에만 관심있어 했고 첨단과학의 발전에만 목말라했었던 나 자신에게 인류 존재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주며 이정규 관장님 말씀처럼 생명의 그물망에서 기술만이 고려된 사고와 인간의 오만이 인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아직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일한 생명을 품은 행성, 이 작은 창백한 점에서 여전히 피로 물든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게 얼마나 미개한 것인지를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칼세이건이 1980년에 저술한 『코스모스」 로 우리에게 말해주는듯하다.
매주 강의를 들으며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우주 이야기가 펼쳐질까 설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 강의로 코스모스와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지만 어디에 있든 우린 반짝이는 별빛들이며 그곳에서도 빛나고 있을 것이다.
BTS '소우주'의 가사처럼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세계. 우린 그 자체로 빛나는 소우주임을....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이 미지 중 미지의 세계와 마주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울림, 그 느낌,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하게 되는 당연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_ 본문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 찾아보면 우리 주변 마을도서관에는 흥미있고 의미있는 강의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답니다. 지금 당장 마을도서관을 찾아보세요^^ 라잇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