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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May 07. 2023

유난 떨고 있네

쓰레기 줍다 봉변 당하다.

산책을 하다 화단에 버려진 페트병과 과자봉지들이 눈에 거슬려 줍고 있었다. 그대로 뒀다가는 결국 쓰레기장이 될 거 같았다. 그런데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유난 떨고 있네'라며 비아냥거리는 게 아닌가. 순간 내가 잘못한 걸까, 내 귀를 의심했다. 지구 환경에 큰 이바지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을 소중히 사용해야 하지 않겠냐는 내 의도가 누군가에게 꼴사납게 보였던 것이다. 그 뒤로 쓰레기 줍는 것도 괜히 눈치 보게 되는 소심이다.


한동안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열풍이었다. 예전 같지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플로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는 이 착한 운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유행이라고 인스타 사진 찍으려는 거지'

'잠깐 줍고 말걸 떼로 몰려다니는 꼴 보기 싫어'

'쓰레기 담은 봉지 그대로 버리고 가더라'


유행이면 어떻고 사진 찍으면 또 어때서, 잠깐 하는 거라도 버려진 쓰레기 줍는 건, 길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칭찬 들을만하다. 물론 쓰레기 담은 봉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건 속상한 일이다.   


일부 사람들의 지적처럼 플로깅이 쓰레기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공원, 해변등에서 플로깅을 하면, 주변의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플로깅을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또한 환경 개선 인식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민의 이런 활동이 지자체와 기업 등에게 적극적인 환경 보호와 쓰레기 처리에 대한 노력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플로깅 이벤트를 하면서 뒤처리할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빈축을 산 일이 여럿 있었다. '플로깅'의 진정한 의미는 파악하지 않은 채 홍보에만 치우쳐 유행에 기승하려 했던 의도는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플로깅'이 단지 보여주기식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에 자연스레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줍깅(플로깅) 활성화 조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꽤나 고무적이다. 하지만 시민의 노력에만 기대하기보다 기업이나 정부 또한 가장 심각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굳이 '플래깅'이 아니더라도 버려진 쓰레기를 자연스레 줍고, 그런 타인의 모습에 '유난 떨고 있네' 비난하기보다 타인의 선한 행동을 인정하고 함께 동참하는 성숙한 사회를 그려본다. 


같이 유난 좀 떫시다.



- 플로깅 : 스웨덴어 plocka upp (줍다)와 영어 jogga (조깅하다)의 합성어
- 줍깅 : 한국어 '줍다'와 '조깅'의 합성어
- 쓰담달리기 : 플로깅을 대처할 우리말로 선정

*설문조사를 통해 줍깅이 조례명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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