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지금 불타고 있잖아요."
아주 오래된 드라마 '불새'의 명대사이다. 당시에도 너무 오글거려 내 귀가 다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찐이다. 타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킁킁!!
무언가 타는 냄새에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아랫집에서 타는 냄새인가 싶어 앞 베란다에도 나가보고 옆집에서 타는 냄새인가 싶어 현관문을 열어 확인해 봤다. 그런데 타는 냄새의 출처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
"누가 냄비 태우는 거 아냐?"
"아니 누가 냄비 올려놓고 외출했으면 어떡하지, 이러다 아파트에 불나는 거 아냐"
우리 아파트는 몇 번 화재가 난적이 있어 더욱 신경이 쓰였다. 남편은 계속 타는 냄새가 심해지면 관리실에 연락해 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집 가스레인지에 뭐 올려놓은 건 아니지?"
"내가 가스레인지에 냄비 올려놓고 모를 사람이야? 그런 일은 없지. 아니 도대체 어느 집이야, 정신이 나간 거야 뭐야, 불안해 죽겠네 진짜."
타는 냄새는 더욱 심해졌고 나는 동동거리며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 그때
'삐삐삐삐삐삐삐'
주방에서 울리는 화재경보에 놀라서 달려갔다.
아뿔싸,
타는 냄새의 근거지는 바로 우리 집 주방이었다. 마치 흑마법을 부린 듯 냄비는 이미 시커멓게 다 타버렸지만 다행히 화재경보와 함께 가스레인지는 자동으로 꺼져있었다.
정신 나간 미친뇬이 나였다니, 남편과 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래, 예전에 머리를 크게 다친 후유증이 지금 나타난 건지도 몰라.
아니면, 코로나 후유증으로 감각이 둔해진 걸 수도 있지.
하지만 그 후로도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그걸 눈치챈 남편은 병원에 가서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건 어떠냐며 넌지시 말한다. 원래도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도 잘 못 외웠고, 길치라 자주 헤매고 다녔기에 단순 건망증이라며 부정했다. 이런 깜빡하는 일은 주변에도 흔하지 않나?
하지만, 한때 멀티플레이어로 날렸던 나는 이젠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자꾸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는 거 같다. 이젠 진짜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걸까.
오늘도 나는 가스레인지에 불이 켜지면 그 앞에 죽치고 앉아 감시를 한다.
흑마법사가 되지 않기 위해...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