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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강 소통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by 김용석

소통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소통의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단선적 소통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쌍방향 소통의 관점이다. 단선적 소통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이 시각에서 바라보면, 교사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학생은 그 지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된다. 교사는 전달자, 학생은 수용자로서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며, 교사의 말과 자료가 중심이 되고 학생의 목소리는 주변부에 머무른다. 이런 방식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은 종종 수동적 존재로 남게 되고, 배움은 암기와 반복에 갇히기 쉽다. 결과적으로 학습은 ‘전달’에 그치고, ‘내면화’와 ‘활용’까지 나아가기 어렵다.


반면, 쌍방향 소통의 관점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대화의 주체가 된다. 교사는 지식을 전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학생의 생각과 경험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동반자이다. 학생 역시 단순히 지식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고, 토론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는 능동적 학습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지식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된다.


쌍방향 소통은 배움의 질을 깊게 만든다. 학생의 질문은 교사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교사의 피드백은 학생의 사고를 정교하게 다듬는다. 서로의 경험과 시각이 오가며 교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장이 아니라, 공동 탐구의 장으로 변한다. 무엇보다,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가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그 안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자라나고,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이 가능해진다.


결국, 소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한다. 단선적 소통이 ‘지식의 이식’을 목표로 한다면, 쌍방향 소통은 ‘지식의 공동 창조’를 지향한다.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교실은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열린 대화의 공간이어야 한다.


기호학과 프래그마티즘(pragmatism)선구자 중 한명인 찰스 샌더스 피어스(Charles Sanders Peirce)의 관점에 의하면 열린 대화의 공간을 만드는 쌍방향 소통의 의미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이었다. 피어스의 관점에서 쌍방향 소통은 단순히 ‘말이 오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기호가 서로의 해석자 역할을 오가며, 의미를 공동 창조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순환이 활발하게 일어날 때, 교실은 단선적 전달의 공간을 넘어, 살아 있는 열린 대화의 장이 된다. 피어스는 이를 기호 삼원론(semiotic triad)으로 설명했다.

ᄋ 기호(Sign):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말, 글, 몸짓 등)

ᄋ 대상(Object): 기호가 가리키는 실제 내용·사물

ᄋ 해석자(Interpretant): 기호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마음의 작용


피어스에 따르면 소통은 기호–대상–해석자가 상호작용하는 끊임없는 의미 생성 과정이다. 즉,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이 동일한 ‘객관적 의미’를 자동으로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자(수신자)의 경험과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구성된다.

ᄋ 단선적 소통: 교사가 기호를 만들고(지식·설명), 학생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임 → 해석자의 주체성 약화

ᄋ 쌍방향 소통: 학생이 받은 기호를 자신의 경험 속에서 해석하고, 다시 기호로 되돌려 표현(질문, 반론, 예시) → 의미가 상호적으로 재구성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해석자이자 발신자가 되어, 기호의 의미가 계속 확장·심화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열린 대화의 교실은 단순히 ‘서로 이야기하는 곳’이 아니라, 대화의 결과가 학생들의 사고 확장,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향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교육에서 소통을 바라보는 관점은 교실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단선적 소통은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머물러 학생을 수동적 존재로 만들지만, 쌍방향 소통은 의미의 공동 창조를 가능하게 하여 교실을 살아 있는 대화와 탐구의 장으로 변화시킨다. 피어스가 말한 기호–대상–해석자의 순환 속에서 교사와 학생은 함께 의미를 확장하고, 그 속에서 심리적 안전감과 배움의 깊이가 자라난다. 그러므로 교육자는 단선적 소통 방식의 관점에서 쌍방향 소통 방식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해야만 심리안전 교실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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