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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bricolage Mar 22. 2022

ep8.  겁이많아자주짖는개도/사랑앞에는두려움이없다




extraordinary people

ep8.  겁이 많아 자주 짖는 개도 사랑 앞에는 두려움이 없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2020겨울호 中, 작가조명 코너

「사랑한 시절, 사랑할 시절」, 은유

- 개인 감상문


https://youtu.be/P_FItccusBY



“우리가 이룩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무너뜨린 것이 있지.” - 「우리의 불」, 『호시절』, 김현


  ‘무언가를 얻으려면 / 무언가를 잃어야만 해'라는 가사가 마음에 교차한다. 최근 발매된 콜드의 이상주의 앨범에 수록된 울프라는 곡이다. 무너뜨리고 잃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일은 주로 '처지'를 깨우치고, 이룩하고 얻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일은 주로 '위치'를 깨닫게 한다. 하지만 처지나 위치나 뭐가 되었든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그만이다. 이렇듯 상실이 별건가 싶다가도 그래 별거지 싶고, 성취가 대순가 싶다가도 그래 대수지 싶다. 성취를 위한 시작은 있어도 상실을 위한 시작은 보기 드물다. 이 세상에서 잃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본디 시작이라는 개념에 변화라는 속성이 담겨있으니 우리는 아무것도 잃지 않고 시작할 수 없다. 이 자연스러운 변화는 우리 삶에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는다. 다만, 가끔 새삼스러울 뿐이다.


 「호시절」에 담긴 성소수자 일상도 그렇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뭐 그렇게 낯선 일이라고 새삼스럽게 반응하는지 의문인 거다. 저들끼리 좋다는데 그걸 보고 제 3자가 받아들이느니 마느니 왜 꼭 한 마디씩 얹는지 당최 모르겠다. 역으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은 아니면서 상냥한 논리인 척한다. 물론 개인이 의견을 내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의 의견은 대개 강요나 종용으로 번진다. 그 기저에 혐오만 깔려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니까 페미니즘이니 성소수자 인권이니 이런 소리만 들어도 펄쩍 뛰는 거다.


 이와 별개로, "쓰고 나서 알았어요. 애정, 희망, 긍정의 순간엔 늘 작은 개가 등장하더라고요. (…중략…) 일방적이고 조건 없이 주는, 작은 개에게 투영되긴 했지만, 인간은 아마도 해내지 못할,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염원도 있는 것 같아요. 두려움 없는 사랑을 인간은 할 수 있을까요?"라는 문장은 찡해서 기억에 남는다. 겁이 많아 자주 짖는 개도 사랑 앞에는 두려움이 없다. 두려움을 갖게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인간이겠지.


 시절에는 완결이 없다. 매 순간 다르게 읽고 쓰이는 세월을 어떻게 한 단어로 압축할 수가 있을까. 그러니 당연히 정해진 결말 따위도 없다. 엔딩을 해피냐 새드냐로 나누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 삶은 우리에게 해석의 여지를 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답게 살아가면 된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방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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