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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pace
Jun 25. 2021
백신을 맞고 왔다.
피스톤을 누르는 압력의 나비효과
널따란 강당에 수백 명의 장병이 모여들었다. 단지 8개밖에 안 되는 부스를 드나들며 접종이 진행 중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덩그러니 놓인 주사기 몇 개와 간호사만이 있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답답함과 비교하기에, 저기 보이는 백신은 귀여울 정도로 양이 적었다.
곧 화이자는 피부를 뚫고 들어온 바늘을 비행기 탑승 브리지 삼아 주입됐고,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신나게 몸속을 여행하고 있을 테다. 당장 느끼는 변화는 내게서도, 주위에서도 아직 찾아볼 수 없지만 말이다.
매년 독감주사를 맞듯 평범히 접종을 마치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백신 맞은 날을 평범히 여기고 싶지는 않다.
간호사가 피스톤을 누르는 압력의 물리적 효과는 실로 미약하다. 피스톤은 단지 0.3mL의 액체를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동시에 나 자신이 '다른 순간'으로 밀려난다는 느낌도 받았다. 반가운 순간을 다시 맞이할 때 설레는, 그런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