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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를 걸으며 3

낭만에 대하여

세종혁신학교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2대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으로 최교진 후보가 당선되면 급물살을 탔습니다. 이미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전북, 전남이 시작하였고, 당시 혁신학교는 주요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라는 뒤집어 놓은 ‘학교가 바뀌면 수업이 바뀐다.’ 슬로건처럼 개인의 전문성 중심에서 공동체의 문화를 바탕으로 변화를 주도한 교육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직된 교사문화에서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혁신학교라는 출구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 셈입니다. 하지만 세종혁신학교는 신생도시이고 새롭게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운동’차원에서 접근하긴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타시도의 사례를 받아들이는 데 대한 한계로 정책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당시 세종혁신학교의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이후 현장 실천을 하는 경험을 하며 2015년 이후 혁신학교와 밀접하게 연을 맺었습니다.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곳이 경기도였습니다. 온갖 사례가 풍부한 경기도는 혁신학교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중에 작은 학교에 아이들이 찾아(전입)와서 적응하는 사례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가 유명해지면서 적응이 어려운 친구들이 전입을 왔고, 그 친구들이 6개월, 1년쯤 지내다 보면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맺으며 지낸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얘기를 전한 이는 경기도 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친분이 있는 유명 문학가였습니다. 어쩌면 문학가의 영감이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학교를 어려워하거나 적응을 잘못하는 아이들이 전학을 와요. 이 학교에는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이 길게 있는데 그 시간에 메뚜기나 달팽이나 이런 작은 벌레와 같이 놀아요.

 쉬는 시간이 끝날 때면 갓 전학 온 친구는 그 작은 동물을 병에 넣거나 상자에 넣어 가져가려고 해요. 전학 온 지 꽤 된 친구들은 그러면 죽는다고 말리죠. 하지만 이 친구는 고집을 부려 챙기고, 그러다 죽고. 이런 상황을 반복하죠.

시간이 지나며 이 친구는 소유하려고 하면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배우고, 나중에는 타자를 인식하는 것 같애요. 변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종시에 살며 이러한 경우를 종종 직,간접 경험합니다. 개발되는 동 지역이 개발되면서 자연스레 생태교육, 작은 학교를 선호하며 찾아가기도 하지만 학교 적응이 어려워 작은 학교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은 학교는 아무래도 학급당 인원수가 적으니 교사의 손길이 더 갈 수 있고 주변 환경도 아이에게 친화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 작은 초등학교 사례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들었던 경기도 혁신학교와 비슷한 사례도 나옵니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해밀의 힘을 믿습니다.’ 

고학년 아이의 부모님이 전학시키며 보낸 편지(?)의 끝마무리로 남긴 말씀이라고 합니다. 실제 12월 말 예상했던 것보다 1,2월 전학을 와 20여 명이 더 늘었습니다. 다양한 이유도 있지만 학교 생활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오는 친구들도, 부모님도 많습니다.   해밀로서는 새로운 도전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햇살교육을 통한 개별화교육(여러 어른이 아이를 지원하는)을 꿈꾸는 해밀에서 

더 정교하게 햇살교육을 다듬을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요즘 회의(?)가 많습니다. 대부분 아이들 지원에 대한 협의입니다. 항상 현재 지점을 잘 파악하고 진단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티가 납니다. 특히 의견이 다른, 시선이 다른 당사자와의 협의는 정성을 쏟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는 큽니다.     


어떤 사안은 며칠 동안 끙끙대기도 하고, 어떤 사안은 오해로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안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더 꼬이고, 꼬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순간에 해결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전환의 순간’은 참 매력적입니다. 지원 협의라는 게 특정 대상이 있어 자세히 말하기 어렵지만 서로 방어적인 태도에서 협력적 지원의 태도로 바뀌는 ‘번쩍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물론 정말 실제로 번쩍하지도 않고 누군가는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복잡하고 꼬인 관계를 푸는데는 지나 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득 듭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도전과 과제와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어려운 난제를 해결 중심이었다면 지금 과제는 출발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사람과 사람과 얽힌 관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힘을 갖는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설렙니다.  낭만은 늘 도전과 시도가 있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있고, 건너야 할 강이 있다니. 그것도 넘어야 할 산이 멀리 있지 않고, 건너야 할 강이 바로 앞에 있다니. 정말 낭만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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