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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를 걸으며 4

직책급업무추진비

벌써 20년 가까운 된 얘깁니다. 태안 파도초라는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썰물 때 철봉 기둥에 낙지가 붙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농담할 정도로 바다와 가까운 학교입니다. 이 아름다운 학교는 안타깝게도 폐교가 되었습니다.     


전입 직후 첫 손님은 유일상 선생님이었습니다. 자그마한 화분을 들고 오셨는데 당시 전교조 태안지회장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태안 대기초라는 작은 학교에서 정말 열심히 살고 계셨습니다. 태안 혁신학교의 태생지라고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돌이켜보니 언제나 든든한 선배였습니다. 지금도 태안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당시 태안지회 참실 대회가 있었는데, 유일상 선생님에게 학교 예산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였더니 강사를 초빙해주었습니다. 그때 강사로 오신 분이 송대헌 선생님이었습니다. 송대헌 선생님은 교권을 포함한 법률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이후 약간(?, 저는 큰 인연이라 생각하며)의 인연을 계속 맺어오고 있습니다. 당시 예산 사용에 대해 의문이 생겨 학교 예산 편성과 쓰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예산의 전체적 흐름을 공부하는 시간이었고, 그중에 ‘직책급업무추진비’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업무추진비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일반업무추진비이고 다른 하나가 직책급 업무추진비라고 학교장의 통장으로 들어가는 예산이며 학교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장 통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영수증 처리가 따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상하여 ‘직책급 업무 추진비’가 뇌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공과 사 어디 쯤 있는 예산이라고 생각했고, 그럴수록 잘 사용해야 하는 예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교장이 되었습니다.     


해밀초로 발령 후 먼저 한 일 중에 하나가 ‘직책급업무추진비’를 챙기는 일이었습니다. 

‘직책급 업무추진비에 대한 관리를 공적으로 하고 싶다.’

당시 행정실장님과 논의를 하였는데, 따로 통장을 만들면 그쪽으로 이체할 수는 있는데 행정실에서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로 학교 회계에서 구체적으로 관리하게 되어 있지 않은 예산이라는 것입니다. 맞는 얘기였습니다.     


직책급업무추진비 전용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기본급 월 25만원에 학급수에 따라 달라지는 금액으로 해밀초의 경우 연 400만원 정도 됩니다. 물론 24학년도 55학급이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산정됩니다.   

  

20년 9월 이후 따로 엑셀 프로그램에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카드에는 ‘업무 추진’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리고 기획 회의 때 예산 안내를 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거나 졸업식을 마치고 6학년 졸업 후 협의회 시, 방학 중 식사할 때 등 부족할 때 메워주겠다고. 


그간 사용한 직책급업무추진비를 어느 시점에 공개할 생각입니다. 아직 어디에 어떻게 공개애할지 결정은 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엑셀에 관리하여 완벽하게 영수증 증빙이 안된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사용하고 계좌이체 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학 중 밥을 먹을 때 몇 명, 누가 먹었는지 자세히 기록하지도 못했습니다.

 어떨 때는 급한 손님이 오거나, 화분을 가꿀 때, 아이들 학교 밖 활동을 할 때, 급식실 협의회를 할 때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웠는데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임시로 메우고 채운 적도 있습니다.     


일반업무추진비는 학교 예산의 3% 이내, 최대 얼마를 넘을 수 없다. 등의 회계 지침에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대부분 협의 시 음료나 식사를 하는 경우 사용됩니다.     


 대부분 학교장 운영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다 해밀초 오기 전 학교에서부터 일반업무추진비를 세부적으로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년협의회비나 학습공동체 협의회비, 전체 다모임협의회비 등으로 나누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운영위원회 협의회비를 항목을 따로 두고 사용했지만 학습공동체별로 사용할 수 있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보통은 목적사업비를 따(?) 오면 그곳에 10% 정도를 협의회비로 사용하곤 했습니다.     


해밀초의 경우 본 예산이 20억 조금 넘고 그중에서 일반업무추진비가 1,500만원 남짓이며 다양한 학습공동체별(학년별, 학년군별, 두레별, 전학공, 동아리, 급식실, 행정실, 학부모회 등)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교장실 운영으로도 예산이 상당 비율 잡혀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우리 학교 교직원이 120명쯤 되므로 교직원 대상으로만 따시면 1인당 1년간 12~13만원이 됩니다. 운영위원회, 학부모회, 각종 행사 시 등 사용하다 보면 큰 금액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습공동체별로 아주 큰 금액이 배정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업을 공모하면 그 중에 협의회비 비율을 10% 내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예산이 더 유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이 어떻게 활용되고 배분되는지에 대해 아는 것은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무엇을 할지를 정하면 누가 할지, 그에 대한 비용과의 관계를 보면     

이것이 정책 또는 교육활동이 정해지고, 누가 할지 정하는 것이 인사이고 인사, 그에 대한 비용은 예산입니다. 다시 말하면 필요한 정책을 세우고 그 정책을 잘 할수 있는 사람이 그 역할을 하도록 하고, 그에 맞는 예산이 뒷받침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많은 예산이 그러하지만 업무추진비를 얘기한 것은 그런 예산 중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예산이고 지금까지 ‘교장’의 공과 사 어디쯤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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